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1-10 연구리포트] LG전자 케어솔루션 매니저 노동강도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사업보고서

일터기사

LG전자 케어솔루션 매니저 노동강도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사업보고서

선전위원회

 

1. 연구 배경

LG전자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계약을 맺은 고객의 가정에 방문해 정수기, 공기청정기, 의류 스타일러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관리한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핵심부품을 교체하고, 위생 관리를 하며, 제품 성능 유지를 위해 점검을 하면서 손, 손목, 어깨, 허리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근골격계질환은 흔하게 겪는 증상이다. 항상 차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 역시 상시 존재한다. 또한 고객을 상대하면서 겪는 감정노동 역시 이들에게 큰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직이라는 고용형태로 인해 정해진 근로시간 없이 무리해 일해야 하는 여건에 있었고, 회사에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2020년 5월에 설립한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는 지회 설립 당시부터 건강권 문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LG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의 노동강도와 작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노동안전보건 사업과 조직화 사업의 기획을 위한 기초 자료 축적을 위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실태조사 사업을 실시하게 되었다.

2. 설문분석

먼저, 노동강도를 파악하기 위해 관리 계정 수를 알아보았다. 계정 수란 노동자가 관리하는 가전제품 수를 뜻한다. 지난 3개월 기준 한 달 평균 계정 수는 182.56건이었고, 구간별로는 50.5%가 161~200건 사이의 계정을 처리하고 있었다. LG케어 매니저들은 기본급 없이 계정 1개당 수수료가 임금이 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계정 수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고객과 방문시간을 잡는 ‘컨택 시간’을 물었다. 1주일간 고객과 컨택하는 시간은 평균 6.11시간으로 나타났는데, 주 40시간제를 고려하면 1일 근무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스케줄 잡는 데 쓰고 있지만 임금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화장실 사용은 심각한 문제다. 하루 근무 중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15%이고, 1회 이용한다는 응답이 23.8%로 나와, 사용률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었을 때 ‘참는다’고 답한 응답자도 31.6%로 나왔다. 필요할 때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것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노동강도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를 6~20 사이 숫자로 표시하게 하는 보그지수(Borg Scale)를 활용했다. 보그지수는 평균 13.99점으로, ‘힘듦’과 ‘많이 힘듦’ 사이였다. 또한 노동자들이 판단하는 적정 노동강도는 현재 강도의 65.1% 수준으로 나왔다.

노동자들이 지난 12개월 동안 경험한 사고 종류를 중복응답이 가능하도록 물었다. 이중 부딪힘 63.5%, 절단·베임·찔림 47.2%, 개에 물림 32.9% 등이 높게 나왔다. 앞의 두 종류의 사고는, 다양한 날카로운 작업공구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기에 제대로 된 보호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근골격계질환 증상 유병률은 미국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NIOSH의 근골격계질환 자각증상 조사표를 사용해 평가했다. 근골격계질환 증상호소자(기준1)는 94.8%, 관리대상자(기준2)는 93.3%, 질환 의심자(기준3)은 76.7%로 세 기준 모두 높게 나왔다. 특히 손(손목), 어깨에서 세 기준 모두 높은 비율로 높게 나왔고, 등/허리 역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근골격계 문제는 업무 중 제품 해체나 조립, 세척 등 업무 전반에 손과 손목, 어깨 등 상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발생한다.

감정노동 수준 분석 영역에서도 심각함이 드러났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감정노동 평가지침에 근거해 묻고 응답에 따라 정상군과 위험군으로 나누었다. 여기서 ‘감정부조화 및 손상’에서 위험군이 86.8%, ‘조직의 감시 및 모니터링’에서 위험군이 82.4%, ‘감정조절의 요구 및 규제’에서 76.2% 등 매우 높게 나와 감정노동 문제 해결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3. 면접분석

면접조사에서는 LG케어솔루션지회 조합원 3명과 만났다. 먼저, 장시간 노동이 심각함을 확인했다. 노동자들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 또는 8시까지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고객 컨택 업무를 지속해야 했다. 또한 방문 약속 시간을 고객에게 맞춰야 해, 업무 자율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로부터 보호받는 제도도 전무하다.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특수고용노동자들로, 기본급 없이 자신의 계정 수만큼 받는 수당으로 월 급여가 정해진다. 많은 임금을 확보하려면 계정 수를 늘이고 무리해서 노동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일정 계정 수 밑으로 관리하게 되면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급여로 생활해야 한다. 게다가, 주 이동수단인 차량 유지비나 차량에 필요한 보험료 등을 노동자가 스스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노동자들에게 계정 수는 많아도 적어도 힘들다. 항상 차량을 이용하다보니,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편 화장실 사용이 매우 어렵다. 방문한 고객의 집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추측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항상 화장실이 있는 주변 관리사무소, 카페 등을 알아두어야 한다. 화장실을 가기보다 물을 덜 마시고 참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이 때문에 방광염 같은 병을 얻기도 한다. 화장실 사용이 어려워 발생하는 방광염, 신우신염 등도 업무상 질병임을 드러내야 할 때다.

