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주변엔 백수천지 실업률은 3.3%?그냥 논다고 다 실업자로

주변엔 백수천지 실업률은 3.3%?그냥 논다고 다 실업자로 
 
 
 
 
  날짜 : 2004-07-27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모두들 힘들다고 합니다. 수십, 수백번씩 지원서를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겁니다. 통계만 보면 실업 문제는 특별히 심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개선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며칠전 발표한 2ㆍ4분기(4~6월) 실업률은 3.3%이고, 지난해 전체실업률은 3.4%입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7.0%)의 절반도 안됩니다. 또경제성장률이 훨씬 더 높았던 99~2002년보다 오히려 낮거나 같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청년실업률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올 2ㆍ4분기 15세~29세 청년실업률 7.7%는 98년(12.2%), 99년(10.9%)보다 낮고, 2000년(7.6%), 2001년(7.5%)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원래 15세~29세, 이 나이 때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2배 정도는 됩니다.

이처럼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실업률과 실업률 통계와의 괴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통계청의 ‘실업자’ 개념

소위 ‘백수’라고 해서 통계적으로 모두 실업자로 분류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계청은 우선 15세 이상 인구를 ‘노동가능인구’라고 정의합니다. 또 경제활동, 즉 돈 버는 일에 참가할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눕니다. 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일자리 유무에 따라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뉩니다.

정리하면, 실업자는 ‘일할 능력도 있고(노동가능인구), 돈도 벌고 싶은데(경제활동인구), 일자리가 없는 사람’으로 정의됩니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중에서 실업자의 비율을 말합니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란,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전업주부나 학생, 일을 할 수 없는 노약자, 구직을 포기한 사람 등을 말합니다.

여기서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은 ‘경제활동 참여의사가 있는지 없는지’,‘일자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는 방식입니다. 통계청 조사요원들은매달 15일이 속한 일주일 동안 전국 3만3,000여 가구를 방문해 조사를 실시합니다.

질문방식은 이렇습니다. 우선 ‘최근 일주일 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이상 일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물어 ‘안하고 있다’고 답하면 일단 비취업자로 분류합니다. 다시 비취업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일주일동안 구직활동을 한 적이 있는지’를 물어 ‘한 적이 있다’면 실업자로, ‘한 적이없다’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합니다.

즉 경제활동 참여 의사는 ‘조사기간 일주일동안 구직활동 여부’로 판가름하고, 일자리 유무는 ‘조사기간 동안 1시간 이상 근로의 유무’로 판정합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함정

국민들이 느끼는 만큼 일자리 현실을 통계가 반영하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는 바로 통계청의 실업자 개념이 협소하다는데 있습니다. 앞서 실업자는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고, 경제활동인구 여부는 ‘일주일 동안 구직활동 여부’로 판정한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일주일동안 직장을 알아본 적은 없지만, 학원 등에 다니며 꾸준히 취업준비를 해온 사람들이나 ▦취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취업이 안돼 당분간 구직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들은 아예 경제활동인구로 잡히지 않게 됩니다. 당연히 실업자가 아닌 셈이죠.

통계청에 따르면 이 같은 취업 준비자는 지난달 20만2,000명, 구직 단념자는 9만4,000명에 이릅니다. 통계청이 밝힌 청년실업자 39만명에, 이들까지합하면 사실상 청년층 실업자는 60만명이 넘는다고 봐야 합니다. 바로 ‘비경제활동인구의 함정’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변변치 않은 일자리를 가졌어도 취업자

두번째는 ‘일자리 같지도 않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어도 취업자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는 크게 상용직과 계약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인 임시직, 1개월 미만인 일용직이 있습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임시ㆍ일용직은 49.5%로 딱 절반입니다.

또 앞서 일주일 동안 1시간 이상만 일했다면 취업자로 분류된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2,282만명인데, 이중 18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는 65만명입니다. 즉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 지 몰라 불안한 국민들은늘고 있지만, 통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가 늘긴 했지만 대부분 유흥업소, 학원강사 등과 같은 부가가치가 낮고, 마지못해 선택하는 일자리 중심으로 늘어왔다는점도 국민들의 체감실업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실업률, 선진국의 절반인 이유

세번째, 한국경제의 특성 때문에 실업률이 낮게 잡히는 측면도 있습니다.2002년 기준으로 프랑스 8.9%, 독일 8.7%, 캐나다 7.7% 등인데 비해 한국의 실업률이 절반에 불과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 선진화가 덜된 한국 산업구조의 특성상, 혼자 장사하는 자영업주, 또 월급 안받고 일하는 무급 가족 종사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지난달 이 같은 비임금 근로자(776만명)는 전체 취업자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또 선진국보다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해 근로조건이 열악해도 일단 취직은 해야 한다는 경향이 더 강한 이유도 있습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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