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1-12&2022-1 지금 지역에서는] 당신의 일터는 안전합니까? 도전! 책 이어읽기

일터기사

당신의 일터는 안전합니까? 도전! 책 이어읽기

진유진 사단법인 안산노동안전센터 운영위원

 

회원들과 함께 한 책 읽기 프로젝트

코로나로 모이기도 어려운 시기, 안산노동안전센터에서는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책 이어읽기’ 사업이 제안되었다. 마침 가을도 되었고 현장도 살짝 여유가 있는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큰 욕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당신의 일터는 안전합니까? 도전! 책 이어읽기’라는 제목으로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한 달 반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로 도서를 지정했다. 현장의 노안부장 및 회원들이 먼저 이 책을 읽고 동료에게 전달하여 이어읽기를 하면서 인증샷과 감상평을 메일이나 문자로 보내는 형식이었다. 이중 우수 감상평은 시상도 하기로 했다.

도서 선정이 쉽지 않았다. 현장에서 책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읽기 편한 책이면서 내가 일하는 현장뿐만 아니라 다른 현장의 안전문제도 함께 접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하고 싶었다. 그동안 발간된 책들을 주문하고 읽어 보기를 반복했다.

결국 <굴뚝속으로 들어간 의사들>로 선정되었는데, 이유는 쉽고 짧게 산업재해의 역사 속의 주요한 사건들이 단락별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상황과 과정을 통해 현장의 고통과 어려움을 알 수 있으면서 너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산업재해의 고통 속에서 현장 노동자가 알 수 없는 전문적인 식견과 견해로 우리 곁에 함께하는 든든한 지원군, 직업환경의들의 활동을 접하는 책이라는 것이 좋았다.

도서가 선정되고 막상 판을 벌이고 나니 이 사업이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조합원들이 직접 책을 사서 볼지, 일하면서 책을 읽고 감상평을 보내줄 수 있을지 고민이 생겨났다. 걱정만 할 수는 없어 사업장으로 회원과 노안부장님들께 사업을 홍보하고 도서 대여도 하러 다녔다. 걱정과는 달리 책을 대신 주문해 달라는 사업장들이 생겨났고 다행히 감상평도 한 두 편 씩 접수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 반이 흘러 11월 15일 13편의 감상평과 21명의 인증샷이 접수되었고, 이제 우수상 3편과 장려상 3편 참가상 26명 시상만 남아있다.

 

감상평 속 노동자들 이야기

감상평에 글쓴이의 속 깊은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살기 위해 일하는 현장이 죽음의 현장이 된 현실에 마음 아파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현장 노동자와 함께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기회를 준 동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내용들도 많았다. 감상평에는 책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 현장의 문제들을 진솔하게 담고 있어 감동적이었고 덕분에 우수상을 선정하기가 어려웠다. 애초 우수상 3편에 더하여 장려상 3편을 더 선정하기로 했다.

마무리가 좀 아쉽긴 했다. 코로나 시대가 아니라면 북콘서트를 준비해 저자와 참가자들을 모시고 책을 쓰게 된 동기와 감상을 나누며 우수작 발표와 시상을 하며 축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만 참여해주신 분들을 보며 앞으로 조금씩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지역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한 약속

안산노동안전센터는 2016년 11월, 민주노총 안산지부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안산 지역의 모든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할 권리를 위해, 스스로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여 만들어진 기관이다. 창립한 지 이제 만 6년 차에 들어가고 있다. 전국에서 선례가 없는 사업이라 가는 길이 어렵고 외롭다.

반월시화공단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97%가 넘고 불법파견과 이주노동자가 많다. 이들 대부분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된 법의 보호조차 받고 있지 못하며 안전이라는 말은 멀기만 해, 다치기라도 하면 바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 안산노동안전센터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리며 안전은 권리임을 확산하는 홍보사업을 주로 해 왔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많다. <도전! 책 이어읽기> 사업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되었고 내년 사업의 밑거름이 되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상평 중 일부의 내용을 공유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굴뚝속으로 들어간 의사들뿐 아니라 우리도 일상에서 그 의사가 되어 아프고 힘든 노동자들이 없도록 고민하고 행동하는 노동자가 되어야겠다. 그래야 이 세상이 조금은 살만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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