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구몬학습, 마침내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다.

구몬학습, 마침내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다. 
게시물번호: 930 
작성자: 학습지(학습지노조)  작성일: 2004/06/07 19:20 
조회수: 3 
 


구몬 교사 사망 사건

  지난 4월 19일 구몬학습 동울산지국 의 한 교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28살의 젊은 여교사였다. 갑작스런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간지 3일
만에 그녀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어이없게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병원에서는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호흡곤란증세가 있었을
뿐이었다.
  많은 동료들이 이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그러나 죽은 교사에 대해
개인적인 애도로 이 사건을 마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교사가
사망한 얼마 후 다른 교사들이 관리지역을 인수받기 시작했는데, 총 204과목중
134과목이 유령회원이었다. 교사의 급여통장을 확인한 결과 매달 200여만원의
월급이 입금되었으나 관리 회원의 회비를 입금해야 하는 말일이 되면 한 푼의
잔액도 남지 않았다. 곧 교사들은 이 교사의 죽음에는 상당부분 회사 측의 책임이
있음을 공감하고 회사 측에 보상금지급과 책임관리자 징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회사 측의 반응은 너무나 의외였고, 또 가혹했다. 이 교사의 죽음을
단순한 개인적 이유(무리한 다이어트를 했다느니, 집안의 가장노릇을 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등)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했고, 오히려 정당한 요구를 하는
교사들을 위협하는 추태까지 보였다.

  도대체 학습지 자본의 교활함과 악랄함은 언제까지, 얼마만큼이나 더 지속될
것인가? 이 교사의 죽음이 어쩌면 예고된 것이었음을 아마도 학습지 교사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총 보유과목의 절반이 훨씬 넘는 과목이 유령회원이었다면
자기가 받은 월급을 모두 쏟아 붓는다 해도 그 회비를 대납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교사가 1500만원의 빚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대변해준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이 교사만의 문제일까?
  이미 학습지 시장은 포화상태이고 교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회원들을 타
학습지나 여타 학원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매달 영업실적을 맞추지 못하면 지구장이나 지국장으로부터 무능한 교사라는
힐난을 들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관리 지역을 분리하라거나 그만두라는
요구도 너무나 쉽게 된다. 이 교사가 근무하던 울산 지역에는 매달 퇴회수치가
정해져 나와 그 수치 이상은 학습중단 회원들을 보고할 수도 없었다. 바로 그런
부당영업행위가 쌓이고 쌓여 교사들은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의
가라회비를 대납해야 하는 것이다. 사망교사는 평소에도 순하고 착해서
관리자들의 요구나 강요에 저항하지 못했다고 한다.

  학습지교사들의 여론이 많이 모이는 노조 홈페이지나 ‘안티구몬’싸이트에는
학습지교사들의 애환과 슬픔이 담긴 회한조의 글들이 무수히 올라온다. 대부분
익명으로 올려지는 글들에는 부당영업강요와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하소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구제금융시기에도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는 학습지
회사들.. 우리나라 개인자산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일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을
뿐더러 너무나 당연한 눈높이, 구몬, 웅진씽크빅, 재능 학습지 자본들.
  그래, 백번 양보해서,그들의 주장대로 이 교사의 죽음이 개인적인 이유라고,
무리한 다이어트와 소녀가장이라는 부담감 때문이라고 치자. 하지만 자기 한달
급여를 훌쩍 넘는 회비대납을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했던, 그 말못할 중압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던 교사의 죽음 앞에 그들은 정말 한 치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죽은 이정연 교사는 어쩌면 많은 꿈을 갖고 구몬에 입사했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일한만큼 벌수 있는 곳, 재택근무가 가능한곳, 개인사업가로서의
자유로움....
  하지만 그녀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매달 계속
이어지는 입회강요, 학습중단회원도 마음대로 보고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떠안고
가야하는 부당함, 밤늦게 까지 이어지는 수업, 수없이 많은 잡무들....
  죽은 이정연 교사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만약 그녀가 죽기 전에 단 한번
의식이라도 돌아왔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이교사와 같은 젊은이의
죽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 안타까운 죽음의 이유를 철저히 파헤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싸우는 것이 우리, 아직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의무가
아닐까?
  너무나 순진하고 착했던 이정연 교사도 하늘에서 바로 그것을 바라고 있지
않을까...
 
 
불량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