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한국에서 얻은 질병, 한국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성명서] 한국에서 얻은 질병, 한국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지난 1월 16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의사 32명은 당뇨병진단을 받은 이주노동자 수바수씨에게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일시보호해제(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화성외국인보호소는 “보호소 안에서 이뤄지는 검진과 치료로 충분하다”며 아직까지 석방을 거부하고 있으며, 여차하면 강제출국도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불행히도 지난 29일 특별면회를 통해 진찰한 수바수씨의 건강상태는 이들의 주장과 상반된다. 우리의 진찰소견에 의하면 보호소 안에서의 검진과 치료는 절대로 충분하지 않다.

그는 심한 정도의 당뇨병을 앓고 있을 뿐만 아니라, 6개월 전부터 시작된 상복부통증을 지금도 호소하고 있었다. 보호소 안에서 주는 약도 먹어봤지만 호전은 없었고, 약물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핍뇨 증상이 나타나 그마저도 도중에 복용을 중단해야 했다. 지금도 수바수씨는 복통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으며, 두통과 구토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잘 살아보려고 찾아온 한국 땅에서 나이 서른에 이미 온갖 질병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언제 강제 출국 당할 지 모르는 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다 한국에서 얻은 병으로 아파하고 있다.
6개월 이상된 통증에 대해 약을 먹는 것 외에는 어떠한 치료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내시경 검사라도 해보고 싶다는 수바수씨의 호소에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는 시종일관 묵묵부답이다. 심지어 '네팔에 돌아가서 치료하면 왜 안되냐, 본인도 더 편할 것 아니냐'라고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가 만일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과연 이런 식으로 치료받았을까? 6개월 동안 아파하는데 검사 없이 약만 주는 치료가 충분하고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국적과 인종을 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진료와 치료를 보장받을 권리가 이처럼 짓밟혀도 된단 말인가!

우리는 수바수씨가 반년 째 호소하고 있는 상복부통증과 두통, 구토 등에 대하여 외부 진료를 통한 상부위장관내시경(위내시경)과 복부초음파 등의 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주장한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수바수씨의 강제출국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위해 외부진료를 당장 시행하라.

2008년 1월 30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