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노동안전보건지킴이, 기대와 한계
성지민 회원
부산은 50인 미만이나 5인 미만 사업장 비율이 높은 만큼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선임의 의무가 없는 사업장이 많아 안전보건관리에 더욱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영세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부산을 만들기 위해 부산시는 2020년 ‘부산광역시 산업재해예방 및 노동자 건강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이 가장 많은 건설 분야 중에서도 안전관리가 미흡해 산업재해 발생 우려가 있는 소규모 공사장을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 등 부산시 산업재해 예방 활동을 할 13명의 노동안전보건지킴이가 21년 5월 위촉되었다. 지킴이단은 부산지역에서 노동안전보건 관련 활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한 활동가들이 위촉되어 꾸려졌다.
부산시 노동안전보건지킴이
활동 내용은 공공발주 건설공사현장인 부산시(본청, 사업소, 구·군) 발주 공사현장(120억 미만) 점검이다. 발주공사 현장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 산업안전 전반에 대한 것들을 확인하고 개선할 것을 요청한다. 지킴이단은 위촉 후 간담회를 통해 지도점검 및 유의사항 교육을 받아 점검을 나가게 된다. 사전에 지킴이단과 현장이 시기를 조율해 방문일정을 정하고 공사 자료를 받아 공사 진행 상황과 필수 서류 등을 확인한다. 이후 현장에 나가서 집중적으로 점검할 사항이나 서류와 달리 작성되어 진행 중인 사항을 확인하는 일도 한다.
지킴이단은 구조물공사, 도로공사, 관로공사, 기타 하천·공원 등 정비·조성·준설·유지관리·차량충돌·추락위험이 있는 공사,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작업, 산림녹지 정비 작업 등 각기 현장에 맞추어진 안전 점검 현장점검표 내용을 확인하고,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사진을 찍어 점검표에 첨부한다. 다만, 직접적인 감독권한이 없어 필요 조치를 서면으로 시에 보고하면 현장 확인 후 시에서 고용노동부나 산업안전공단에 감독을 요청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한계 많은 지킴이단 활동
공사장에 나가면 현장을 먼저 둘러본 뒤 점검을 진행하고 현장 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착공계, 안전관리일지, 위험성평가서 등 서류를 확인한다. 나는 작년 5월 위촉 후 현재까지 두 번 점검을 나가 네 개 공사현장을 보았다. 첫 현장에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합동으로 함께 점검을 나갔으며, 두 번째 점검부터는 지킴이들이 한 조를 이루어 나갔다. 첫 번째 현장은 구조물 건설 공사 현장이었다. 전날 비가 와서 점검 당일 작업을 하지 않아 점검할 일은 거의 없었다. 두 번째 공사현장도 구조물 건설 공사였다. 서류와 공사 진행 일정이 달랐고 공사 초기라 점검표를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세 번째는 터널도로 공사였지만 앞 단계의 공정이 끝나고 다음 공정 공사 시작을 기다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빈 터널을 둘러보는 것이 전부였다.
서류와 현장 상황이 너무 달라 지킴이단이 점검할 수 없는 현장, 점검표가 있지만 ‘해당 없음’이 난무하는 일들이 반복해서 나타나자 지킴이단에게는 의아스럽기도 하고 이렇게 점검을 나가는 것이 효과적인가 하는 답답함도 생긴다. 지킴이들이 직접 현장에 요청하기도 하지만, 점검을 나가는 관련 부서 및 사업소, 구·군의 현장 출입 협조를 위한 일정 조율, 자료 요청 등 모든 업무를 현재 부산시 인권노동정책관 내 1인이 담당하고 있다. 담당자는 지킴이단 외에도 감정노동자 보호, 이동노동자 쉼터 등 다수의 업무를 맡아서 하는 터라 지킴이단 활동에 필요한 지원 요청을 더 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부여되고 집중되는 요즘 관련 부서의 인원 충원과 전담부서 설치가 절실해 보인다.
지킴이단의 실질적 활동 기대
다행히 부산시는 최근 산업재해예방팀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에는 30명의 지킴이단을 위촉할 예정이며 그만큼의 예산도 증액했다. 더 나아가 부산지역 내 노동안전보건센터 설립을 통해 2023년에는 서울·경기와 같이 상시 지킴이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마련 중이다. 하지만 두 번째 지킴이단 점검 후 현장에 다녀온 지킴이들의 의견은 어떤지, 활동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 등을 논의할 자리는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당황스럽게도 지킴이단 업무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킴이단 구성 이후 벌써 세 번째 담당자다.
부산시가 지킴이단 운영을 어떻게 할지, 또 산업재해예방팀에서 운영하게 될지는 아직 알지 못 한다. 다만, 지킴이단이 이론과 현장 모두에 전문성을 갖춰 실질적으로 예방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현장 점검을 나갈 때 점검내용이 공사 진척 상황과 달라서 당황하지 않도록, 발주부서·기관과 함께 작업현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활동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지킴이단이 역량을 갖추고 활동범위를 넓혀서 공공기관 발주 공사를 넘어선 민간 건설현장, 제조업 현장의 안전까지 함께 점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