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일률적인 속도에 맞서 서로 다른 속도로, 함께 노동하며 살아갈 권리를! – 함께 달을 보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에 함께하며

활동소식

일률적인 속도에 맞서 서로 다른 속도로, 함께 노동하며 살아갈 권리를!
함께 달을 보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에 함께하며

컨베이어벨트와 같은, 이윤을 위한 속도의 강요에 함께 저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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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년 1월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가 추락하여 사망한 참사가 있었다. 죽음으로 촉발된, 지난했던 이동권 투쟁은 20여 년이 지나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동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비롯한 많은 동지들은 “장애인도 이동하고 노동하며,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함께 살고 싶다.”라고 외쳐왔다.
투쟁으로 만들어낸 변화는 한편으론 실질적이었으나, 다른 한편으론 이윤과 효율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시혜적이었다. 예를 들어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시외버스의 경우, 현재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고속버스는 서울-당진 노선 단 2대, 시외버스 노선은 단 한 대도 운행되지 않고 있다. 광역버스의 저상버스 의무 도입 역시 2027년까지 유예된 상태다.
2021년 12월부터 진행된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은 ‘수익성, 예산 부족’이라는 정부의 변명을, 자본주의의 이윤과 생산성, 일률적이고 빠른 속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일터를 포함한 일상의 공간에서, 컨베이어벨트와 같이 너무나 익숙하여 당연하다 여겨왔던 속도의 강요와 이에 대한 저항도 보여주었다. 장애인 동지들이 이동하지 못하거나 일터에서 다치는 이유가 휠체어를 타거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 아니라, 부족한 예산과 몸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환경 때문이라는 점 역시 드러냈다.
이러한 속도의 강요는, 지하철, 버스, 기차 등 이동 수단을 포함한 일터와 일상의 공간에도 작용하고 있다. 자본은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연료 삼아 공장, 물류센터 등을 365일 밤낮없이 가동해왔고, 노동자들은 그렇게 가속된 무한 생산과 유통의 속도에 따라감을 요구받아왔다. 이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노동자는 일터를 떠나야 했고, ‘적응’한 것처럼 보였던 노동자의 몸과 마음에는 사고와 질병, 과로사 등이 나타났다.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기준으로, 노동자 현장 통제를 통해 천천히, 적게, 안전한 일터를 요구해왔던 건강권 투쟁이 전장연의 이동권 투쟁과 함께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하철을 포함한 많은 현장에서 함께 투쟁하자!
작은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많은 노동자들이 휴게실이나 노동시간, 안전교육 및 장비, 작업중지권 행사 등에서 배제되고 있다. 20인 미만 사업장에서 휴게실 설치 의무가 제외된 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2024년까지 적용 유예된 점 등이 그 예시다. 이렇게 더 작은 곳으로 전가되는 위험은 또한 더 취약한 위치의 사람들에게 작용하고 있다. 9,000여 명(2020년 기준)의 장애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이들의 평균 임금 2020년 기준 37만 1,790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비율이 전체 장애인 노동자의 73.7%(2021년 기준)이라는 점 등에서 이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장연 등 많은 동지들은 “장애인 노동자들은 평균적인 생산성에 미달하니 임금을 덜 받아도 된다.“에 대해 지속하여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일터와 일상의 공간에서, 평가하고 서열을 매기며 “어떤 이유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도 되는 누군가”의 구분 짓기에 대한 문제 제기다. 서로 다른 몸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자는 이야기기도 하다.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아 적용 예외를 둘 수 있다고 말하는 최저임금법 7조 폐지와 함께, 교통을 포함한 모든 일상의 공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함께 고민하자. “수익이 부족하여 임금을 줄 수 없다, 예산이 부족해서 안 된다.”를 전제로 받아들이지 말자. 우리의 전제는 서로 다른 몸과 속도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서울 지하철이 이동권 투쟁의 직접적인 현장이다. 동시에 이동권과 건강권 투쟁의 현장을 이곳으로만 한정 짓지 말자. 모두가 평등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권리 확보를 통해,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는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수단뿐 아니라 일터에서, 일상에서의 많은 배리어를 함께 바꿔나가며, 자본이 노동 통제의 일환으로 조직적으로 조장하는 ‘익숙해서’라는 감각을 함께 문제 제기하며 바꿔보자.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전장연의 함께 달보기 투쟁에,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투쟁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함께할 것이다.

2023년 2월 13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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