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장시간 노동 과로 부르는 정치권의 ‘화이트칼라 면제’ 시도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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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민의 힘(고동진 의원 대표발의)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의 국가첨단전략 산업의 업종 중 연구개발 등’에 대해서는 노동시간을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국민의 힘(이철규 의원 대표발의)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당론으로 채택까지 했다. 이 법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종사자 중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 중 근로 소득 수준, 업무 수행방법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ㆍ야간 및 휴일 근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작년 윤석열 정부가 ‘개혁’이라며 내세운 주 69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폐기되었지만 국민의 힘은 반도체 산업에서 다시 장시간 노동 불씨를 살리려 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내왔지만 경총을 만난 이재명 대표가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정해 놨더니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영역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노동자들에게도 불리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며 “만약 그런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노동시간 개정 가능성을 내보였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1주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다. 그리고 당사자 합의 하에 주 12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연장할 수 있다. 이미 주당 노동시간의 30%인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해 유연화되어 있다. 그런데 정치권은 마치 주 52시간이 기본인 것처럼 말하며 이보다 더 유연화하겠다고 한다. 노동자의 몸을 늘리면 늘어나는 고무줄로 보고, 노동자 건강, 과로는 정치인들의 고려 사항에 없음을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작년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에 대해 더불어 민주당은 “지금의 윤석열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주 52시간 시행을 통해 줄여가던 근로시간을 전면 부정하고, 연장 근로를 사실상 적극 권장하며, 특정 주에 휴일근로까지 하는 경우 주 80.5시간의 살인적 노동을 할 것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주 52시간제가 마치 최선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문제지만, 작년에 정부를 향해 비판 입장을 낸 민주당이 스스로를 부정하고 반도체 연구직 노동자들에게는 주 5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열며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반도체 연구직 노동자들은 특별히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몸을 지니지 않았다. 이미 장시간 노동을 하고있는 한국 노동 현장에서, 위 두 법안은 노동자 건강을 볼모로 사업주가 원하는 대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이후 다른 업종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자 과로사가 발생한 게임업계에서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그나마 노동시간이 단축되었다. 그런데 반도체 연구직에서 다시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허용한다면 게임업계 과로사가 반도체 연구직에서 발생하지 않겠는가?

노동시간 개편은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방향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자 시간 주권을 보장하며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위 두 법안에 노동자의 시간 결정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직 사업주의 결정권만 있을 뿐이다.

국가 경쟁력이 노동자 과로에서 나온다면 이를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나? 반도체 첨단 연구직 등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에 몰아넣으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 논의할 일은 주 52시간 이상 허용이 아니라 최대 노동시간을 주 48시간 아래로 줄이는 것이고, 모든 노동자를 여기 포함시키는 것이다. 노동자 건강권 고려 없는 반도체 장시간 노동 개편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

2024.11.14.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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