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쟁사업장펌-풀무원

"여기서 접을 수 없어요. 아무리 길어져도" 
화섬연맹과 시민단체, 풀무원 직장패쇄 철회와 성실교섭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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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권 기자 
 
 
풀무원 의령, 춘천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급단체인 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화섬연맹)은 3일 서울 풀무원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사측의 직장패쇄 철회와 성실교섭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화섬연맹은 "사측이 교섭에서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과 공장간 출장비 축소' 등 법과 상식에서 벗어나는 개악안을 제시하고, 직장패쇄를 단행하는 등 노사관계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풀무원 사측은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에 대해 지난 8월 23일 직장패쇄를 단행하고, 두 차례에 걸쳐 퇴거 명령과 사후적인 민, 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화섬연맹은 오는 11일 까지 성실한 교섭으로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을 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회사측과 전면전에 돌입할 것임을 경고했다.

배강욱 화섬연맹 위원장은 "이번 풀무원 파업은 이미 올 때까지 왔다"며 "투쟁을 바탕으로 교섭력을 만들어내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투쟁의지를 밝혔다.

 


박엄선 춘천 노조위원장은 "우리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너무나 절박하기에 이 투쟁을 함부로 접을 수 없다"라며 결의를 밝혔다.

한편, 경남과 강원 지역 5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풀무원 장기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패쇄를 철회하고 최고경영자가 직접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공대위 관계자들은 풀무원 임원진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했으나, 회사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결의대회에서 춘천, 의령 노조 두 명의 조합원들에게 얘기를 들어보았다. 이들은 60일이 넘는 파업으로 조합원들이 많이 지쳐있다고 전했지만, 한결같이 결코 여기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김영숙 조합원(춘천 노조)

춘천 공장의 임금수준은
10년을 일한 노동자 기본급이 75만 원도 안 된다. 일요일까지 일하고, 수당 다 합해 120만 원 정도다.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고 있는데
조합원 스스로 투쟁기금을 세 번에 걸쳐 마련했다.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조합원들도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공유하고 있다. 간부나 조합원 사이에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는 없다. 힘들어도 갈 수밖에 없다.

회사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회사가 말 바꾸기를 밥먹 듯이 한다. 오늘 해준다고 약속했다가도 내일 번복한다. 조합원들 모두가 회사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

회사에서는 노조의 요구안이 무리한 요구라는데
조합원들의 요구와 노조 지도부가 정식화하고 있는 요구사항은 똑같다. 우리는 정말 임금 제대로 받고, 일하다가 아프면 병원갈 수 있는 의료비 달라는 것이다. 무엇이 무리한 요구란 말인가? 무엇을 양보하란 말인가? 지도부가 내놓은 핵심요구안 자체가 조합원 개개인의 절박한 요구다.


오선미 조합원(의령 노조)

의령 공장의 임금수준은
4년째 근무하고 있다. 현재 주당 56시간 일하고 60만 원을 받는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하루 14시간씩 일을 했다. 그 당시에는 하루 14시간씩 한 달 내내 안 쉬고 일해 98만 원 정도를 받았다.

주로 어떤 종류의 질환이 많이 발생하나
두부 공장이라서 무거운 것을 많이 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깨 인대가 늘어나거나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한 조합원도 어깨 인대가 파열되어 1년 넘게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는 처음에 산재 처리도 안 해주려고 했다. 노조가 투쟁해서 겨우 쟁취했다.

공장 안의 작업 환경은
보통 더울 때는 공장 내부 온도가 40도 이상 올라간다. 그런데 에어컨 하나 제대로 없다. 에어컨이 아니라 라인마다 냉풍기 1대씩만 없다. 또 겨울에 쓰는 온풍기는 선별실에 딱 한 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겨울에는 보통 양말을 몇 켤레씩 신고 작업한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이제는 '깡'밖에 안 남았다. 노조가 쓰고 있는 구호 '배고파서 못살겠다'는 정말 조합원들 심정을 그대로 담은 구호다. 힘들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노조를 만들 때 굉장히 힘들었다. 회사에서는 노조를 박살내려고 한다. 다시 노조가 없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니, 돌아갈 수 없다.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를 지키는 것이다. 어쩌면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노조를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일지 모른다.

"여기서 접을 수 없어요. 아무리 길어져도.."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죽을 수도 없어요. 죽으면 싸울 수 없잖아요" 
불량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