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연대신문에 투고한 원고입니다. 교대제 세미나의 자료가 큰 도움이 되었네요.
---------------------------------------------------------------------
좋은 교대제란 없다
공유정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신체 기능들은 한마디로 말해서 '리드미컬하게' 작
동된다. 여성의 월경은 28일의 리듬을 갖고, 하룻밤 잠을 자는 동안에도 90분 주기로 수면의
파동이 변화하며, 체온이나 소화효소, 감정, 기억력, 각성도, 혈액 속의 백혈구 수, 심장 박동
과 혈압 등은 하루를 주기로 해서 일정한 리듬을 갖는다.
이런 리듬은 우리 몸 속의 생물학적 시계에 따라 유지된다. 이 생물학적 시계는 24시간마다
돌아가도록 맞춰져 있는데, 때로는 여러가지 외부 자극에 의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그런
데 이 시계의 조절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아무리 많아야 2-3시간밖에는 조절되지 않는
다. 게다가 새로 조절된 시계에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들이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12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 수면은 2-3일, 체온은 2-3주 가량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적
응이 된다.
교대근무를 하면 우리 몸의 리듬과 실제 생활 사이에 엇박자가 생겨서 생물학적 시계가 자
꾸 틀리게 된다. 그래서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가 수면 장애다. 야근 뒤 환한 대낮에 잠을 자
려면 몸 속의 생물학적 시계가 맞질 않아서 아무리 피곤해도 푹 잘 수가 없다. 잠을 자야할
때 제대로 못자면 수면박탈·수면부족이 오고, 결국은 깨어있어야 할 때 제대로 깨어있을
수 없게 만든다. 천하장사도 제 눈꺼풀은 들지 못한다는데, 수면의 문제는 곧바로 노동 재해
와 안전사고의 위험으로 이어지게 된다.
교대근무자들은 흔히 소화제, 제산제를 달고 산다. 변비나 소화불량 등의 기능성 위장장애가
많기 때문이다. 교대로 인해 식사시간이나 식습관이 바뀌는 동시에 생체 리듬의 교란으로
소화효소 조절이 잘 안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능성 위장장애가 오래되면 위염, 궤양 등의
만성 질병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교대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교대경력이 6-10년일때 2배, 11-15년은 2.2배, 16-20년
은 2.8배로 허혈성 심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혈압이나 심장 박동의 하루 주기가 교란될 뿐
만 아니라 교대근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만성 피로 등이 모두 심혈관 질환의 위
험 요인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불임, 조산, 유산, 저체중 출산 등 모성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임신 중의 교대근무는 조산의 위험을 1.6배, 자연유산을 1.25배 증가시킨다고 한다.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월경 장애도 흔한 문제이다.
한편, 천식, 당뇨병, 간질, 우울증 등의 질환은 우리 몸의 생체 리듬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
이런 질환을 앓고 있는 노동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려면 정확한 약물 복용으로 몸 상
태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교대 근무는 생체 리듬을 무질서하게 만
들어 증상을 악화시키고, 약물의 효과를 반감시킴으로써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교대근무는 사회적 건강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 특히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둔 이후에는 심
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교대근무자들은 이혼율도 높다. 발전소 노동자의 배우자들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상이 배우자의 교대근무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70% 이상이 교대근무
때문에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양성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한 여성 노동자들은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더욱 심
각한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한다. 미혼 여성이 7.5시간을 잘 때 무자녀 기혼여성은 6.55시간,
유자녀 기혼여성은 5.5시간밖에 잘 수 없다. 낮에 집안일을 하느라 잠을 설치는 것이다. 이
런 경우 여성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일주일에 84시간에 이른다.
얼마전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교대제에 대해서만큼은 '적당한 교대제' '좋은 교대제'
라는 말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 국립 산업안전보건센터에서 교대제를 설계하는
데 참고하라고 몇가지 지침을 만들어 두었는데, 이 지침의 이름은 <바람직한 교대제를 설계
하는 방법>이 아니라 <노동자가 견딜만한 교대제 설계하는 방법>이다. 노동자가 견딜만
한…! 국제노동기구에서는 더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좋은 교대제란 없다. 아무리 노동시간
을 줄인다고 해도 야간 노동을 하면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방법이란 없다"라고.
