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는 큰그릇-풀무원, 노동자는 담을 수 없나
풀무원 춘천,의령 노조 총파업 37일, 노숙농성 1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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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은 기자
오늘도 웰빙의 바람 속에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을 풀무원 두부. 그 두부를 만든 것은 “40도를 넘나드는 고열 속에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기에 절어가며 36초 단위로 돌아오는 공정을 손이 발이 되도록 일에 내몰린” 풀무원의 청정한 노동자들이다. 풀무원의 농공단지 공장에는 10년을 힘들면 힘든 데로 회사를 믿고 말없이 일해 온 청정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지금 그 노동자들이 10년 만에 “이제는 우리의 얘기를 들어 달라”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 37일차 풀무원 춘천노조와 의령노조가 15일째 풀무원 본사 앞 노숙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7월 6일 오후 6시부터 두 개 사업장이 동시에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의 요구안은 △단일호봉제 도입 △주 5일 근무 △교육비 및 의료비 지원 △임금 12.5%인상이지만 사측과의 교섭은 평행선만을 달렸고 지난 7월 28일 조합원 20명이 본사 앞 노숙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노조는 지난 28일 풀무원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 집회를 열고 춘천과 의령 노조원 각 10명씩 20명이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춘천노조 조합원 8명과 의령노조 조합원 5명으로 전국순회선전단을 꾸려 청주지역을 시작으로 4박 5일간 전국순회를 진행했다.
매년 3월이면 승급누락에 풀죽는 노동자들
풀무원노조가 가장 주되게 요구하는 것은 단일호봉제 실시이다.
풀무원에서는 입사 3~4년이 지나면 2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 승급의 기준이 회사의 임의적 기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회사의 말을 얼마나 고분고분 따랐는지, 365일 중 며칠을 쉬고 일했는지가 기준이기 때문에 결국노동자들은 회사의 눈치를 보는 일의 노예로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풀무원의 현재 호봉체계는 호봉을 근속연수와 따로 분리시켜 똑같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의 임금차이, 호봉간의 임금차이를 확대시키게 되고 이는 노동자들간의 경쟁을 야기 시킬 수밖에 없다. 노조는 2000년 노조 설립당시부터 호봉산정의 객관적 기준인 단일호봉제를 만들 것을 요구해왔고 올해는 반드시 단일호봉제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단일호봉제시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10개로 법인 분리, 주 5일제 회피위한 것”
풀무원에는 1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부터 1000명 이상 노동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에 시행되는 주 5일제 대상 기업이다. 그러나 풀무원은 작년 3월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10여개의 공장별로 법인을 분리했다. 사측은 책임경영 등을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노조는 이것이 주 5일제 회피와 노동자들간의 분할 통제, 경쟁유발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풀무원이 물적 분할만 했을 뿐 여전히 하나의 기업체계로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각 법인 간 인력 이동시 입사, 퇴사 처리가 아니라 전출 발령 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법인 분할이 형식적인 회피책이라는 것이다. 현재 주 5일제 도입과 관련 회사측은 내년 7월에 주 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당기순이익 190억, 1억 2천 의료비지원도 아깝다
풀무원은 1981년 조그만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당기순이익 190억원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풀무원은 1999년 27억원, 2000년 51억원, 2001년 110억원, 2002년 205억원, 2003년 1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러한 거대 기업인 풀무원에서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2003년 기준 풀무원 여성 노동자 기본급 초임은 57만원 10년 넘게 일한 기술 1급 남성노동자는 88만원이다. 워낙에 낮은 기본급이다 보니 노동자들은 휴무를 마다하고 끊임없이 특근과 잔업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근골격계질환 발생률이 80.6%로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현장조사 결과 춘천공장의 94명 중 여성 조합원 40명이 전원 근골격계질환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6명의 남성 조합원 역시 근골격계 유소견자로 나타나 근골격계 질환 유소견자는 전체 조합원의 80.6%에 이른다.
