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차노보컬럼

이윤을 위해 소모품 취급당하는 노동자(2004.10.9일자)


최근 정부의 파견법 개악시도에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분노하며 전면적인 저항 결의를 다지고 있다. 노동자의 밥줄인 고용을 불안정하게 하여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아갈 기본권리를 뿌리채 흔들어 버릴 속내를 알아채고 현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소위 IMF 위기시 고용협박을 무기로 현장과 노동자의 삶이 쑥대밭으로 되었던 현실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이리라.
이러한 현장의 분노와 결의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10월4일 경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헌신짝 취급하는 '산재보험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년 5월17일 경총산하 기업안전보건위원회 총회 결의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물론 9월 22일 대우조선에서 발주한 '적정요양기간 연구' 공청회를 통해 기간에 맞춰서 직업병을 완치시켜버리자는 투의 상식조차 무시하는 후안무치한 시도에 연이은 기획사업인 것이다.

경총은 자본가의 총 사령부답게 건강하게 일하고 치료받을 권리를 짓밟으려고 전면전을 선포한 것에 다름아니다.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헌신짝 취급하고 있다. 우선 현행 산재보험제도의 운영에 민영화 요소를 도입하잔다.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이라고 자본의 이윤논리로부터 예외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둘째, 도덕적 해이 감시부족, 산재인정기준의 모호 등을 꼽았다. 노동자가 아프다면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생긴 질환일텐데, 모든 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해도 시원찮을 판에 인정기준을 엄격히 하고, 병원을 치료공간이 아니라 감옥소같은 통제로 나이롱환자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단다. 산재로 장기간의 치료를 경험한 동지들 대부분은 치료와 현장복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법정급여외 비용지출과 과잉진료로 인한 재정문제를 세 번째로 문제로 제기하였다.  산재관련 급여를 하향화해서 노동자 스스로가 산재를 회피하도록 하자는 것이며, 치료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산재환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 절박한 현실은 모르쇠로 일관하겠다는 식이다. 이외에도 심사결정의 불공정성, 진료비 심사기관 신설 및 독립성 유지, 제반문제에 대해 대공장의 경우가 중소기업보다 더욱 불합리함 등을 발표하였다. 발표내용의 핵심은 작업관련성 직업병의 근본적 원인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전노동자의 저항을 거세해야 한다는 판단 일게다. 물론 비용절감이라는 현실적 목표달성과 함께 말이다.

가재는 게편아니랄까봐 노동부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근골격계 질환 및 뇌심혈관계 질환 등 작업관련성 질환 예방의무에 관한 규제 순응도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고문수준의 기준으로 고시된 내용을 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바꿀 생각은커녕 이제 막 시작된 예방의무에 관한 법을 마치 폐기할 기세인 듯하다. 사업주의 의견을 수렴해서 나올 조사결과란게 뻔한 것 아닌가. 아예 예방의무 규제를 싹 없애야 한다는 결론말고 또 있겠는가. 그게 아니고서야 예방의무를 무시하는 사업주에 대한 법 집행과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뒷전으로 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자본과 정부의 태도는 명확함을 넘어 공세적이다. 노동자를 쥐어짜야만 살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은 전체 노동자의 분노와 저항을 촉발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제 분노와 저항을 조직하는 것은 현장주체들의 몫이다.
아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