---------------------------------------------------------------------
좋은 교대제란 없다
공유정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신체 기능들은 한마디로 말해서 '리드미컬하게' 작
동된다. 여성의 월경은 28일의 리듬을 갖고, 하룻밤 잠을 자는 동안에도 90분 주기로 수면의
파동이 변화하며, 체온이나 소화효소, 감정, 기억력, 각성도, 혈액 속의 백혈구 수, 심장 박동
과 혈압 등은 하루를 주기로 해서 일정한 리듬을 갖는다.
이런 리듬은 우리 몸 속의 생물학적 시계에 따라 유지된다. 이 생물학적 시계는 24시간마다
돌아가도록 맞춰져 있는데, 때로는 여러가지 외부 자극에 의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그런
데 이 시계의 조절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아무리 많아야 2-3시간밖에는 조절되지 않는
다. 게다가 새로 조절된 시계에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들이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12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 수면은 2-3일, 체온은 2-3주 가량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적
응이 된다.
교대근무를 하면 우리 몸의 리듬과 실제 생활 사이에 엇박자가 생겨서 생물학적 시계가 자
꾸 틀리게 된다. 그래서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가 수면 장애다. 야근 뒤 환한 대낮에 잠을 자
려면 몸 속의 생물학적 시계가 맞질 않아서 아무리 피곤해도 푹 잘 수가 없다. 잠을 자야할
때 제대로 못자면 수면박탈·수면부족이 오고, 결국은 깨어있어야 할 때 제대로 깨어있을
수 없게 만든다. 천하장사도 제 눈꺼풀은 들지 못한다는데, 수면의 문제는 곧바로 노동 재해
와 안전사고의 위험으로 이어지게 된다.
교대근무자들은 흔히 소화제, 제산제를 달고 산다. 변비나 소화불량 등의 기능성 위장장애가
많기 때문이다. 교대로 인해 식사시간이나 식습관이 바뀌는 동시에 생체 리듬의 교란으로
소화효소 조절이 잘 안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능성 위장장애가 오래되면 위염, 궤양 등의
만성 질병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교대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교대경력이 6-10년일때 2배, 11-15년은 2.2배, 16-20년
은 2.8배로 허혈성 심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혈압이나 심장 박동의 하루 주기가 교란될 뿐
만 아니라 교대근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만성 피로 등이 모두 심혈관 질환의 위
험 요인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불임, 조산, 유산, 저체중 출산 등 모성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임신 중의 교대근무는 조산의 위험을 1.6배, 자연유산을 1.25배 증가시킨다고 한다.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월경 장애도 흔한 문제이다.
한편, 천식, 당뇨병, 간질, 우울증 등의 질환은 우리 몸의 생체 리듬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
이런 질환을 앓고 있는 노동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려면 정확한 약물 복용으로 몸 상
태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교대 근무는 생체 리듬을 무질서하게 만
들어 증상을 악화시키고, 약물의 효과를 반감시킴으로써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교대근무는 사회적 건강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 특히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둔 이후에는 심
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교대근무자들은 이혼율도 높다. 발전소 노동자의 배우자들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상이 배우자의 교대근무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70% 이상이 교대근무
때문에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양성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한 여성 노동자들은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더욱 심
각한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한다. 미혼 여성이 7.5시간을 잘 때 무자녀 기혼여성은 6.55시간,
유자녀 기혼여성은 5.5시간밖에 잘 수 없다. 낮에 집안일을 하느라 잠을 설치는 것이다. 이
런 경우 여성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일주일에 84시간에 이른다.
얼마전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교대제에 대해서만큼은 '적당한 교대제' '좋은 교대제'
라는 말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 국립 산업안전보건센터에서 교대제를 설계하는
데 참고하라고 몇가지 지침을 만들어 두었는데, 이 지침의 이름은 <바람직한 교대제를 설계
하는 방법>이 아니라 <노동자가 견딜만한 교대제 설계하는 방법>이다. 노동자가 견딜만
한…! 국제노동기구에서는 더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좋은 교대제란 없다. 아무리 노동시간
을 줄인다고 해도 야간 노동을 하면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방법이란 없다"라고.
콩아줌마
2
댓글 2개
쩝님의 댓글
쩝콩아줌마님의 댓글
콩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