노조는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임금인상 12.5%를 요구한 상태고 사측은 6%대의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근골계질환 등 직업병 예방을 위해 1년에 한번 종합검진희망자에게 25만원비용 중 70%에 대한 지원비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존에 있던 회식비, 체육대회비 등 복지비용을 줄여 8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다. 노조는 “순이익 190억 중 1억 2천만원만 투자하면 될 것을 기존의 복지비를 삭감해서 그것도 8%만 지원하겠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교섭진척 없을 경우 불매운동도 불사
그간에 파행적이던 교섭을 지난 주 화요일부터 화(의령), 목(춘천)요일로 정례화했다. 현재 사측은 기존 단협안을 삭게 또는 개악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측은 화요일 교섭에서 기존안에서 양보 수정된 최종안을 던진 상태이며 이 수정안을 목요일 교섭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종식 회계감사는 “파업의 장기화를 막기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나 사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을 경우 청와대 앞 1인 시위 대학생 사이버 투쟁단 가동 대규모 선전전 등을 통해 투쟁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조는 불매운동 등은 자제해 왔으나 교섭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경우 불매운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올해 노조의 요구안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것이 아님에도 사측이 노조를 길들이기 위해 강경하게 나왔기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번 파업을 성과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춘천의 경우 작년 근골격계 투쟁 이후 작업물량을 외주로 돌려 잔업이나 특근을 하지 못해 노동자들은 기본급만을 수령하여 경제적 압박을 받아왔고 교섭과정에서 공장폐쇄 얘기까지 흘리며 노조의 활동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만약 이번 싸움에서 진다면 이후 손배가압류와 해고, 조합원 동요 등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남게 될 것이라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자연을 담는 큰 그릇-풀무원. 그 큰 그릇 안에는 “밤마다 팔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 속에 일을 하고 근육이 뒤틀리는 노동을 해왔다”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의 요구는 담길 수 없는가. 풀무원이 만들겠다는 ‘모든 사람이 자연과 조화된 건강한 생활문화’ 속에 “불과 2~3년 전까지 12시간 맞교대에 시달리며 10년을 일해왔고, 지금도 휴무일 없이 일에 매달려야 생계비를 마련하는 기본급 57만원의 풀무원 노동자들”의 건강한 ‘생활문화’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풀무원 춘천,의령 노조 총파업 37일, 노숙농성 1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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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은 기자
오늘도 웰빙의 바람 속에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을 풀무원 두부. 그 두부를 만든 것은 “40도를 넘나드는 고열 속에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기에 절어가며 36초 단위로 돌아오는 공정을 손이 발이 되도록 일에 내몰린” 풀무원의 청정한 노동자들이다. 풀무원의 농공단지 공장에는 10년을 힘들면 힘든 데로 회사를 믿고 말없이 일해 온 청정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지금 그 노동자들이 10년 만에 “이제는 우리의 얘기를 들어 달라”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 37일차 풀무원 춘천노조와 의령노조가 15일째 풀무원 본사 앞 노숙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7월 6일 오후 6시부터 두 개 사업장이 동시에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의 요구안은 △단일호봉제 도입 △주 5일 근무 △교육비 및 의료비 지원 △임금 12.5%인상이지만 사측과의 교섭은 평행선만을 달렸고 지난 7월 28일 조합원 20명이 본사 앞 노숙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노조는 지난 28일 풀무원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 집회를 열고 춘천과 의령 노조원 각 10명씩 20명이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춘천노조 조합원 8명과 의령노조 조합원 5명으로 전국순회선전단을 꾸려 청주지역을 시작으로 4박 5일간 전국순회를 진행했다.
매년 3월이면 승급누락에 풀죽는 노동자들
풀무원노조가 가장 주되게 요구하는 것은 단일호봉제 실시이다.
