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0415펌)민중탄핵, 국민발의, 국민소환, 그리고 총선보이콧에 대하여...










내부논의를 위해 another0415 토론게시판에서 펀글입니다.
'민중탄핵',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국민발의, 국민소환,총선보이콧'이라는 슬로건이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조직화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수 있는지에 대해 좀더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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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탄핵, 국민소환, 국민발의, 그리고 총선 보이코트에 대하여 
 
  곰이라우  DATE 2004-03-22 20:26:57  HIT 161   
 
   
 

민중탄핵, 국민소환, 국민발의, 그리고 총선 보이코트에 대해

우선, 저는 3.19. 탄핵정세 토론회 참가자 일동이 제출한 성명서의 기본적인 입장에는 적극(!!!) 찬성합니다. 다만, 민중탄핵이나 국민발의, 국민소환, 심지어 투표함에 우리의 요구를 담은 종이를 넣자는 총선 보이코트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는데 대해서는 좀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슬로건들이 내용 자체는 상당히 근본적이고 급진적일 수 있지만, 작금의 현실에서 반신자유주의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전선을 강화하는데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며, 오히려 모험주의적 전술운용으로 운동진영을 고립시키고 분열시키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색의 농도를 지나치게 높이다가, 정작 '파병철회,' 'FTA 철회,' '비정규직 철폐,' '노무현 정권/ 여야 보수정당 심판'과 같은 사회운동의 이슈들을 무력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되는 까닭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우리의 갈 길을 '4.15 총선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채만수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를 표합니다. 왜 지금 상기의 슬로건들 대신 '자본주의 철폐'라는 슬로건은 못 내세웁니까? 직접민주주의의 도입, 총선 보이코트가 운동진영의 궁극적인 목표이고 자본주의 철폐는 그에 종속되는 것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자본주의 철폐의 슬로건은 상황이 무르익지 않아 잠시 아껴둬야겠으나, 직접 민주주의의 도입은 드디어 조건이 갖춰져 전면에 내세워도 무방하기 때문입니까? 그도 저도 아니면, 4년 지나 또다시 선거철이 돌아와 보이콧이라는 준비된 카드를 꺼내 든 겁니까?

저는 현재 부르주아 의회정치가 전면적으로 불신 받고 있는 것처럼 '현상되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계급투쟁 및 이데올로기 지형에서 대중들이 실제로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에 대한 동의를 전면적으로 철회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는 강한 의문이 듭니다. 더구나 그것이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의제, 총선 보이코트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것을 의미한다는, 나아가 이들 요구의 관철이 현재 계급투쟁에서 노동자 민중의 승리를 의미한다는 정세분석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반대의 명제-지배세력에 대한 대중의 동의가 강고히 유지되고 있다, 조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직접민주주의의 도입은 계급투쟁과 아무 관련이 없다-가 성립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민중운동 진영이, 현재의 부르주아 정치제도 내에서도 (누군가 좋은 사람이 의회에 들어가) 법만 바꾸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환상'을 유포시켜선 안 되겠지요. 그렇다고, 지금 여기에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총선을 보이코트시키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대중을 '기만'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상황은 단기에 개선될 리 만무하다. 그러니, 변혁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어쩔 수 없고, 이번에는 균열을 목적으로 질러나 보세? 이 얼마나 몰정세적이고 무책임한 자세입니까! 총선이 이제 20여일 남았습니다. 운동진영이 이 짧은 일정동안 민중탄핵과 국민소환, 국민발의, 총선 보이코트와 관련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입니까? 솔직히, 정국이 지금과 같이 흘러간다면 다음달 15일에 민중의 요구안을 담은 종이가 투표함에서 과연 몇 장이나 나올까요? 2004년 4월 15일에 투표함에서 나온 종이의 수는 얼마나 슬픈 경험으로 대중에게 각인될까요? (제가 너무 비관적인가요?)

탄핵정국, 총선정국이라는 지배세력의 위기국면에서 (그것이 어떠한 방식의 상징조작에 기댄 것이든) 또다시 대중의 동의를 이끌어내고자 시도할 수밖에 없는 저들을 광범위한 대중투쟁에 기반해 딜레마에 빠뜨려야죠. 민중운동 진영이 뿜어져나오는 대중의 역능에 놀라 좌우익 기회주의의 딜레마에 빠져선 되겠습니까? (표현이 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사과 드립니다).

저는 과도한 전술에 집착해 우왕좌왕하다가 실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놓치기보다는, '파병철회,' 'FTA 철회,' '비정규직 철폐,' '노무현 정권/ 여야 보수정당 심판' 등 기존부터 제기해온 사회운동의 이슈들을 차기에 대중 속에서 더욱 부각시키고,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대중 속에서 증폭시켜 내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성공한다면, 위기의 돌파를 위해서는 부득이 대중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저들의 딜레마를 상당부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진보연대의 글을 패러디해 말하자면 (죄송합니다. 꾸뻑 -.-),

"이러한 노력이 없이 (되도 않을) 요구안을 적은 종이를 투표함에 집어넣는 총선 보이코트 전술에 집착한다면, 현재 국면을 거친 후 진보운동세력은 단지 "실패했다"는 규정을 받게 되고, 민중운동의 "사기저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민중의 심판"으로 전환해야한다. 단, 그들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게!
"총선에서의 심판"을 민중의 대중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 사회운동의 이슈들을 중심으로!

뾰족한 대책도 없이, 우려만 잔뜩 늘어놓았네요. 앞서도 밝혔지만, 저 역시 사회진보연대나 전국학생연대회의, 어너더의 성명서에서 제기된 대부분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국민소환제, 국민발의제, 민중탄핵, 총선보이코트 등도 참 내용 좋고 속 시원한 요구라고 생각하고, 수십만의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드는 상황에서 운동진영이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단지, 좀더 신중하고 냉철하게. 실질적으로! 뻔한 몇 마디를 덧붙이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고민을 적었습니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