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현행 3조2교대 유지 위해서도 인력충원은 필요합니다"

"현행 3조2교대 유지 위해서도 인력충원은 필요합니다"
최종경고! 안전한 교대제는 없다
교대제 장시간 지속되면 수명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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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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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 이틀째. 이명박 시장은 지하철 노동자들의 인력 충원 요구가 무리한 요구라고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노동자가 죽든 말든 시민이 위험하든 말든 지하철만 가면 된다는 식이다. 지하철은 70% 이상이 교대제 근무를 하는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이미 교대제의 문제점이 인간의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하고 불가피하게 교대제를 시행할 경우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노동자의 건강 훼손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교대제가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고 노동자의 건강이 시민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대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에 대해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산업의학 전공의로 연구조사와 외래환자 치료를 하고 있으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유정옥씨를 만나 들어 보았다.

"좋은 교대제는 없어요. 노동시간이 너무 적으면 안 된다는 논리는 많잖아요? 적당하게 일해야 건강에 좋다는 말을 하는데 마찬가지로 적정한 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떤 교대제도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어요. ILO나 선진국에서는 정부기관이 교대제 권고안을 내는데 '견딜만한, 덜 해로운 교대제'로 표현합니다. 즉 좋은 교대제라는 표현 자체가 없어요. 결국 교대제는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유정옥씨는 좋은 교대제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근로기준법에는 교대제와 관련해 일종의 권고(가이드라인)형태로 지침이 존재한다. 첫 번째가 필수공익 사업장으로 통신, 전기, 병원, 발전 등 야간 노동이 사회적 공익에 꼭 필요한 곳에는 야간 노동을 허용한다. 두 번째는 생산의 특성상 연속성이 반드시 필요한 제철소 같은 곳이다. 세 번째는 경영상 필요한 부분인데 짧은 시간에 이익을 내기 위해서 이다.

공유정옥씨는 "용광로가 꺼지면 복구 비용이 큰 이런 부분은 자본의 논리이지만 봐줄 만 하다"면서 "하지만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한 교대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첫 번째 두 번째는 '견딜만한' 혹은 '덜 안 좋은'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안됩니다. 주로 교대제 연구는 유럽 등에서 이뤄졌는데 거기는 4조3교대도 없어요. 최소 5조부터 시작하거든요. 우리처럼 2교대는 인정을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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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축 지하철 파업현장에서 지하철 노동자 진료를 하고 있는 공유정옥씨

교대제 생체시계 고장으로 이어져
그렇다면 교대제가 불러오는 구체적인 증상은 무엇일까? 우선 교대제는 수면장애와 심장질환을 동반한다. 교대제로 인한 수면장애 증상을 겪는 사람은 약 70%이다. 정확한 규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도시철도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는 약을 먹거나 술을 먹어야 잠드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수명장애가 동반되는 이유는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생물학적 시계(biological clock-생체시계)가 있는데 이 시계의 주기가 24시간보다 약간 길다. "생체시계는 오랜 세월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추어져 왔어요. 그 시계가 뭘 하냐면 우리가 시계에 맞춰 살 듯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몸 안의 많은 기능을 작동시키는데, 대표적으로 수면주기가 있어요. 때가 되면 졸리는 것 처럼요."

사람에게는 수면주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최근 유행되는 아침형 인간이 되자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아침형 인간은 수면 주기가 일찍 자서 일찍 깨는 타입(의학적으로 종달새타입이라고 한다)이고 저녁형 인간은 늦게 자고 늦은 아침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수면 주기는 사람마다 타고났기 때문에 모두가 아침형 인간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심장이 뛰게 하고 내장기능, 호르몬 분비과정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것들은 시계에 따라 움직이며 배고픔 같은 것도 생체 시계와 관련 된 것이다. 밤에 음식물이 소화가 잘 안 되는 이유는 유산분비를 생체시계가 관장하기 때문이다.