풀무원에서는 입사 3~4년이 지나면 2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 승급의 기준이 회사의 임의적 기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회사의 말을 얼마나 고분고분 따랐는지, 365일 중 며칠을 쉬고 일했는지가 기준이기 때문에 결국노동자들은 회사의 눈치를 보는 일의 노예로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풀무원의 현재 호봉체계는 호봉을 근속연수와 따로 분리시켜 똑같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의 임금차이, 호봉간의 임금차이를 확대시키게 되고 이는 노동자들간의 경쟁을 야기 시킬 수밖에 없다. 노조는 2000년 노조 설립당시부터 호봉산정의 객관적 기준인 단일호봉제를 만들 것을 요구해왔고 올해는 반드시 단일호봉제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단일호봉제시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10개로 법인 분리, 주 5일제 회피위한 것”
풀무원에는 1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부터 1000명 이상 노동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에 시행되는 주 5일제 대상 기업이다. 그러나 풀무원은 작년 3월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10여개의 공장별로 법인을 분리했다. 사측은 책임경영 등을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노조는 이것이 주 5일제 회피와 노동자들간의 분할 통제, 경쟁유발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풀무원이 물적 분할만 했을 뿐 여전히 하나의 기업체계로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각 법인 간 인력 이동시 입사, 퇴사 처리가 아니라 전출 발령 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법인 분할이 형식적인 회피책이라는 것이다. 현재 주 5일제 도입과 관련 회사측은 내년 7월에 주 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당기순이익 190억, 1억 2천 의료비지원도 아깝다
풀무원은 1981년 조그만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당기순이익 190억원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풀무원은 1999년 27억원, 2000년 51억원, 2001년 110억원, 2002년 205억원, 2003년 1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러한 거대 기업인 풀무원에서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2003년 기준 풀무원 여성 노동자 기본급 초임은 57만원 10년 넘게 일한 기술 1급 남성노동자는 88만원이다. 워낙에 낮은 기본급이다 보니 노동자들은 휴무를 마다하고 끊임없이 특근과 잔업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근골격계질환 발생률이 80.6%로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현장조사 결과 춘천공장의 94명 중 여성 조합원 40명이 전원 근골격계질환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6명의 남성 조합원 역시 근골격계 유소견자로 나타나 근골격계 질환 유소견자는 전체 조합원의 80.6%에 이른다.
노조는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임금인상 12.5%를 요구한 상태고 사측은 6%대의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근골계질환 등 직업병 예방을 위해 1년에 한번 종합검진희망자에게 25만원비용 중 70%에 대한 지원비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존에 있던 회식비, 체육대회비 등 복지비용을 줄여 8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다. 노조는 “순이익 190억 중 1억 2천만원만 투자하면 될 것을 기존의 복지비를 삭감해서 그것도 8%만 지원하겠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교섭진척 없을 경우 불매운동도 불사
그간에 파행적이던 교섭을 지난 주 화요일부터 화(의령), 목(춘천)요일로 정례화했다. 현재 사측은 기존 단협안을 삭게 또는 개악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측은 화요일 교섭에서 기존안에서 양보 수정된 최종안을 던진 상태이며 이 수정안을 목요일 교섭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종식 회계감사는 “파업의 장기화를 막기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나 사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을 경우 청와대 앞 1인 시위 대학생 사이버 투쟁단 가동 대규모 선전전 등을 통해 투쟁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조는 불매운동 등은 자제해 왔으나 교섭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경우 불매운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올해 노조의 요구안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것이 아님에도 사측이 노조를 길들이기 위해 강경하게 나왔기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번 파업을 성과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춘천의 경우 작년 근골격계 투쟁 이후 작업물량을 외주로 돌려 잔업이나 특근을 하지 못해 노동자들은 기본급만을 수령하여 경제적 압박을 받아왔고 교섭과정에서 공장폐쇄 얘기까지 흘리며 노조의 활동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만약 이번 싸움에서 진다면 이후 손배가압류와 해고, 조합원 동요 등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남게 될 것이라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자연을 담는 큰 그릇-풀무원. 그 큰 그릇 안에는 “밤마다 팔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 속에 일을 하고 근육이 뒤틀리는 노동을 해왔다”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의 요구는 담길 수 없는가. 풀무원이 만들겠다는 ‘모든 사람이 자연과 조화된 건강한 생활문화’ 속에 “불과 2~3년 전까지 12시간 맞교대에 시달리며 10년을 일해왔고, 지금도 휴무일 없이 일에 매달려야 생계비를 마련하는 기본급 57만원의 풀무원 노동자들”의 건강한 ‘생활문화’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