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2-2 연구리포트]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노동환경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일터기사

[일터 2022-2 연구리포트]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노동환경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김다연 상임활동가

건축물의 대형화, 복잡화에 따라 타워크레인의 사용 빈도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으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대형 인명사고를 발생시키는 주요 기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그에 따라 안전사고의 비중이 높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 무인 타워크레인에 대한 주목과 사고 예방대책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유인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의 노동환경 및 건강실태는 상대적으로 관심 밖의 영역이 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본 연구는 2021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이하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의 노동환경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의뢰에 따라 진행하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실태조사 결과와 결과에서 도출한 과제를 단기 및 중기로 나눠 제시하려 한다.

1. 단기적과제

● 근골격계 질환 등 타워크레인 조종 업무관련성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치료받을 권리 확보를 위한 타워크레인 분과 차원의 전략 수립 필요

설문조사 결과 ▲허리를 제외한 근골격계 질환 50.9% ▲허리 근골격계 질환 33%의 유병률을 보일 정도로 타워크레인 조종 업무가 근골격계 질환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악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근골격계 질환 이외에도, 태양광에 노출되거나 긴장 상태에서 지상 작업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유발하는 ▲눈 피로로 인한 시력저하(27.7%), 조종실 내에서 급하게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 횟수를 줄이기 위해 식사를 건너뛰는 등 불안정한 식사를 원인으로 한 ▲위장관 운동 질환(16.3%), 현장 지시를 정확히 받기 위해 최대한 볼륨을 올려 두는 무전기 소리와 타워크레인 자체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인한 ▲청력저하(13.9%), 장시간 앉아있어야
하고, 화장실을 사용할 충분한 시간과 장소가 주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치질(11.5%), ▲방광염을 제외한 비뇨기계 질환(10.1%), ▲방광염(5.5%)등 다양한 업무 관련성 질환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방광염이나 신우신염 유병률은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남성은 27배, 여성은 4배 이상 높은 현실이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하여 타워크레인 조종업무가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업무 관련성 질환을 내·외로 사회화하고 알려낼 필요가 있다. 조합원 내부를 향한 과정은 현재까지는 소극적으로 시도된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받을 권리를 확장’하기 위한 과제와도 이어진다. ‘질병 드러내기’와 ‘제대로 치료받기’는 노동환경과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가 경험하는 근골격계 질환만 보더라도, 이는 단순히 조종 업무 본연의 특질에만 기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기지개도 펼 자리가 없을 만큼 좁은 조종실, 노후화 된 채로 방치되어 조종 중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현장 안전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타워크레인도 안전점검에서 정상 장비로 승인하는 현실, 기초공사시 밥 먹을 시간도 채 없을 만큼 휴게시간 확보 없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공사 등 여러 요인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사업주와 정부를 향해서는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의 직업성 질환들을 드러내고, 이 질환들을 만들어내는 요인들을 제거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라고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간공학적인 조종실 설계 기준을 마련한다거나, 현재 지브와 마스터만 포함하고 있는 타워크레인 검사 항목에 쾌적한 조종실을 위한 최소 기준 등을 포함시킬 수 있다. 또한 퇴출되어야 할 타워크레인과 정상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의 타워크레인을 구별할 수 있는 안전점검 기준을 확실하게 수립하고 그 기준을 벗어나서 위험한 장비도 사용 승인을 내는 공무원은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주가 공사기간 산정 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지상 현장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 대안과 대책이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사고요인들을 적극 알려내고, 실질적 개선을 요구

질병 뿐 아니라 사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사다리는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이 조종실로 진입하기까지 가장 많은 불안감을 느끼는 구간이다. 조종실로 이동하기 위해 조종 노동자들은 좁은 사다리를 맨 몸으로 올라가야 한다. 악천우에 노출된 사다리는 그 자체로 사고를 유발한다. 하지만 승강기나 구름다리처럼 사고와 그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적합한 방법들이 이미 있지만 큰 사고 위험성까지 있는 요인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이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들을 제거해나갈 수 있도록, 질환과 더불어 조종 노동자가 경험하는 사고 유발 요인들도 사회적인 이슈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 노동재해가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사고 트라우마 치유 지원체계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건설현장의 노동안전보건관리체계 수립 시 반드시 포함하도록 해야

건설현장은 노동 현장에서 동료의 죽음이나 심각한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확률이 높고, 그만큼 트라우마를 겪을 위험성도 상존하는 곳이다.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의 경우 56.1%에서 년 1회 이상의 재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했음이 확인되었고, 우울증상자의 경우 11.4%로 일반인구 집단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혼자 개인적으로 그 정신적 고통을 견디고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런 정신적인 어려움이 자칫하면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의 업무 능력에 대한 평가에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노조 내에서 공식적으로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따라서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을 위해 사고 트라우마 치유 지원 대책은 건설노조 차원의 중점 요구사항으로 드러내야한다.

