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진짜사장책임법’ 무력화하는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개악안 즉각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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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입장문

 

‘진짜사장책임법’ 무력화하는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개악안 즉각 폐기하라!

지난 20년간 수많은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투쟁으로 9월 9일 노조법 2‧3조가 개정됐다. 내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둔 이 법은 그간 하청업체 뒤에 숨어 ‘진짜 사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해 온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은 원‧하청 구조의 존속을 통해 막대한 경영상 이득을 누려온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정부는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그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11월 25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오히려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교섭단위 창구단일화 절차’에 관한 지침이다. 창구단일화제도는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한다는 이유로 노조에 많은 절차적 부담을 안기는 동시에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등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창구단일화를 강제하는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의 원청 교섭을 복잡하고 까다롭게 만들어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또한 이는 원청 사용자의 비호 아래 어용노조가 번성하는 구태가 반복‧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노동위원회 내 ‘사용자성 판단 자문위원회’를 두어 원‧하청 간 교섭 의제에 있어 불일치가 발생하면 직접 개입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 또한 결사의 자유 원칙을 뒤흔드는 위법한 내용이다.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 사용자의 경우에도 교섭 의제별로 일일이 심사해 그 적법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은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조치다. 지금 노동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원‧하청 교섭을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 자율교섭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종래의 법원 판결 역시 하청노동자 등 원청 사용자와 직접적인 근로관계에 있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임금, 노동시간, 안전보건 등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나아가 법원은 중층적이고 다면적인 고용관계의 형성을 통해 경영상 이득을 취한 자에게 비록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교섭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이는 사용자의 교섭비용 절감 필요성보다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권의 보장이 더 중요함을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원청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원‧하청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희생할 수 없듯이, 교섭비용을 이유로 헌법상 기본권을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자의 생명‧안전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운다면, 모든 노동자의 노동건강권을 위한 ‘노조 할 권리 보장’이 하위법령 정비 과정에서 퇴색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와 교섭 의제별 심사 기구를 앞세워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고용노동부의 노조법 2‧3조 시행령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20251215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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