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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비정규직 개악법안이 통과 됐습니다. 11월 30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개악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시켜 개악법안을 의결했습니다.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2년 넘게 입법 저지 투쟁을 한다곤 했지만 예견된 결과입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만큼 철저하지 못했다는 거지요. 그 동안의 투쟁이 국회 일정 따라 오락가락해온 결과입니다. 투쟁이 아닌 적들의 주도권 싸움으로 입법이 연기되는 것에 “휴~”하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지 않았습니까?
더욱 가슴 쓰린 건 아직 이 순간에도 여전히 분노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투쟁에 힘이 없습니다. 눈에 독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많은 노동조합은 투쟁을 조직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악안이 통과되었다는데도 무덤덤합니다. 어느새 감각이 무디어진 겁니까?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삼키고 있는 겁니까?
비정규직 관련 개악안이 통과된 11월 30일 저녁 열두번째 하중근 열사 촛불문화제가 열렸습니다. 현수막 속 하중근열사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외로워 보입니다.
“저게 뭐야?”
한 고등학생이 사진 속 하중근 열사의 끔찍한 시신 뒷모습을 보고 함께 있던 친구에게 놀란 마음을 전합니다
“경찰한테 맞아 죽었다잖아..”
두 여고생은 다시 촛불문화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하중근 열사의 영정사진을 봅니다
체크무늬 잠바를 단정히 입고 선하게만 생긴 아저씨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됬나봅니다
“그 사람이 저 아저씨야? ....”
술에 취해 문화제 진행을 방해하던 한 시민은 한 활동가와 함께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문화제의 취지를 이해하게 되셨습니다. 결국은 마지막까지 함께 하시다.."화이팅!!"도 외쳐 주셨습니다.
어느샌가 문화제 대오와 함께 해주신 장애우분도 계셨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발언자의 연설과 노래를 들으며 끝내는 박수를 쳐주시는 시민도 계셨습니다.
어린 손녀의 호기심에 갈 길을 재촉하지 못하고 스티커까지 붙여주고 가시는 가족의
모습도 보입니다.
촛불문화제는 폭력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의 사진선전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국가폭력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가족들, 동지들의 가슴을 치유하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합니다. 이러한 악순환들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위해서라도 진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11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하중근 열사가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이 방패를 옆으로 휘두르거나 방패를 들어올려 수평으로 세워 가격하는 등 방패를 방어용으로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격용으로 사용한 사례가 자주 나타나고 있어 목이상의 안면부나 뒷머리를 가격당한 부상자가 다수 발생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화재진압 외의 목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소화기를 시위대쪽으로 분사하여 연막상태를 조성하고 진압봉과
방패 등을 휘둘러 다수의 시위 참가자가 얼굴과 머리와 같은 신체중요부위에 부상을 입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폭력진압과정에 하중근열사가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인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하중근열사의 사망이 경찰의 무차별적이고 광적인 폭력살인진압에 의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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