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기후정의가 곧 민생이다 대통령은 반도체특별법 거부권을 행사하고 사회적 논의를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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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기후정의가 곧 민생이다
대통령은 반도체특별법 거부권을 행사하고
사회적 논의를 열어라

 

지난 1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도체특별법이 통과했다. 여야는 이 법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노동시간 규제완화를 제외하면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는 것처럼 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사회적 투쟁을 통해 세워온 최소한의 안전 기준과 공적 통제를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기업이 산업을 무한히 확장하는 동안 노동과 생태에 대한 책임은 최소화하고, 각종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인허가 특례만을 보장하는 법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반도체특별법에는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부담을 전가하는 반도체산업의 확장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국회의 의지가 집약되어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 대규모 전력과 물을 소모하며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반도체산업의 무한 확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자원 공급을 위한 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일방적인 토지 수용과 생태 파괴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크다. 반도체산업이 유해 화학물질 노출과 장시간 노동을 통해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지속적인 피해를 남겨왔다는 점 역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산업 확장을 최우선에 두는 방식은 결국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생명과 안전을 희생시켜온 구조를 반복하게 만들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에너지 인프라 등을 이유로 지역에 산업 입지 조성 가능성을 언급하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지역균형발전’의 기회라며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앞서 살펴본 문제들을 지역에 전가시키는 방식일 뿐이다.

여야는 이 법을 ‘민생법안’이라 강조하지만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삼성·SK 재벌기업에 대한 무상지원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환원될지에 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자동화가 가속되는 산업 구조 속에서 반도체 산단 조성이 가져올 일자리 창출 효과는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고, 초장기 대규모 투자에 따르는 경제적 위험 역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다른 국가들이 공적 자금 지원과 함께 초과수익 환수나 공적 통제 장치를 병행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별다른 사회적 대가 없이 재벌 대기업에 특례만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공공성 확대를 위해 쓰여야 할 소중한 재원을 대기업의 이윤 보장에 우선 배치하는 선택에 다름 아니다. 이런 선택은 결코 민생일 수 없다.

우리에게 민생은 ‘기후정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산업 확장을 전제로 한 선택지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기후생태위기 속에서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어떤 산업을 어느 수준까지 확장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묻지마식 지원이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과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이윤을 앞세운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노동자, 시민이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갖는 민주적 통제를 행사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은 이러한 사회적 논의를 가로막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당장 거부권을 행사하라. 거부권은 사회적 피해를 막기 위한 마지막 견제 장치로, 바로 이럴 때 쓰라고 존재한다. 노동과 생태, 공공의 재정을 반도체 대기업의 이윤에 종속시키는 반도체특별법을 멈추고, 사회적 논의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어라.

 

2026. 2. 3.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81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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