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쟁사업장상황펌-한원CC

"백지서명이 용역이직 서명이라니!" 
한원CC 경기보조원 일방 용역화 항의 농성 5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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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은 기자 
 
 
경기보조원 전원을 용역화하려는 회사쪽 시도에 반대하며 한원CC노조가 5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원CC 본사 앞에서 ‘경기보조원 용역 철폐, 부당해고 철회,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오길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원 자본이 경기보조원을 용역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노동자 3명을 구속하는 등 노동자들의 투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저들은 법대로 하자고 언제나 말하지만 헌법의 노동3권을 휴지조각 취급하는 정부와 자본 앞에서 법을 지키는 투쟁이 가능한가”라고 꼬집고 “당당히 싸우는 동지들이 있어야 10명의 국회의원이 힘이 될 수 있고, 그 투쟁의 길에 언제나 민주노동당이 함께 할 것”이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 날 집회에서 상징의식으로 용역회사와 근로기준법에 대한 화형식이 진행되던 중 회사측 사진촬영에 항의하는 집회참가자들에게 전경이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정종권 위원장에게 전경이 방패를 휘둘러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하였으나 이 후 집회는 별다른 마찰없이 마무리되었다.

이 자리에서 서영미 한원CC 비상대책위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제 용역 도입 이전의 한원 상황은 어떠했는가
2004년 1월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년을 47세에서 42세로 단축한다고 통보하고 47세가 넘는 14명을 해고조치했다. 이런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 경기보조원 68명이 새로이 한원 정규직노조에 가입했다.

용역도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7월 5일 마스타가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나타나서 전혀 설명없이 ‘자치회규약’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백지에 서명하라고 했다. 이전부터 용역얘기가 흘려지던 터라 ‘용역서명 아니냐’고 묻는 경기보조원들에게 “용역 아니다, 내가 너희들을 용역으로 팔겠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서명하지 않으면 근무를 주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모르기도 하고 속기도 하고 근무 안 준다는 말에 겁내기도 하고...그래서 148명 중 40명을 제외한 사람들이 서명했다. 회사는 그 백지서명 용지가 용역업체 이직 합의 서명이었다고 우기며 용역화로 전환하고는 7월 9일 서명을 거부한 40명을 집단해고 했다.

이전에 정규직 노조에 가입되었는데 노조와 상의 없이 노조원에 대한 용역화가 가능한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라 해도 이미 노조에 가입되어 왔었다면 노동자성을 묵인 하에 인정해 온 것 아닌가
그렇다. 이전에 노조에 가입하고도 밥먹고 사는 것에 바빠 노조활동을 열심히 못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원CC와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용역화 도입시 반드시 합의하도록 되어있고 어떠한 경우에도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원 사측은 단체협약상 노조 조합원으로 인정되어 온 경기보조원을 일방적으로 용역화한 것이다. 그것도 용역화에 대한 설명도 없이 말이다.

근속연수가 대부분 10년 정도라고 들었다
나만해도 한원에서 9년 일했다. 평균 10년, 15년 여기서 청춘을 보냈다. 말이 경기보조원이지 손님이 얼굴 못생겼다고 보조원 바꿔달라면 군말 없이 바꿔져야 할 정도로 인간적인 모멸에 뙤약볕에 무거운 골프채를 지고 다니는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며 지내왔다. 일은 또 얼마나 유동적인가, 우리에게 근무배치 안하는 것은 그 말로 사실상 해고라는 거다. 그래도 하루하루 생활을 해야하기에 참고 일해왔다. 그렇지만 우리가 아무리 당장의 생계가 목전의 일이라 해도 용역에는 동의할 수는 없다. 그건 포괄적인 노예가 된다는 것 아닌가.

농성 과정에서 폭행에 구속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농성 시작 이후 회사 관리자들의 상시적인 폭력이 있었다. 급기야 7월 23일에는 철야노숙 중이던 조합원들에게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감금하고 폭행했다. 계속적인 회사의 교섭내용 불이행과 교섭회피에 8월 21일 한원CC에서 ‘성실교섭촉구’집회를 열었는데 400여 명의 진압경찰을 투입했다. 그리고 50여 명을 연행했고 위원장, 사무국장, 대협부장이 구속되었다.

현재 교섭이 진행 중인가
7월 23일, 26일, 8월 3일 세 차례에 걸쳐 노사교섭을 진행했고, 한원CC 대표이사는 용역철회, 경기보조원 해고 철회, 원직복직을 구두로 약속했다. 그런데 합의 후 도망가더니 이제 와서 강압에 못 이겨 한 약속이라며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 연맹에서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회사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다 여성들인데 많이 놀라지 않았는가
말로만 듣던 용역깡패에 맞아 나가떨어지며 놀라는 것 보다는 분노가 더 들지 않겠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는 절대 용역이라는 노예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회사에서 용역으로 전환된 사람들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생계가 급해 어쩔 수 없이 백지서명이 용역동의였다는 어이없는 말에도 지금 용역으로 일하고 있지만 이게 어떤 의미인지 다들 아는 거다. 연맹의 지원과 다른 노조들의 연대에 많이 기대고 있지만, 우리 자신의 의지도 물러섬이 없다. 
 
불량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