● 부실한 안전교육의 변화, 내실화를 정부·사업주에 요구

타워크레인 조종사 교육은 지게차, 기중기, 이동식 콘크리트 펌프, 쇄석기, 공기압축기 등 다양한 건설기계를 포함한 하역운반 건설기계 조종사 교육으로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4시간 교육 중 실질적으로 타워크레인을 다루는 시간은 매우 짧다. 본 연구의 설문조사에 안전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보통 이하로 답한 이들이 91.6%에 달한다. 또한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은 공사기간에 대한 압박 하에, 빠른 작업 시작을 위해 TBM(Tool Box Meeting, 건설 현장소장 또는 관리감독자가 작업자들에게 그날의 업무를 지시하고 위험 예방을 위한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회의 시간을 뜻함)에도 참여를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민간위탁교육기관에서 진행되는 내실없는 안전교육, 그러한 기관을 용인할 정도로 교육 질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그리고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이 TBM에도 참여를 못 할 정도로 공사기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민간위탁교육기관의 선정 및 관리방식의 분명한 개선, 건설기계 일반이 아니라 기종에 맞는 실질적인 맞춤형 현장 교육으로 재편, TBM 참여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 여성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조합원 이해 증진 활동 전개

여성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은, 한 명의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가 아니라 ‘여성’으로 우선 가시화되면서, 개인의 특성이 여성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 집단 전체의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장에서, 여성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은 ‘여성’에서 평범한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가 되기까지 선입견과 불필요한 신경전 등을 감당하며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게다가 고용 불이익의 경험 역시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에 비해 더 높은 비율로 신체적 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치료가 필요한 근골격계 증상(기준 4)에서 6개 신체 부위 모두 여성의 증상 유병률이 높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여성 차별 문제는 ‘여성’의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동등하게 대우 받는가의 문제다. 따라서, 남성중심의 건설현장에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을 조합 내에서 우선 인식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2. 중장기과제

● 건설산업 전반의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건설노조 차원의 전략 마련 필요

보고서에서 다뤄진 상당수의 문제들, 특히 안전보건에 관련한 문제는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관련된다. 타워크레인은 현장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작업 진행 시 조종 노동자들은 정해진 공사기간에 맞추기 위해 빠르게 진행되는 각 작업들에서 요청하는 바를 수용해야 한다. 이는 곧 노동자들의 작업 밀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또한 공기 단축 압박은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를 포함해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이 빠른 일 처리를 위해 위험한 작업 방식도 감행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노동강도를 낮추고, 속도는 빠르지만 사고위험이 높은 작업을 금지하기 위해 ‘8시간 노동제 도입’, ‘1시간 일하고 10분 쉬기, 휴식시간 정착’ ‘위험한 작업 관행 퇴출’ 등 대안적 요구를 공론화해 나가야 한다. 이는 단순히 몇 가지의 제도 도입에 그치는 게 아니라, 건설현장에 전반적으로 제일 가치로 여겨지는 공기 단축 그 자체에 대한 포괄적인 비판 속에서 쟁취할 수 있는 현실적 제도들이다.

● ‘임시직-불안정 고용’을 넘어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건설현장 만들기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가 노조를 통해 현장에 배치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임대사의 입김은 세다. 그러다보니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은 임대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곧 자신에 대한 임대사나 현장의 평판에 고도로 민감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노후한 타워크레인을 퇴출하거나 정비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물론, 산재신청 등 노동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인 최소한의 안전보건에 관한 권리조차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사안들조차도 임대사가 거부하다보니,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은 그런 요구들을 하는 것 자체가 내 일자리를 잃는 수준의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또한 현장의 평판 역시 중요하게 신경써야 하다보니 지상 노동자들의 작업 요구가 설사 안전하지 않은 작업 방식이거나,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가 식사를 포함한 휴식시간을 가져야 하는 때라도 일단 작업 진행을 우선하게 된다. 그래야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일을 진행하는’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당연히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건설 경기 호불황에 영향을 받고, 몇 개월이나 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업기간(한 현장 공사가 끝나면, 차후 공사 현장에 배치되기 전까지 대기하는 시간) 역시 임시계약직이라는 조건에 기반해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실업기간의 불확실성은 안정적인 가계 계획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은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과 노동을 무리해서 수용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임시직-불안정 고용’을 넘어서는 것은 타워크레인 조종 노동자들의 삶의 여건뿐만 아니라 기본 노동권, 건강권의 보장, 건설현장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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