노동자들은 중량물 취급, 부담작업 자세에서 오는 근골격계질환을 겪는다. 좁은 공간에서 불편한 자세로 반복 작업하며 허리, 어깨, 무릎 통증을 경험한다. 고객 응대나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역시 발생할 위험이 있다. 노동자들은 직수관 관리 중 화상을 입거나 작업 도구 사용 중 베이고 부딪히는 사고를 겪지만, 회사에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금(이하 ‘산재’)을 신청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내제도는 없다. 산재에 대한 최소한의 안내조차도 안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고객과 기업은 중년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이 노동을 “어디 가서 당신들이 이 돈 받고 일하겠냐”는 식으로 평가 절하한다. 그리고 이러한 저평가는 기업이 적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의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하나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로부터 보호할 책임은 다하지 않는다. 여기서 기업이 이득을 보는 건 당연하다. 이들의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대우가 필요하다.

4. 현장조사

노동자들이 실제 가전제품을 관리하는 모습을 2020년 11월, 2021년 2월 총 4차례 현장에 동행해 조사했다. 관리하는 제품은 정수기, 청소 가전, 생활 가전 등으로 나눌 수 있고 해당 제품군마다 몇 가지 제품이 있다. 냉온 정수기의 경우, 1년에 한 번 직수관 교체를 하는데, 노동자는 여러 관을 해체하고 끼울 때 손, 손목, 어깨 등 상지 중심으로 과도하게 힘을 쓰게 된다. 정수기 직수관은 고온 살균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고압 세척 시 뜨거운 물로 화상 위험이 항상 있다. 작업하는 동안에는 공구를 들기 위해 수시로 허리를 숙여야 한다. 작업 공간이 고객의 부엌이나 거실인데, 주변 정리가 쉽지 않아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어진 조건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A9 청소기 점검 업무는 바닥에 커다란 비닐을 깔고 청소기를 분해한 다음 청소기 내부의 각종 먼지와 잔여물을 제거한다. 이때 자리 정돈이 될 때까지 양쪽 무릎을 완전히 굽히고, 본격적으로 청소기 내부를 청소할 때는 양반다리로 앉는다. 일하면서도 고객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하므로 양반다리로 앉으면서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A9 청소기를 청소할 때는 업무용 미니 청소기로 내부 먼지를 빨아들이고, 청소기를 씻고 닦으며 재조립을 한다. 이때 손목을 좌우로 20~30회 가량 반복해서 움직인다. 먼지 제거가 끝나면 원 상태로 조립한다. 부품을 공중에 든 상태에서 조립하는데, 40분 이상 무선 청소기 헤드를 들고, 각종 부품도 든 상태에서 작업을 지속하다 보면 특히 손, 손목, 팔, 어깨, 목까지 통증이 생긴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작업 전 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공기청정기를 끌어올린 뒤 업무용 무선 청소기를 들어 공기청정기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필터 교체작업을 이어 한다. 또 클린부스터를 해체할 때는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어주는 작업이 이어진다. 해체 후 재조립까지 반복적으로 손목과 손가락을 사용한다. 평균적으로 좁은 범위 내에서 일하며 손가락, 손목, 어깨 등 상체를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노동자가 위 업무를 하는 데 쓰는 공구 종류는 상당히 많았다. 직수관 정수기, 얼음정수기 냉장고 작업에 반드시 필요한 젠(GEN)3 온수살균 키트의 무게는 4.14kg에 달하고 그 외 공구들이 담긴 가방 무게만 2.78kg, 3.70kg에 달한다. 모두 합치면 10kg에 육박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에 방문할 경우 가방을 어깨에 메거나 들고 이동해야 하는데, 하루에도 몇 차례씩 차량에서 고객 집까지 이동하게 된다. 가벼운 공구 여러 가지를 들고 이동하며 어깨나 허리에 계속 부담을 받게 된다.

5. 결론 및 제언

오전 9시부터 밤 8~9시까지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기본급이 보장되지 않는 임금체계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빠른 속도로 몸에 무리가 갈때까지 일을 하게 된다. 일주일에 6일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가 절반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하루 적정 노동시간 쟁취뿐만 아니라 주 5일 근무 쟁취를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설문조사를 통해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선 휴게시간 확보와 이동/방문 노동의 특성을 갖고 있는 LG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이 쉼을 안전하고 편하게 보장 받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개선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하루에도 10가구 가까이 방문하며 많은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기 때문에 과도한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성희롱, 성폭력 위험도 높다. 하지만 회사에는 보호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온전히 노동자 개인이 감당하고 있다. 위험을 감지하거나 예상하게 되는, 혹은 노출된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고객 집을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거부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혹은 2인1조 작업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안전보건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사업으로 기획할 수 있는 안정적인 담당자 선임이 중요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LG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매우 높고 근골격계질환 역시 심각하며, 각종 사고와 감정노동, 폭력 위험에도 노출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노동자들의 사고 및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식되고, 인정받을 수 있게 할 활동이 필요하다. 이런 활동은 LG케어솔루션 업무의 특징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예방 활동을 위한 안전보건에 적극적인 사업주의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측에 공식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가전제품 관리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 역시 필요하다. ‘관리’라는 업무의 성격과 여성의 고유 업무로 여겨지는 가사 내 서비스라는 인식이 갖는 여성 노동의 저평가 문제를 LG케어솔루션지회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운동,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함께 제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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