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 이제 멈춰야 한다
11월 6일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로 인해 희생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 매몰되어 있는 노동자가 무사히 구조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단계 하청 구조가 또다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국동서발전이 발주한 철거 작업의 도급인(시공사)는 HJ(한진)중공업입니다. 수급인은 “코리아카코”였습니다. 사고로 매몰된 9명의 노동자 중 코리아카코 정규직은 단 한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8명은 모두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사고 당시 발주사나 시공사의 안전관리자는 현장에 없었습니다. 이윤만을 위한 다단계 하청 구조 속 위험이 하청, 불안정 노동자로 전가된 결과입니다. 건설업, 제조업, 발전소 등에서 이미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해 반복 발생된 사례기도 합니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논하며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지와 함께 LNG 및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전소 폐쇄라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다단계 하청 구조와 불안정한 노동 조건을 조장하는 고질적 구조는 여전히 공고합니다. 이러한 구조가 현장 안전 시스템의 공백과 위험의 외주화를 유발해왔음을, 우리는 이미 수많은 산업재해 및 중대재해를 통해 목도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와 7월 28일 동해화력발전소에서의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들은 각각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전KPS의 하청업체, 동서발전의 하청업체인 (주)영진 소속의 단기 노동자였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및 운영 단계, 재생에너지 건설과 운영 그 어떤 과정에서도 노동자의 피를 요구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발전소를 비롯한 수많은 현장에서 이윤만을 위한 다단계 하청 구조와 공사 기간 단축 압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미필적 고의에 인한 살인”입니다.
사망한 노동자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비극을 이제는 막아야 합니다. 공사기간 단축 압박이 노동자들을 위험 작업으로 어떻게 내몰았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합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만들어내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이제는 끝장내야 합니다. 충분한 인력 확보와 정규직화를 통해 안전한 노동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울산발전소 해체 과정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투쟁에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2025년 11월 11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