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단체 공동성명]
노동자를 갈아넣는 쿠팡의 새벽배송과 야간노동, 쿠팡이 답하라! 정부가 답하라!
쿠팡의 새벽배송 마감에 맞추기 위해 택배 배송노동자들은 밤부터 새벽까지 쉬지 않고 물품을 배송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다회전 배송’이 일상화되어 있다. 마감 시간을 지켜야 하는 노동자들은 실제로 ‘달리면서’ 배송을 하고, 하루 동안 쉴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0~30분에 불과하다. 그렇게 혹독한 야간노동을 이어가던 쿠팡 배송노동자 故 정슬기 님은 2024년 끝내 사망에 이르렀다.
야간 배송을 위해 물품을 준비하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배송 시간을 맞추려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말이 현장을 대변한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앉아 있을 시간조차 없다고 말하는 노동자들의 증언은 쿠팡 물류센터의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야간노동은 단순히 ‘힘든 일’이 아니라, 명백히 ‘위험한 일’이다. 피로 누적, 회복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커지며, 뇌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소화기 질환, 수면장애, 만성피로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발암 가능성이 높은 작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우울증과 자살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쿠팡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야간고정 노동’은 교대제보다 심혈관질환, 수면 문제 등에서 더 위험한 것이라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 국내 연구조사에서도 야간고정으로 일하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수면장애, 우울감,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심각한 건강문제에 시달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쿠팡의 ‘새벽배송’은 이런 야간노동을 전제로 한다. 고객이 밤에 주문하면 아침에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쿠팡의 ‘혁신’은 노동자들의 착취 위에 세워진 것이다. ‘새벽배송’은 빠른 배송을 넘어 ‘배송 지연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강요한다. 인력과 시간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마감을 맞추라는 지시는 곧 노동강도의 극단적 상승으로 이어진다. 쿠팡의 이윤 추구 앞에서 노동자들은 오늘도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야간노동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일한 경우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이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으로 내몰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야간노동을 ‘선택’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SPC에 직접 방문해 사고의 원인으로 야간노동을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시 SPC에서 주6일 연속 야간노동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새벽배송이 사회적 논란이 되는 와중에도 제주도에서 택배기사가 또 ‘다회전’ 배송을 하다가 사망했다. 대통령과 노동부 장관이 산재와의 전쟁을 하겠다고 표명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 논의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택배노조의 초심야시간(자정~새벽 5시) 배송 제한 주장으로 촉발된 야간노동 규제 논의, 앞으로 우리는 모든 유통, 물류 산업, 그리고 필수 공공 산업을 제외한 전 산업까지로 야간노동이 규제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쿠팡은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정부는 방관을 멈춰야 한다.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한 요구에 쿠팡이 답하라. 정부가 답하라. 지금 당장.
2025.11.12
(사)김용균재단, 건강한노동세상,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준), 노동건강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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