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택배 분류작업 등 서비스업 이주노동자 채용 확대에 대한 입장
– 정부는 장시간, 위험 노동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일자리 개선에 나서라!
7월 7일, 바로 오늘부터 정부는 택배업종의 분류 작업, 식당 음식점업의 홀서빙 업무, 그리고 서울·부산·강원·제주 호텔·콘도업체에서 직접 고용하는 청소원, 주방 보조원 및 홀서빙 직종 등에 비전문 이주노동자(E-9 비자) 채용을 가능하게 했다. 택배업종에서는 이미 택배 상·하차 작업과 식당 주방 보조에서 이주노동자를 채용 해왔는데 직종을 확대한 것이다.
정부는 산업의 요구가 있어 채용 가능 업종을 확대한다고 입장을 밝혔고, 해당 산업에서도 사업주들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혹은 한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면 금세 그만두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채용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사업주는 해당 산업에서 한국인 노동자 채용이나 채용 지속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하나같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한국인 노동자들도 버티지 못하는 일자리인데, 정부 정책은 일자리 질 개선 대신 나쁜 일자리를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기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택배 분류업무는 택배 상자를 컨베이어벨트 옆에서 끊임 없이 분류하고 쌓으며, 상자를 들고 옮겨야 해 어깨, 허리 등 전신에 부담을 주며, 고강도로 고속 반복 작업을 지속하는 고위험 업무다. 냉난방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장에서 심야 작업까지 이어지고 있어 만성 피로,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있다. 게다가 최저시급에 한 달씩 단기계약 체결에, 4대보험 미적용 등 누가 일을 하건 최악의 일자리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서비스업 중 영세한 자영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음식점에서 인력 채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를 대거 채용한다는 것이다. 소통의 어려움은 고객이 폭언과 갑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서비스업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를 보호할 어떤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2022년 조선업에서 이주노동자 채용을 확대한 이유와 너무나 판박이다. 조선업계 불황이 끝나갈 무렵인 2022년경부터 수주가 늘어나자 현장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 상태로 들어갔다. 그러나 한국인 노동자들이 조선업의 저임금 고위험 노동을 거부하자 그 노동환경과 저임금 구조를 타파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둔 채 이주노동자를 채용하지 않았던가.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 없이 업계 요구에 따라 이주노동자 채용을 허용하는 계획은, 이주노동자, 그리고 함께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에게까지 사고와 과로 위험을 높일 것이 뻔하다. 고용노동부가 지금 해야할 일은 고위험,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조속히 개선하는 것이다.
2025.7.7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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