[조선일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도 産災” 추세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도 産災” 추세


임금삭감 요인 스트레스는 인정 못받아...
정신과 전문의 “사업주, 업무 개선책 필요”


직장 내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질환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추세다.

지난해 직무상 스트레스로 생긴 우울증·불안장애 등으로 산재 판정을 받고 보상을 받은
건수는 9월 기준으로 총 68건. 〈그래픽 참조〉 2000년 27건에 비해 3년 새 약 2.5배가
급증했다. 전통적인 직업병 진폐증·유기용제 중독·소음성 난청 등을 합한 숫자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서 심의 중이거나 행정소송 중인 것들, 또
인식부족으로 보상 신청도 하지 않은 경우 등을 감안하면 직무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은
매우 심각한 실정일 것으로 보인다.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 뇌·심혈관질환의 발생도 늘고 있다. 스트레스와 관련된다고
보이는 뇌·심혈관질환으로 근로자 요양 인정을 받은 사례는 99년 1224명에서 2002년에는
2056명으로 늘었다. 이는 96년 252명에서 6년 새 8배가 늘어난 수치이다.

◆왜 직무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이 늘고 있나

지난해 여름 국내 한 병원의 노동조합원 9명이 집단으로 직무 관련성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 인정을 제기했다. 그중 8명의 요양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들이 업무상 차별대우,
욕설 등 심한 직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와 관련해 우울증, 적응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는 것이 인정된 것이다. 최근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산재 인정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처럼 이제 정신질환도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된 주요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2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 사업주의 의무 사항으로
직무 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된 정신질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뇌를 다쳐서
생긴 정신질환은 시비의 여지가 적고, 정신분열증 등 중증 질환은 환자 내인성 요인으로
보는 경향이다. 주로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것은 적응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반응성 우울증, 대인공포증, 불안증, 신경쇠약증 등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다. 예를 들면 달리는 지하철에 투신 자살한 사건이 생겼을 때, 해당 기관사가
이후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 이를테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다면, 이를
산재로 인정해줘야 하는 문제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해 보상을 인정한 사례는 ▲정비 업무에서
관리직으로 업무 전환 이후, 업무량과 직무 책임성이 가중되면서, 말이 없어지는 등 행동
변화를 보이다가, 퇴근 후 갑자기 공황 발작을 일으킨 경우 ▲노조활동으로 회사측의
지속적인 폭언, 폭행, 집단 따돌림 등으로 수년간 스트레스를 경험한 경우 등이다.

반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는 임금 삭감과 일방적 부서변경으로 업무상 스트레스를
겪은 뒤, 회사에서 미행한다는 피해망상 증세가 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스트레스만으로 망상이 심해지지는 않으므로 기각된 경우 등이다. 법원은 정신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 스트레스 요인 개선해야

정신질환은 질병 자체의 중증도에 비해 그로 인한 작업 손실과 생산성 저하가 훨씬 큰
질환이다. 우울증에 걸린 근로자는 건강한 근로자보다 2배나 많은 결근율을 보인다.
생산성 손실은 7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신체질환자보다
더 큰 손실을 낳는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장시간 근무와 야간작업, 정밀 조작 등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는 그들의 스트레스 요인을 평가하고 개선책을
세워야 한다”며 “근로자들의 정신건강 수준을 향상시켜 생산성을 높이면 회사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04.16]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