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산업·교통재해·학교안전, 한국은 위험한 나라”

산재로 하루 8명 사망·학교에서 매일 51명 사고…“예방·홍보와 함께 안전 관련 규제 강화해야”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2,923명이다. 1년 동안 매일 8명의 노동자가 죽었다는 의미다. 또한 업무로 인해 사고와 질병에 시달린 노동자가 9만4,924명으로 하루 평균 260명이 ‘병자’가 된 셈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해 발생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12조4,000억원. 이는 노동부 올해 예산 7,317억원과 비교해 약 17배가 많은 액수이며 정부예산 120조원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인천국제공항 하나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7조9,000억원이라고 하니 산재로 인한 피해는 당사자뿐만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산재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안전, 교통재해까지 포함하면 안전 미비로 죽어가는 사망자수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 주간(1~7일)을 맞아 산업안전공단(이사장 김용달)과 주한 EU 상공회의소가 30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 4층 컨퍼런스룸에서 ‘안전한국’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학교, 생활, 공공, 산업 4개 분야에 대한 안전문제를 점검했다.

▶ 학교안전 = 학교 안전사고의 경우 2001년 한 해 동안 1만8,941건으로 2000년 1만5,969건, 98년 1만4,481건, 97년 9,265건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대표는 “아동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아동의 낙원이어야 할 학교가 단연 사고발생 장소로 으뜸이라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99년 씨랜드 청소년 수련의 집 화재, 지난해 천안초등학교 화재 등은 학교안전의 중요성을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된 끔찍한 사건이었다.

윤선화 대표는 “안전교육과 함께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고예방을 위해 안전한 환경을 위한 기준을 정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강제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는데 가장 힘 있는 도구”라고 말했다.

▶ 공공안전 =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지난 10년(93~2002년)간 260만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며 10만여명이 사망하고 360만명이 부상당했다. 매년 급증하던 교통사고 사망자가 2001년 2,000여명, 2002년 1,000여명 등 2년새 대폭 감소했으나 지난해 사망자가 7,185명으로 95명 늘어 또 다시 증가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국제비교기준인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수로 보면 지난 2002년의 경우 한국 4.5명으로 OECD 평균 1.9명보다 2.4배 높고, 이웃 일본 1.3명보다 3배 이상 높은 등 심각한 상태다.

허억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실장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구체적 실천처방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 일상생활 속에서 체질화 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담당할 ‘의식개혁 엘리트군’을 양성해야 한다”며 “정부와 교통관련 단체들은 ‘의식개혁 엘리트군’이 우리 지역의 교통사고는 우리지역민이 나서서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아낌없는 재정적,행정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억 실장은 또한 교통문화 정착 캠페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당장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처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한정성이 아닌 교육받은 모든 사람들이 사회나 가정으로 돌아가 다시 이웃, 친구, 가족에게 재교육할 수 있는 파급성을 내포해야 한다며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을 띤 제도화할 수는 캠페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산업안전 = 94년부터 지난해까지 현황을 보면 산업재해는 좀처럼 감소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98년부터는 재해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제에 나선 이돈효 금호건설(주) 안전담당 이사는 “사업장 내 안전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안전문화의 대중화, 적극적인 투자, 자율안전관리 정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전문화 대중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적극적인 홍보 △아동, 청소년에 대한 학교 안전교육 실시 △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교육기회 부여(체험교육, 현장실습)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이돈효 이사는 또 안전보건관리 시스템 개발 보급과 안전관리 전담부서 유지 및 우수 안전관리사 확보, 안전관리 신기법 개발 보급, 사전 예방관리 가능한 인재육성 등 기업은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원수급사와 하수급사의 역할 분담 △노동자 건강관리 지원 △협력사와 노동자가 동참하는 안전지킴이 활동 정착 등 원청 뿐만 아니라 하청회사 안전문제 연계도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장마다 이러한 안전관리 풍토가 점차 확대돼 나라 전체적으로 의식과 관행이 바뀌어야 산업재해가 본질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입력시간 : 2004.07.02 11:25:14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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