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기사 연재] 이재명 정부 9.15 노동안전 종합대책 진단 평가 ① 산재사망 대책을 넘어, 일하는 사람 모두를 위한 산재예방 정책 수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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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9.15 노동안전 종합대책 진단 평가 ①

산재사망 대책을 넘어, 일하는 사람 모두를 위한 산재예방 정책 수립으로!

필자: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1. 사망사고 감축에 초점을 둔 ‘1차 대책’의 한계

산재사망 감축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온 이재명 정부가 지난 9월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대책이 “중대재해를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 해결에 중점을 뒀다”고 밝혀, 대책의 초점이 사망사고 및 중대재해 예방, 즉 ‘안전’ 문제에 집중되어 있음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이 대책은 ‘산재사망 감축’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최우선 목표로 한 이재명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 ‘1차 대책’이다.

이 대책이 ‘1차 대책’인 이유는 정부 스스로 후속 과제로서 ‘산재예방 5개년 계획’ 수립을 명시하고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정부들이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이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등을 통해 안전뿐 아니라 ‘보건’ 영역까지 포괄하는 총괄적인 방향을 제시했듯이, 향후 보다 포괄적인 과제를 담은 ‘산재예방 종합대책’이 발표될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가진 한계가 후속으로 수립될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통해 보강되어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추진되기를 바란다. 산재예방 대책이 산재사망 대책에만 집중되어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산재예방 대책은 단순한 사고 예방을 넘어서는 정교하고 복합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경제의 확산, 극심한 성과 압박, 일터 괴롭힘과 과로 등 정신 건강 문제, 신종 직업병, 폭염·한파 등 기후 위기에 따른 상시적 위험에 노동자들이 노출되어 있다. 또한 기존 제조업/남성/정규직 중심의 대책이 포괄하지 못하는 고령/이주노동자 및 비가시화된 여성/퀴어 노동자 등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1. 평가에 앞선 전제: 관점의 차이와 진전의 요소

동일 사안에 대한 평가는 누가, 언제, 어떤 위치에서, 어떤 관점으로 실시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평가 또한 그렇다.

예를 들어, 이번 대책은 ‘OECD 평균 수준으로 산재사망 사고율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과거 정부들의 비현실적인 감축 목표에 비해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의지만으로 산재 사망사고가 줄어들지는 않는 현실에서, 전 사회적인 안전보건 역량 수준에 비춰본다면 이 목표조차 과도하게 설정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2-1. 동일 선상의 평가가 어려움

이재명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과거 정부들의 ‘산재예방 종합대책'(혹은 ‘중대재해 감축로드맵’)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대책은 ‘안전’에 편중되어 있고 ‘보건’ 영역을 담지 않아 포괄 대상과 범위 등 형식적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사적 관점, 즉 과거 정부들의 정책 흐름과 비교하여, 이번 대책 역시 기존 정부들이 보여준 한계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2-2. 대책에 담긴 차별점과 진전의 요소

다만, 바로 직전의 윤석열 정부와 비교해보면 이번 대책이 지닌 차별성은 뚜렷하다. 윤석열 정부가 일터의 안전보건 정착의 핵심 파트너인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불온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이재명 정부는 이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동자가 산재예방의 당사자이자 주체임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비록 선언 수준이지만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행동할 권리를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였다.

또한 다층적인 노·사·정·전의 요구와 제안을 수렴하여 일부 수용·반영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한계 또한 뚜렷하다. 각기 다른 이해에 기반하여 제출된 요구를 정부가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선별적으로 조합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민주노총 등 주요 노동조합이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우선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책의 구체성 결여를 꼬집으며 현장에서의 작동성에 의구심을 표현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2-3. 단기 과제 중심 접근의 한계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5년 단임/대통령제라는 정치 구조의 한계가 투영된 산물이다. 이는 한국사회 안전보건 철학과 중장기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치적으로 삼고자 하는 역대 정부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게 만든다. 따라서 대책의 서두에서 구조적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가시적 지표(사망 감축) 개선에 상당 부분 무게 중심이 쏠렸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번 대책은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이전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힘주어 강조한 감독·행정에 기반한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사후적 경제적 제재 강화 부분이 특징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분명 필요한 조치이나, ‘예방’이라는 본질적 목표보다는 ‘사후 처벌’에 방점이 찍힌 접근이라는 한계를 내포한다.

