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2-3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일터기사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2021년 12월 호 ‘고통은 오직 가해자의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K야 힘내서 싸워보자”라는 다짐으로 마무리했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건이 빠르게 승인되었다. 승인의 결과보다는 사건 처리 기간이 불과 50일 정도 걸렸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신청인은 A사 소속으로 B센터에 파견되어 업무수행 과정에서 다수의 직장 내 구성원들로부터 괴롭힘과 성희롱 및 성추행을 겪은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중략) 지속적으로 정신과적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되는 바, (중략) 업무적 요인으로 인해 신청 상병이 발병 또는 악화되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사료되므로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 공통의 의견이다.”라고 판정하였다. 사건의 빠른 경과만큼 재해자의 마음과 몸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길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1년 1월 입사 후 4월부터 6월까지 재해자에게 강도가 심해지며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이 이어졌다. 2021년 7월초 원청 총괄책임자에 의한 성추행까지 발생한 후 뭔가 대응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7월 말경 원청 총괄책임자에 대한 형사고소를 제기하자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다수의 관리자에 의한 강도 높은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졌다. 재해자는 8월말까지 출근하며 꾹꾹 참고 견뎌보았다. 그러나 다수의 관리자에 의한 강도 높은 직장 내 괴롭힘, 성추행에 대한 2차 가해가 지속되자 재해자는 8월말 다수 관리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동료 직원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등의 피해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하며 정식조사를 요청하였다. 사용자는 재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재해자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한 후 정식조사를 위해 노무사를 선임하는 등 「근로기준법」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조사위원으로 선임된 노무사는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태도를 취하였고, 조사위원 변경을 요구하였지만 조사는 그냥 마무리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계처분을 하였으나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수위는 정직1월, 견책 등 행위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재해자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낮은 수위의 징계로 재해자의 상병상태는 도리어 악화되었다.

2021년 10월 중순경 징계처분 결과를 통보받았을 때 재해자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상병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진단서를 제출하여 유급휴가 기간을 연장하려 하였으나, 사용자는 복귀 명령을 하였다. 재해자는 “무급이라도 쉬고 싶다”는 요구를 하였으나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7일 가량 연차휴가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3주가량 무급휴직을 부여 받아 11월 말까지 쉬었다.

재해자의 경우 10월 말부터 요양신청을 준비해 11월 말에 요양신청을 접수했다. 11월 말 원래의 사업장으로 출근하였을 때 가해자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사업장을 활보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재해자는 회사가 자신과 가해자를 분리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을 고립시켰다고 느꼈다. 그 후 사용자는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 변경을 권유하더니 차츰 “다른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상황에서 같이 근무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냐?”라는 협박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재해자는 11월말 사건이 접수되어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에서 현 근무지를 고수할 것인지 고민을 거듭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접수 후 최소한 3개월 이상 충분히 쉴 수 있었다면 10월 중순부터 12월 사이 사용자와의 갈등, 다른 직원들과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움이 든다.

재해자는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 이동에 동의한 후 무급휴직을 신청하였다. 다행히 1월 중순에 요양승인 결정이 통보되어 안정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양승인 결정으로 인해 마음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재해자의 상병상태 호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누구나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고, 몸이 아프면 아픈 마음도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 숱한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 사건과 정신질환 관련 사건에서 재해자는 늘 혼자 고립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사업장에서 누군가 따스한 위로와 격려,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우선적이지만 만약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된 경우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의 조사 및 후속조치, 충분한 치료 후 직장 복귀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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