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2-2 알아보자, LAW동건강]
6월 가사근로자법 시행,
가사노동자 실질적 노동권 보호 가능할까?
박경환 회원, 노무사
지난 2021년 5월 21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약칭 ‘가사근로자법’, 본 글에서는 ‘가사노동자법’으로 칭한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6월 15일 국무회의에서 법령 공포를 마쳤다. 법의 시행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인 올해 6월 16일이다.
노동법 적용 제외였던 가사노동자
그동안 가사노동자는 노동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못했다.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남녀고용평등법, 최저임금법에서는 ‘가사사용인’에게는 법적용을 제외하고 있었으며 산재보험법, 퇴직급여법, 고용보험법에서는 ‘가구 내 고용활동’을 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953년 제정 이후 약 70여 년 동안 가사노동자에게 법 적용을 배제해왔는데, 그 이유는 가사노동자의 노동이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며 이에 행정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가사노동은 항상 음지의 영역에 있었고 노동법에서 정한 노동조건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노동이 이루어졌으며 사회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가사노동자도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만큼 다른 노동자와 차별할 이유는 분명하지 않았다. 이에 가사노동자에게도 노동권을 보장해야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실질적인 법령 제·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가사노동자법의 제정이유
그러나 2011년 ILO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채택 및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비공식부문 가사근로자의 노동권 및 사회보장권 보호를 위한 권고’ 이후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사노동이 시장화되면서, 기존과 같이 가사노동자에게 노동법 적용이 배제되어 노동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가사 서비스의 품질이 제고되지 않고, 이는 이용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논리도 힘을 받게 되었다.1) 이에 가사노동에도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사노동자법이 제정되었다. 가사노동자법의 주요내용은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적용,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인증요건, 가사노동자의 노동조건 보장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2)
가사노동자법의 내용
먼저 가사노동자법에 따른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 퇴직급여보장법 등 노동법에서 적용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법 제6조) 이에 이 법에 따른 가사노동자에게는 주 40시간제, 연장근로 한도, 연장근로 가산수당,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직장 내 괴롭힘, 퇴직금, 기간제 제한 등 노동관련 법령이 적용된다. 다만, 가사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조항, 휴게시간에 대한 조항, 주휴일에 대한 조항, 연차유급휴가에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입주 가사노동자에게는 주 40시간 및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에 관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에 관한 요건도 규정되었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운영하려는 자는 ① 민법, 상법, 기타 법률에 따른 법인이며 가사노동자가 가사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안전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수단을 갖추고 가사노동자의 불편사항이나 고충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법 제7조) 또한, ② 5명 이상의 가사노동자 고용 및 4대보험 가입,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여야 하며 ③ 대표자 외 관리인력 선임, 5,000만원 이상 자본금 보유, 전용면적 약 3평 이상의 사무실을 갖출 것 등 운영에 관한 기준을 충족(법 시행령안 제2조)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가사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제17조, 제55조, 제60조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가사노동자법에 근로계약에 관한 사항, 휴일 및 연차휴가에 관한 사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가사노동자와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 최소근로시간, 유급휴일 및 연차휴가, 가사노동의 종류와 내용, 근로제공 가능일 및 가능시간과 근로제공 가능지역 등을 명시하고, 근로계약서를 가사노동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법 제14조) 한편,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가사노동자에게 1주일에 15시간 이상의 최소근로시간을 보장하여야 한다.(법 제15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최소근로시간인 1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로시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매출액이 30%이상 감소하거나 감소 추세에 있는 경우 등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이다.
가사노동자법 제16조에 따르면 가사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 연차휴가에 준하는 수준의 휴일, 휴가가 보장되고 이 기간에 지급할 임금은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지급한다.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수준”에 대해서는 시행령 안에서 주휴일 및 관공서 공휴일, 대체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도록 하고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와 동일 수준의 휴가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사노동자법 제정으로 실질적인 가사노동자 보호 가능할까
가사노동자법이 제정되었으나 이 법이 실질적으로 가사노동자 보호 기능을 하기에는 갈 길이 멀고 실무적인 문제에 직면해있다.3) 먼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이 가사서비스 기업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이 법의 제정이유 중 하나는 기존 직업소개 방식으로 제공된 가사서비스 시장을 공식화하고자 함에 있다. 2020년 6월 기준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소개소는 약 3,400여개이고 노동부 연구용역 등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5년간 10~30%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동부 최대 예상치를 감안하더라도 1,000여개 사업장에만 가사노동자법이 적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2,400여개의 가사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기존과 같이 직업소개 방식으로 가사서비스를 알선하게 될 것이고, 이들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하도록 하는 유인방안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법으로 인해 가사서비스의 공식화 목적이 충분히 달성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최소근로시간 미준수에 대한 제재가 미흡하여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가사노동자에게 1주 최소 15시간의 근로시간을 보장하여야 하는데, 이는 비정형 근무의 특성을 갖는 가사노동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일 최소 근로시간 미만으로 실 근로시간을 설정할 때, 그에 대한 제재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및 시정명령 미이행 시 인증취소에 불과하다. 실효성 있는 제재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나아가 실 근로시간이 최소 근로시간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장에서는 실제 노동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최소 근로시간만큼의 임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주장과 실제 노동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입법적으로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 하였다.
근로기준법에서 처음 가사노동에 대한 법 적용이 제외된 이후 약 70여년이 지나서야 가사노동자법이 제정되었다. 가사노동자들의 노동 또한 다른 노동자의 노동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보호는 진작 노동법 체계 내로 들어와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가사노동자법이 시행되면 어느 정도 노동권 보호는 가능하겠으나 이 법의 한계도 명확하다. 이 법의 한계로 인하여 현장에서는 법 적용에 많은 좌충우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의 요구가 묻히지 않고 향후 이 법의 개정 및 실질적인 가사노동자의 권익 향상에 반영이 되길 바란다.
1)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이유 참조
2) 법의 일부내용은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으로 위임되어 있고, 2022.01. 현재 시행령·시행규칙(안)은 입법예고 후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되었다. 시행령·시행규칙 시행 이전에 그 내용이 변경될 수 있으나, 여기에서는 시행령·시행규칙(안)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3) 권오성, 박소희 (2020). 가사노동자 보호에 관한 연구. 노동법포럼, (31), 143-163 를 참조하여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