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2022-3 지역 노동안전 네비게이션] 지방자치단체 산재예방의무 법제화의 의미와 과제

일터기사

지방자치단체 산재예방의무 법제화의 의미와 과제

정경희 선전위원

지방자치단체에 존재하지 않았던 노동행정

기존 법률상 산업안전보건 관련 정책 또는 사무는 국가사무에 해당되었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사무 중 복지 서비스를 중심으로 노동행정에 관련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었다.1) 1999년 5월 제정된 「노사정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노사관계에 대한 부분과 노사문제에 관련된 실업 및 고용대책 등에 대해 협의하는 지역노사정협의회를 설치 및 운영할 수 있었고, 2010년 5월 제정된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설치·운영하였으나, 이는 노사협력과 경제발전에 목적을 둔 취지이므로 지자체의 노동행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노동과 관련한 지자체의 독자적인 사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 노동행정의 한 분야인 노동안전

2012년 희망서울 시정운영계획의 일자리 경제 분야 4대 시책 중 하나로 ‘노동존중의 사회문화 정착’을 두고 노동정책기본계획의 골격을 이루었다.2) 2014년 3월 「서울특별시 근로자 권리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노동행정을 전담하는 조직과 권익센터 등을 설립하면서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조사 사업, 조례 제정,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처우 개선, 생활임금제, 노동이사제, 건설업종 등 업종별 또는 이동노동자 등 직종별 보호, 노동에 있어서 성평등, 감정노동 보호 등으로 구성 및 확대되었으며3), 최근에 와서 노동안전 분야가 지방자치 노동행정의 한 분야로 구체화되었다. 산재 예방 및 보호의 내용은 노동권익, 노동인권이란 영역 아래 포함되어 있었으나, 지자체가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조례 제정, 조직, 인력, 지원센터 등을 구성한 것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구석구석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 노동안전보건 행정

2018년 말 통계청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전국 사업체 410만 3172개 중 50인 미만 사업장은 405만 2967개소로 98.8%에 이른다. 지역마다 소규모 사업장 분포가 높으나 산업안전보건 행정기관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보건관리자 선임 및 위탁 사업장도 아니므로 안전하지 못한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은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및 사고재해의 84.9%가 일어난 수치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상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근로자건강센터를 통해 지원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추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과 보건관리 사각지대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공공부문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부족하다.
노동자이지만 노동자 지위가 아닌 특수고용, 근로계약이 플랫폼에서 이루어지고 사업주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한 노동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노동의 공간이 특정되지 않는 이동노동자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개별 사업주 차원에서 예방 의무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에서 명시된 노동자뿐 아니라 불완전고용에 있거나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하는 유사종사자 등으로 모든 노동하는 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소규모 사업장은 영세하여 안전설비와 도구를 사용하면 기업이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인식, 그래서 소규모 사업장에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공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현실 인식도 한 몫 한다. 산재 위험이 높은 소규모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의무 규정이 느슨한 이유이다. 지자체에서 사업장을 허가할 때 안전설비와 보건관리에 관한 사업주 의무규정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구가 있을 때마다 지자체에서는 지역에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지만 개선할 권한이 없다는 말만 반복해 왔다. 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 혹은 관할이 누구인지를 따지면서 사고조사나 재발방지 대책은 소홀하게 처리했다. 지역주민의 62%가 경제활동인구임에도 이들의 노동환경과 노동보건에 눈감아 왔던 것이다.

지자체의 산재예방 의무 법제화

그러나 이제는 정부의 노동안전정책에 적극 협조하며 관할 지역의 산재 예방을 위한 대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또 산재예방 교육·홍보 및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장 지도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고, 산재예방 활동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21년 5월 18일 지자체의 책무를 법으로 명시하였다.4)
현재 시행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시민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명시하였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받게 되었다. 지자체에서 더 이상 시민과 노동자의 아픔과 죽임 당하는 것을 외면하는 것이 용인되지 않는 것이다. 광역지자체는 대부분 노동안전보건 관련한 조례를 갖추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수준의 산재예방활동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노동자가 안전한 지역사회 앞당겨야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과 활동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될 근거가 마련된 만큼, 기존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포괄하여 보호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는 조례 등을 통해서 예산 자원을 확보하여 취약 노동자를 지원할 조직을 운영하여야 한다. 물론 이미 진행하고 있는 지자체들도 있다. 또 영업허가 및 영업정지 직접 권한을 적극 활용하여 법적 테두리 안에서 행정력을 동원하여 노동안전보건 지원책을 마련하고, 화학물질 관리 등 지역 안전에 대해 사업장과 지역주민에 교육과 홍보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야한다.
지자체는 지역주민을 보호할 의무와 동시에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조직의 노동자들에 대한 사업주로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최소한 지자체에서 직간접 고용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대상 노동자들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여 이들의 안전과 건강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사용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를 위해 지방정부의 조직체계를 변경하고 예산을 반영하는 등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는 것은 첫 번째 지자체가 지방행정 전반에 노동자들의 생명권, 건강권의 관점을 도입하는 것이고 노동안전보건과 지역 안전을 포괄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이행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1)  한국노동연구원, 1993
2)  노광표, 2018
3)  민주노총, 2019; 김철, 2018; 김종진, 2020
4)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의 2, 3

5일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