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반도체특별법 강행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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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반도체특별법 강행 중단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반도체특별법은 현재 법사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노동권과 건강권, 물과 에너지, 재벌 특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일방적 지원으로 가득해 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특별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올해 2월 27일 국회에서는 반도체 기업의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조원 가량의 법인세를 감면받는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가 2024년 12월 26일 계엄 선포와 내란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원래 계획보다 3개월이나 앞당겨 지정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지 1년 9개월 만에, 예비타당성 조사와 계획 검토 과정이 생략된 채 국가산단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 무리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중단하고, 필요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

첫째, 노동권과 건강권의 문제다. 반도체 생산에는 산업에는 수백 수천 종류의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된다. 2015년 반도체 사업장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밝히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도 545종에 이르며, 이 중 발암성 물질이 53종, 생식독성 물질이 29종에 달한다. 또한 유해성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신규 화학물질이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은 영업비밀과 경쟁력을 주장하며 화학물질 유해성 검증을 회피한다. 방사선 설비 사용으로 인한 위험성도 있다. 그 결과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백혈병, 각종 암, 희귀질환으로 병들고 죽어갔다. 유해 작업이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되면서 위험의 외주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반도체고등학교까지 지어진다. 반도체 고등학교, 반도체 특성화 대학교와 대학원 등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반도체특별법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30만명이라는 대규모 산업인력 육성 계획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안전보건에 대한 경각심과 대책은 전무하다.

둘째,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물을 소비한다. 2g짜리 반도체 칩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600g의 화석연료, 700g의 가스, 72g의 화학물질, 무려 32000g의 물이 필요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35년 이후 필요한 공업용수가 하루 17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서울시 전체의 하루 물 소비량의 약 60%에 달하는 양이다. 현재 한강권역의 여분의 물을 모두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하루 100만톤의 물이 부족하다. 반도체 공장을 위해 물을 전용하거나 추가로 댐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 공급은 반도체 클러스터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셋째, 반도체 산업은 많은 에너지와 물질을 필요로 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은 삼성전자의 국가산단 10GW, SK하이닉스의 일반산단 6GW 등 총 16GW에 달한다.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수요가 약 40GW인데 이의 40%에 달하는 엄청난 전기가 추가로 필요한 것이다. 반도체를 더욱 많이 만들 수록 에너지와 물질 소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게 된다.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예측도 불가능한 2050년까지의 초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산업단지와 전기공급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산업 재생에너지 우선 공급을 주장한다. 그러나 누가 먼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느냐와 상관 없이 전체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발생량도 덩달아 늘어난다.

넷째, 대기업에 대한 특혜와 사회적 공공성의 문제다. 정부와 여야, 지방자치단체는 세금 감면과 금융 지원, 용수 및 전력 공급 등 산업단지 인프라 지원으로 반도체 기업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려고 한다. 환경부는 2023년 첨단산업단지를 “선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환경 규제와 환경영향평가의 완화를 선언하고,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반도체특별법에는 대통령 산하 ‘국가반도체위원회’를 만드는 등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반도체 기업에 대한 막대한 공적 지원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 경우에도 지원금액에 대한 환수 조항이 없다. 지금과 같이 일방적으로 특별법과 클러스터가 추진된다면 노동권, 건강권, 생태계 문제는 뒷전으로 은폐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과 대기업에 대한 특혜 제공이 강요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이전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전체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반도체 산업 공장을 추가적으로 건설하고 가동하면 전력 수요가 증가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비중이 적은 가운데 반도체 공장에 이를 우선 공급하면, 그만큼 다른 부문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할 수가 없다. 제한된 국토와 생태 수용력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 그리고 노동과 건강권, 물, 기업 특혜 등 반도체 산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반도체 공장이 분산되어 있는 대만에서 2021년 TSMC에 필요한 물이 부족하자 대만 정부는 100만 가구에 물 배급제를 실시했다. 이걸로도 모자라 대만 농지의 5분의 1에 달하는 7만4000㏊에 물 공급을 중단했다. 반도체 산업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악화를 중단하고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산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통과시키려는 반도체 특별법에는 반도체 산업의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산업을 위해 행정적,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아낌없이 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외 48명)이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에는 심지어 ‘반도체 특구 입주업체의 사용주와 근로자는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 법률상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노동자의 기본권마저 박탈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기본권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가득한 반도체 특별법 처리를 중단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 처리를 중단하라!
일방적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라!
노동자 기본권과 건강권 훼손, 기후위기 악화, 대기업 특혜로 가득찬 반도체 산업 지원 중단하라!

 

2025년 10월 17일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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