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하청투쟁일기]오늘은 활짝 웃었습니다.

얼마전 현중 하청노조 조합원임을 선언한 진용기 동지의 오늘자 [하청투쟁일기]입니다.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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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아침에 사무실에 들어서니 형님 한분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그러더니 난로앞에 의자를 당겨 주시며 "수고많재?"하십니다. 기자회견 다음날은 사장님 눈치 보느라고 고개돌려 윙크로 격려의 뜻을 전하셨는데 이제는 당당히 말씀하십니다.

"잘 되고 있습니다.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관심을 가져주십니다. 자세히 말씀드리진 못했지만 '강제폐업'의 두려움은 전혀 없는 듯합니다.

광한이 형님께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원호기업동료들도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고 합니다. 세경과 원호의 동료들이 안정감을 찾고 희망을 가진다면 빠른 입소문으로 희망이 전파될 것 같습니다.

어제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로 고발을 했지만 오늘도 여전히 사무실대기를 지시받았습니다. 덕분에 회사 사무실에서 노동조합상근자 마냥 노동조합 업무(?)를 봤습니다.

공정별 표준작업지도서를 보니 분명히 작업공구의 규격이 명시되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작업자들이 4"그라인더를 사용하는데 새제품이 지급되지 않아 작업능률이 떨어지다보니 많은 분들이 암암리에 7"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2야드의 경우는 아예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지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당장은 작업능률이 오를지 몰라도 근골격계질환을 재촉하는데도 그 누구도 사용을 규제하지 않습니다.

또한 분진에 노출되는 작업자들에 대해 연2회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년반동안 검진 한번 받아보지 못한 사실에 대해 직영노동조합 산안부장에게 조치를 실태파악과 규제를 해줄수 없냐고 물었더니

개별업체에서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예상했던 답변이지만 너무 뻔뻔스럽게 말하길래 좀 당황했습니다.앞으로 우리 하청노조 힘을 키워서 우리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사무실 대기'업무가 너무 힘들어(?) 오후에는 조퇴를 했습니다. 노조사무실에 들르니 인터기업노동자들이 체불임금에 대해 노동부에 고소하러 가신다며 모여 계십니다.

전날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진정서를 제출한 경험을 써먹는 차원에서 그분들과 동행을 했습니다. 생전에 박일수열사가 동료들에게 찾아주고자 했던 권리를 이제 동료노동자들 스스로 찾고자 떨쳐 일어나셨습니다.

서서히 현장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인터기업으로부터 시작으로 앞으로 하청노동자 전체가 뭉치고 싸울 날이 곧 올 것 같습니다. -희망을 가집시다.

"오늘 노동부에 가는 건 단지 돈 몇푼 때문이 아니다. 일수형이 못다한 염원을 이제 우리가 나서서 찾으려는 것이다."라며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십니다.

그리고 박일수열사에 대해 음해성루머가 거짓임을 알려내기 위해 앞으로 저희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행동하시겠다고 다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희망이라는 단어가 현실로 다가옴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오늘 동참하지 못한 동료들을 위해 위임장을 가슴속에 품고 모두들 돌아가셨습니다. 저녁이면 모두들 영안실로 오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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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50분
김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