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2-3 알아보자, LAW동건강] 산재보험 의료기관 지정 취지

일터기사

산재보험 의료기관 지정 취지

김지나 후원회원, 노무사

 

a. 뇌심혈관계 질병 산재 인정. 주치의에게 진료계획서 제출 요청했으나 거부. 다음 외래일에 재차 진료계획서 요청. 주치의는 ‘진료계획서 놓고 가고, 2주 뒤 외래 날짜를 다시 예약하여 찾으러 오라’고 함. 최초 승인기간 종료일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났으나 받지 못함. 대학병원으로, 지정 의료기관임.
b. 직업성 암 산재 인정. 진료계획서 요청하였으나 ‘어떻게 작성하는지 모른다’고 함. 원무과 산재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고압적인 태도에 포기함. 재차 요청하였으나 ‘작성해보지 않아 모른다’고 함. 대리인이 진료계획서를 샘플로 기재해주고 나서야 제출. 대학병원, 지정 의료기관임.
c. 근골격계 질병에 대하여 기 승인받은 바 있음. 주치의에게 재요양 소견을 요청. 타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었음. 주치의는 본인이 산재 판정에 관여하는 ‘위원’이라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병원이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 과태료를 내야 한다, 수술을 해보지 않았다’며 오히려 예후가 좋지 않은 치료 방법 제시, 해당 치료 시 부작용 설명함. ‘예후가 좋지 않은 다음에는 무슨 치료를 할 거냐’고 물었으나 답변 없음. 종합병원, 지정의료기관임.
d. 직엄성 암 산재 인정. 5년 이상 비지정 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와 근처 암 전문 요양병원에서 병행 치료함. 주치의 변경 두려움과 지정 기관 중 암 전문 요양병원이 없어 찾는 것이 어려웠음. 이 과정에서 승인 이후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요양 발생,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부당이득 환수 공문이 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비 청구, 수개월 후에야 지급 됨.

산재 지정 의료기관 제도의 난점

산재법상 ‘산재보험 의료기관’(이하 지정의료기관)을 지정하는 이유는 먼저 재해 노동자의 신속한 치료와 보상, 재활, 사회복귀 촉진에 있다(산재법 제1조). 또 하나는 요양급여의 현물급여(동법 제40조)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요양 및 급여 관리의 효율을 위함이다.
산재 의료기관 지정 제도에 대한 문제 및 개선에 대한 연구를 보면, 지정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재해자에 대한 ‘행정서비스’와 ‘효율적 요양관리’, ‘도덕적 해이 견제’이고, 가장 큰 단점은 ‘진료 선택권 제한’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지정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5.6%이고, 상급종합병원 및 병원은 90%가 지정 의료기관인 반면, 의원, 치과, 한방 등은 90% 이상 비지정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1). 의료기관 수도 중요하지만 실제 지정 의료기관이 어떻게 운용되고, 재해노동자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산재보험급여는 수급권자가 ‘신청’해야만 절차가 진행된다. 지정 의료기관은 전원, 병행진료, 진료계획, 재요양, 추가상병, 장해급여 등의 신청을 대행할 수 있고 이를 주요 행정서비스로 본다. 그러나 a, b와 같은 사례는 빈번하다. 심지어 주치의가 ‘이게 왜 산재인지 나는 납득할 수 없다’며 진료계획서 작성을 거부한 경우도 있다. 산재법 제47조는 진료계획의 제출에 대하여, “산재보험 의료기관은 제41조 또는 제91조의5에 따라 요양급여를 받고 있는 근로자의 요양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중략) 진료계획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단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고, 이는 원칙적으로 재해자의 상태를 잘 아는 의료기관이 공단에 의학적 소견을 제출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볼 것이다. 그러나 진료계획 작성에 대해 재해자에 먼저 설명하는 의료기관은 없다.
c는 더 참담하다. 산재 판정에 관여한다는 ‘위원’은 재요양 소견서 대신 병원의 패널티 걱정 때문에 효과가 없는 치료방법을 제시했다. 치료 효과가 없으니 ‘효율적 요양관리’도 안 될뿐더러 효과 없는 치료기간 동안 요양기간은 더 늘어날 뿐이다. 이런 방식은 우선적 목적인 ‘신속한 치료와 보상, 재활, 사회복귀 촉진’에도 반한다.
법상, 원칙적으로 보험급여 신청을 지정 의료기관에 하도록 하고 있고, 부득이한 경우 이에 갈음하여 요양비를 지급하도록 한다. 공단이 산재 승인 이후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요양비에 대해서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근로복지공단 내부규정인 「요양업무처리규정」상 열거된 사유에 구속되어 처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법원은 승인 전부터 승인 후까지 비지정 의료기관에서 요양하며 발생한 구법상 ‘개호료’(간병비)에 대하여 요양비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2). d도 다행히 위 업무처리 규정에 열거한 사유가 아님에도 요양비를 지급받았다. 다만, 수년간 요양상태를 관리해온 주치의 및 의료기관을 강제로 변경해야 했고, 암 전문 요양기관을 찾느라 수개월 간 매달려야 했다.

재해 노동자 사회 복귀에 맞춘 지정 의료기관 제도로

지정 의료기관 제도와 관계없이 의료기관 및 의사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인식 때문이건 행정시스템이 급여 정산에만 기능하여 주 목적을 잊었기 때문이건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요양 및 보상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지정 의료기관이라고 해서 모든 기관이 산재신청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반면에 의료기관 선택권이 제한되는 점은 명확하다. 이로 인해 재해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예컨대 a와 b, c의 경우, 진료계획이나 재요양, 추가상병 등의 신청을 위해서는 ‘정해진 양식’의 의사 소견서를 필요로 하는데, 이를 최소 필요사항을 기재한 일반 소견서(진단서) 및 의학 자료만 제출하게 하여 신청이라도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 진료계획의 경우 최초 승인에 한하여 공단이 직접 요청하도록 하고 이후에는 의료기관이 제출하여 절차를 간소화 할 수 있다. d의 경우, 승인 이후라도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요양이 발생한 경우 내부규정이 아니라 법상 요양급여 범위에 해당하는 비용은 구체적인 사정을 판단하여 요양비를 지급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무엇보다 재해 노동자의 사회복귀를 위하여 적절한 치료에 전념하는, 법상 지정 취지에 부합하도록 기능하였으면 한다.

1)  산재의료기관 지정제도 개선방안(근로복지연구원)
2)  공단이 ‘요양비 지급은 산업재해보험 지정의료기관의 기관장 확인이 있을 때에만 인정되고, (중략) 한방진료비는 피고(공단)의 사전승인이 있을 경우에만 지급되는 것’이라고 하여 부지급한 처분에 대하여 “해당조직 내부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여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면서 “시행규칙 및 고시의 규정보다 상위규정인 법 제40조 단서, 시행령 제29조 제2항에 따라 요양비 지급 대상에 해당되는 이상”요양비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1998. 2. 27. 선고 97구32354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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