생체시계는 하루 이틀 정도 어긋나도 고장이 나지는 않는다. 문제는 교대제 같은 근무 형태를 몇 년씩 하게 되면 생체리듬에 교란을 일으킨다. 시계의 명령을 몸이 장시간 어기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자야 하는데 교대제 노동자처럼 잠이 올 때는 일을 하고 정신이 말똥말똥 할때는 억지로 자거나 하는 등 자꾸 생체시계의 명령을 어기면 시계가 헛갈려 한다는 것이다. "가끔 시계가 몸에 맞춰지기도 해요. 교대제를 하는 사람 중 지낼만 하다고 하는 사람은 시계가 몸에 적응이 된 경우라고 봐야 합니다. 학계에서도 이 부분이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적응 자체가 해롭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생체시계가 일에 적응되면 몸은 편할 것 같지만 실제 수명 단축으로 나타나기 때문이죠. 이런 연구 결과가 매우 많습니다. 철도처럼 24시간 맞 교대를 하는 곳은 퇴직 후 3년 안에 부고장이 온다는 말이 많거든요"

교대제를 하는 노동자가 교대제에 의해 리듬이 깨지는 것을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노동자에게는 괴롭지만 몸을 거기에 적응시키는 것도 전문가들은 권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구에서는 일생 동안 교대제 근무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얘기한다. "우리나라 실정에 대입하기 어려운 얘기지만 서구에서는 장시간 교대제를 한 노동자는 퇴직을 일찍 시키고 임금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는 권고도 있어요"

교대제로 리듬이 깨지면 수면장애, 위장장애와 심혈관계 질환을 겪는데 심혈관계 질환도 확증되어 있다. 생체시계가 심장도 관장하므로 심장이 쉴 때 쉬지 못하니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게 질환으로 나타나거나 길게 봐서는 수명의 단축에 영향을 미친다. 교대제 근무와 심장장애, 심혈관계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학계에서는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정설로 굳혀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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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시계 고장, 수명단축에 산재로도 이어져
교대제로 리듬이 깨져 수명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이미 정설로 확인되었으나 구체적인 과정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심장기능이상으로 보고 있어요. 수십 년 동안 심장교란과 생체시계 이상을 수명단축 원인으로 보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결과만 있고 왜 생기는 지는 아직 규명되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교대제를 개선해서 기간을 줄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동의 수준입니다,"

생체시계의 고장은 수명단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도중 산재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몸은 피곤하고 피로는 누적되고 그게 결국 노동자의 삶에 나타나는 건 일할 때 나타납니다. 노동자가 깨어 있어야 하는데 계속 졸리게 되면 산재사고로 이어지는 거죠. 산재사고는 점심 이후에 특히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가 기계 가동율이 최고거든요."

공유정옥씨는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장애는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치명적입니다. 승무의 경우 이렇게 리듬이 깨지는 것이 시민 안전과 직결됩니다. 기관사 중에 간혹 역을 지나치는 경우가 있어요. 차문을 닫고 출발해서 졸다가 간신히 다음역에 서는데, 가끔가다 역을 지나는 적도 있어요. 문제는 피로가 누적되고 생체리듬이 깨져 졸음을 이길 수가 없어요. 역을 지나치면 시말서를 써야 하는데도 졸게 되는 거죠. 결국 리듬이 깨지는 것은 시민의 안전으로 직결되는 거죠"

현행 3조 2교대 근무형태 유지해도 인력충원은 필수
공유정옥씨는 교대제를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려면 인력을 늘여서 추가노동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근무 형태라도 근무량이 줄어들면 피로도가 줄어서 수면 장애로 인한 타격이 줄어듭니다. 지금 지하철은 인력부족으로 인해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월차조차 쓸 수 없어요. 월차를 쓰면 옆의 동료가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인력충원은 주5일제를 통한 근무제도를 바꾸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근무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인력은 꼭 필요합니다. 지금 도시철도와 지하철의 평균 연령이 30대에서 40대 인데 이들이 과연 10년 뒤에도 건강한 40대 50대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 근무형태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력이 충원되어야 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을 수송해야 하는 지하철 노동자들의 건강은 시민안전으로 이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교통의 최소한의 안전 기준의 의미에서도 인력충원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