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쟁사업장펌-에바라


"남은 조합원은 셋이지만, 끝까지 갈 겁니다" 
금속노조 에바라지회, 1년 넘게 민주노조 사수투쟁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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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은영 기자 
 
 
"저희가 사업장 소개를 하면 '아! 에바다요. 잘 알죠. 그 싸움 아직 안 끝났나요?'라고 되묻는 사람이 많아요"라고 멋 적게 웃으며 대답하는 김진동 지원부장. 에바라는 장애인 복지기관 에바다가 아니다. 한국에바라(주) 회사는 일본회사로 반도체 생산·판매하는 평택지역 사업장이다. 에바라에 민주노조 건설과 함께 시작된 민주노조 사수투쟁은 이미 1년을 넘기고 있었다. 그 투쟁에 남은 세 사람. 그 중 한 명은 황상진 지회장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고, 두 명은 두 달여 동안 구치소 생활을 마치고 지난 6월 14일 출소했다. 8월 30일 한국을 방문한 일본 노동단체들에게 연대활동을 제안하는 노영호 에바라지회의 조직부장과 김진동 지원부장을 만났다.

 
에바다와 이름이 비슷하네요?
지역도 같고 이름도 비슷하고 워낙 오랜 기간 싸워온 곳이라 사람들은 쉽게 에바다를 떠올린다. 1년 넘게 싸워서 평택지역 동지들한테는 많이 알려졌는데, 작은 사업장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간단한 사업장 소개를 부탁합니다.
일본 에바라 회사의 반도체를 생산·판매하는 한국 생산공장이다. 에바라 회사는 일본 내 50대 기업에 들어가는 대기업이고, 대만, 유럽까지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다. 한국 생산공장의 경우도 IMF 때 흑자를 낼만큼 알짜 기업이다.

노동조합을 만든 계기가 무엇이었습니까?
회사는 계속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 노동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장비부(CMP)의 경우는 휴일, 휴가가 거의 없었고, 결정도 회사 맘대로였다. 생산부의 경우도 회사 운영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회사가 정말로 자기 맘대로였다. 임금도 맘대로 깎았다가 정했다가, 휴가도 맘대로 정했다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기계 다루듯 하는데 불만을 토로해봐도 회사는 '방침'이라는 말로만 일관했다. 인간적 차원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고 할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회장이 작년 6월 18일 비밀리에 5명의 발기인을 모아 금속노조 지회로 인가를 받았다.

초기 요구안은 민주노조를 만들었으니까 금속노조 요구안 임금이랑 단협 체결 그리고 조합활동과 관련한 지원들이었다. 물론 그만큼 바란 것은 아니지만 회사와 교섭할 수 있기를 바랬다. 우리가 구치소에서 나온 뒤로 회사는 전혀 미동이 없다. 교섭의 채널과 창구가 모두 다 없어진 상황이다. 현재는 민주노조 인정과 다시 교섭 창구를 만드는 것, 그리고 징계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 요구로 남아 있다.

 
사장이 외국인인 경우 노사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 있는데, 에바라는 어떻습니까?
초기에는 80-90%와 외근직 중심으로 25명이 가입할 정도로 조합원들의 참여가 많았다. 천막농성 할 때까지만 해도 15명의 조합원이 남아 있었다. 사측도 순순히 나오진 않았다. 교섭 해태와 부당 전출 등을 자행했고, 심지어 지난 12월에는 간부부분파업에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해 조합원들의 회사 출입을 강제로 막았다. 조합 사무실도 없었거니와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노조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농성을 시작했다.

당시 교섭에 진척도 있었다. 전임자에 대해서도 간부 징계에 대해서도. 나중에 알았지만 회사가 양측전략을 쓴 거였다. 교섭을 해서 하나 둘씩 거리를 좁혀 가는 척하면서 조합원들을 회유해 회사에 복귀시켰다. 심지어 회사는 우리 두 명이 구치소에 있던 사이에 천막도 강제로 철거했다.

일본인 사장은 한 번도 못 봤다. 툭하면 일본 출장 갔다고 둘러댔다. 한국인 인사담당 상무랑 교섭했는데 '자긴 권한이 없다'고 둘러대기가 일쑤였다. 일본인 사장을 핑계로 산별교섭이나 산별기본 요구안 자체를 거부했고, 중재를 나섰던 노동부에서도 '외국인 사장이라 한국의 노사 관행을 잘 모른다'며 오히려 우리에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평택경찰의 비호 아래 불법적인 직장폐쇄는 기본이고 고소고발, 불법대체근로, 외국인도 불법적으로 현장 투입하는 등 악랄한 짓은 다했다. 작은 지회 사업장 집회에 사복형사만 30명이 올 정도면 그 끈끈한 관계를 여실히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앞으로의 투쟁계획은 어떻습니까?
지회장이 현재 구치소에 있다. 지회장은 업무방해에 폭력행위,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걸려있다. 두 달 이상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악랄한 사측은 '악질이니까 강하게 처벌해 달라'며 경찰이랑 합작을 해서 법원에 탄원서를 넣었다. 지금은 사람도 많지 않아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지만, 뭐든지 다 해볼 생각이다.

현재는 평택공장 앞에서 매일 아침 출근 피켓 시위를 하고 있고, 노래방 기기를 설치한 봉고차를 다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에바라 사업장이 납품하는 회사들에도 '악질회사' 선전을 할 계획이다. 오늘 일본 노동단체들을 만난 이유도 일본 에바라에 사실을 전하고 연대활동을 제안하기 위해 만난 거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1년이 넘게 싸워오면서 지구협의회나 평택지역 동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실적으로 투쟁이 장기화되는데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 두 명이다 보니 인원 면에서나 재정적인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도 이대로 주저앉진 않을 것이다. 에바라에 민주노조 깃발을 제대로 세울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다. 동지들이 우리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 에바라지회는 전력을 추스리는 상황이고 일상적 투쟁도 계속할 거다. 동지들의 계속적인 연대와 관심을 부탁한다. 그리고 평택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황상진 지회장에게 안부 편지도 많이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 245-1 평택구치소 202번) 
불량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