 

  1. 전략적 접근과 구조적 진단의 부재

단기 성과 중심의 접근은 필연적으로 구조적 진단과 장기적 전략의 부재로 이어진다.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이러한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3-1. 기존 대책에 대한 평가 없이 반복된 과제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제시된 세부 과제는 앞선 정부들이 추진해온 내용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명박 정부부터 이재명 정부까지 ‘사망사고 감축’과 ‘취약 사업장 지원’, 50인 미만 사업장과 건설현장에 대한 재정적·기술적 지원 강화, 위험성평가에 기초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대책이 재탕, 삼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최소한 기존 대책의 정책적 효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진단이 담겨있어야 한다. ‘왜 동일한 정책이 반복됨에도 산재는 줄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러나 평가나 분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단연코 눈에 띄는 이재명 정부만의 차별적 시도는 경제적 제재의 강화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처벌 수위의 상향 조정은 이전 정부들과는 다른 접근이다. 예를 들어,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최소 3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은, 기업의 책임을 보다 강하게 묻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3-2. 국가 수준의 산재예방 역량 진단 부족과 위험관리 전략의 부재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다양한 층위의 과제를 병렬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방향성 수준의 선언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혼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적·기술적 지원 확대를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규모 사업장 지원 확대 ▲안전·보건관리자 확충 지원 ▲지역산단 공동안전관리체계 구축 ▲선제적 기술지원 및 사후지원 ▲안전보건 교육 확대 ▲사고 비중이 높은 노동자에 대한 집중 지원 등이다.

이처럼 산재 취약 분야에 대한 지원을 기존보다 상향하고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과제를 실제로 관장하고 주도할 최소한의 행정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진단과 계획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동안 ‘한정된 행정력으로 인해 정책 효과성이 저하되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해왔음에도, 이번 대책에서도 지원 분야를 병렬적으로 확대하는 계획만을 제시하고 있어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누가, 어떻게 이러한 과제를 주도하고 현장에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은 제시되지 않았다.

더욱이, 정부는 근로감독관의 확충과 감독 물량 확대 또한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회의 산업재해 예방 역량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현실을 간과한 접근이다. 근로감독관은 사업장 노사를 대상으로 기술적·제도적·정책적 지도와 안내를 수행해야 하는 핵심 전문인력이다. 이러한 역할을 단기적으로 확충하여 수행하겠다는 계획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정부로의 근로감독 권한 이양과 민간 인프라 확대를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중대 사안이다. 오히려 장기적·단기적으로 이러한 역량과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본 연구소는 그동안 사업장 차원에서 위험을 예측·평가·진단하여 위험관리를 실시하는 ‘위험성평가’를 정부 주도하에 국가 단위로 확장하여 추진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를 ‘국가적 차원의 위험성평가’라고 명명하며, 단순히 산재취약 분야와 대상을 설정하는 것을 넘어, 국가 전체의 산재예방 역량(행정력, 전문인력, 예산 등)을 진단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설정하며, 가용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기존의 미흡한 행정력과 역량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 없이, 기술적·재정적·인적 지원 확대와 감독 물량 증가라는 ‘물량 투입’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는 정책의 효과성과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결국 정책 목표와 이를 집행할 수 있는 국가의 실제 역량 사이의 괴리를 해소하지 못한 채, 장기적인 전략 부재를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3-3. 기술적 접근의 편향성과 전략 부재

전략 방향의 부재는 기술적 해결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과 고위험 노동자에 대한 집중 지원 분야에서 이러한 기술 중심의 접근이 그대로 나타난다. 추락·끼임·부딪힘 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품목 지원,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스마트공장 확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마치 첨단기술을 도입하면 안전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처럼 인식될 위험이 있으며, 첨단기술 도입에 앞서 윤리적·철학적·기술적 표준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실제로 첨단기술이 안전을 명분으로 2015년을 전후로 산업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건설업과 제조업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기술이 노동자의 위험 통제 권한을 보조하기 보다는, 안전을 앞세워 노동자를 감시·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해 현장의 반발을 불러왔다. 단적으로 일터에서 안전의 주체가 되어야 할 노동자가 이러한 정책 하에서는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더불어 기술적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장비들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첨단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전략적 방향 없이 첨단기술만을 도입하는 것은 산재 예방의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고, 책임을 기술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 도입에 앞서 반드시 윤리적, 철학적 검토가 사회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며, 기술이 노동자의 위험에 대한 통제 권리를 뒷받침하고 현장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3-4. 인적 접근 중심의 반복과 책임 전가의 위험

이번 대책에서는 기술적 접근의 편향뿐 아니라 인적 접근 중심의 안전대책도 확인된다.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안전교육 확대,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의 항목이 대표적이다. 이는 개별 노동자의 인식과 행동 변화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노동자 개인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이륜차 교통 위반 집중 단속—예컨대 안전모 미착용, 과속, 신호위반, 불법유턴 등—이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리더’를 통한 교육 실시 방안에서 이러한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위험한 작업을 강요하는 구조적 요인(배달 플랫폼의 압박, 차별적 고용구조, 공급사슬 말단으로 전가되는 유해위험)을 개선하기보다는, 노동자의 행위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으로, 산재예방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

노동자의 불안정한 행동을 교정하여 산재 예방이 가능하다는 전근대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가 위험의 예방과 통제의 주체로서, 유해·위험 정보에 투명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알 권리, 참여할 권리, 행동할 권리(작업중지권) 등 안전보건 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결국 인적 접근 중심의 대책은 교육의 양적 확대에 그칠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와 주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를 보호의 대상이자 객체가 아닌, 안전보건의 실질적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산재 예방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3-5. 법제도 변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과제와 그 한계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제시한 상당수의 과제는 법제도의 변화에 기대고 있는 있다. 이는 제도적 기반 없이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법제도 변화 자체가 갖는 불안정성과 정치적 저항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경영계를 비롯한 기존의 보수적 이해집단, 또는 안전보건 행정과 규제 자체를 일관되게 반대해온 세력들의 반발과 저항은 충분히 예상되는 바이다. 이러한 저항은 정책의 집행력을 약화시키고, 제도적 개혁의 동력을 소진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안전보건 철학의 정립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내외 경제위기나 정치적 불확실성—예컨대 트럼프 집권 이후의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 등—이 겹칠 경우, 정책의 방향이 후퇴하거나 외부 요인에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산재 예방 정책이 단순히 법제도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법제도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안전보건에 대한 철학적 정립과 이에 기반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 그리고 현장 중심의 실행 전략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도 변화는 일시적 효과에 그치거나,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1. 어떻게 산업재해 예방 대책의 진전을 이룰 것인가

산업재해 예방 대책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접근을 넘어서, 중장기적인 전략과 철학의 정립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 사회의 산업안전보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4-1. 한국사회의 중장기적인 산업안전보건 전략 방향 수립

우선, 중장기 전략의 핵심은 ‘위험관리 철학’의 정립과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국가적 체계의 구축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정책의견서를 통해 ‘한국판 로벤스위원회’의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과거 영국의 로벤스위원회는 정권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위험관리 철학을 사회적으로 정립했고, “위험이 있는 곳에서 위험관리가 시작되어야 한다”, “위험관리와 통제를 위해 일터의 노사가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했다.

이재명 정부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제시한 ‘안전한 일터 특별위원회’가 이재명 정부의 임기에 한정된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의 수립이라는 당면의 과제와 노사정전의 이해를 조율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조율기구로서의 기능을 넘어, 국가의 안전보건전략의 방향을 정립하고,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산업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적 차원의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평가를 기반으로 기술, 재정, 인력 투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선행 과정을 거쳐야만 현재의 지시·규제 중심의 산업안전보건법을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안전보건법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4-2. 노동안전보건의 권리를 배타적으로 옹호하는 행정기구의 확립과 권한 부여

이재명 정부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전제로 삼았듯이, 산업재해 예방과 일하는 사람의 생명·건강 보호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적 책무이다. 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 단위에서 안전보건의 전략 방향과 실행을 이끌어갈 수 있는 주무 행정조직의 구성과 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조직은 노동안전보건의 권리를 배타적으로 옹호하는 기관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야 한다.

현재의 고용노동부는 노동정책과 산업정책의 균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이중적 책무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노동안전보건 행정은 종종 후순위로 밀려나며,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일부 부서의 역할로 축소되는 현실에 놓여 있다. 따라서 어떤 경제적·정치적 상황과 변동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행정기구의 확립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 전문성을 안정적으로 담보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의 직급을 차관급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노동안전보건 행정의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수준에서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권한과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조직 개편이나 직급 조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노동안전보건을 전담하고 배타적으로 옹호할 수 있는 독립 행정기구의 설립으로 그 방향성이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전보건 주무행정 조직이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어떤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정책의 수립, 집행, 감독, 평가 전 과정에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받아야 하며, 노동자의 참여와 현장 중심의 접근을 제도적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노동안전보건은 단순한 행정 영역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국가의 핵심 책무이다. 그 책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서, 독립적이고 권한 있는 행정기구의 확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4-3.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한 실천 방안

중장기 전략과 병행하여, 당장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단기적 성과 역시 중요하다. 이는 ‘사망 감축’이라는 지표 달성이 아니라, 노동자의 주체성과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 속에서 달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일상활동을 복원하고,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행동할 권리를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조치가 마땅히 필요하다.

우선, 타임오프(Time-off) 제도의 폐지를 통해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활동이 제약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초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타 사업장에 대한 출입권한을 제한 없이 보장함으로써, 현장 중심의 감시와 개선 활동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유럽의 노동안전대표 제도가 한국사회에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노동자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다층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일터에서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말할 수 있으며, 개선을 요구하고, 필요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산업재해 예방의 출발점이며, 안전보건의 주체로서 노동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핵심 과제이다.

 

<오마이뉴스 기사 연재>

산재사망 대책을 넘어, 일하는 사람 모두를 위한 산재예방 정책 수립으로! – 1
https://omn.kr/2g3az

산재사망 대책을 넘어, 일하는 사람 모두를 위한 산재예방 정책 수립으로!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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