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성명서

                          서울지하철공사의 반노동자적 작태를 규탄한다

                  - 근골격계 관련 산재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서울지하철공사


  서울지하철 지축차량정비지회 노동자 273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관련 실태조사를 한 결과, 156명의 유소견자가 발생하였고, 이중 31명이 지난 2월 16일 근골격계 관련 집단산재요양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지하철공사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 보류신청' 공문을 보내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산재요양 보류요구 입장'이라는 공문을 노동조합에 보내왔다 한다.

  "동 문제와 관련하여 공사로서는 지축정비 업무와 같은 업무가 근골격계질환을 집단으로 발생시킨다면 공사로서는 동 업무를 용역 주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여야 하고, 또 31일명의 많은 인원이 집단 요양에 들어간다면 그 빈자리를 부분 용역을 주던지 비정규직 채용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요양이 끝난 다음에 일자리가 없는 등 노사간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산안법 제24조(보건상의 조치)에 의거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관련한 조사 및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는 공사 임의대로 필요, 선택하는 사안이 아니라 사업주의 당연한 의무사항인 것이다. 그러나 공사는 그 동안 근골격계와 관련하여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상태와 작업환경의 유해성, 노동강도에 대해 조사하거나 검토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더 이상 조합원의 건강을 방치할 수 없어 전문 의료진을 통해 구체적 자료조사에 진단까지 받은 상황에서 '객관성 여부의 시비'를 문제삼는 것은 노동자들의 건강에는 안중에도 없는 반인륜적인 태도이며, 법으로도 제정된 사업주의 책임마저 방기하는 반노동자적 사고에 다름 아닌 것이다. 

  어떻게 병자에게 '너 쉬면 해고 할테니, 참고 일하고 나중에 시간 이 좀 나면 치료를 받아봐라. 그래도 이 정도면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지하철의 사회공공성을 유지, 강화해야할 공사가 오히려 용역·비정규직 채용 운운하는 것은 '산재요양신청자'를 통제하여 산재를 은폐·축소하기 위한 비겁한 협박이며, 비정규직 채용으로 오히려 제2, 제3의 희생자를 확대 재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오직 지하철을 이윤창출의 도구로만 인식하는 반사회적-반인륜적 작태라 할 것이다.
  또한, 용역 노동자들은 공사에서 보기에는 어떠한 존재이기에, '사람이 일하기에 너무 힘들고 병자까지 발생하는 일'이라면, '용역을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한심스럽고 씁쓸한 생각마저 들며, 여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없어 보인다.

  IMF 이후 나라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민중들은 실업과 경제적 고통을 감수해 왔다. 그러나 수년이 지났건만 삶은 나아진 것이 없고 날로 어려워만 가고 있다. '고통분담'이 아니라 '희망 없는 고통' 그 자체이다. 지하철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리 치료를 해도, 수술을 해도 잘 낫지 않는 근골격계 질환 뿐 아니라, 뇌심혈관계 질환, 위장장애, 호흡기 질환, 불면증 그리고 정신건강까지 현장에서는 안 아픈 이가 없고, 노동자들은 그런 와중에도 구조조정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사회가 더불어 사는 사회라면, 누구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금번 서울지하철 지축차량정비지회의 노동자 31명의 '집단산재요양신청' 및 근골격계 투쟁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실현을 위한 첫 번째 실천인 것이다. 커다란 그 무엇이 아닌, 아픈 곳을 치료하고자 하는 것이며, 나아가 아픈 원인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현행법이 보장하는 것이며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이자, 공사가 해야할 의무인 것이다.

  다행히도 근로복지공단은 27일 서울지하철 지축차량지회 노동자들의 '근골격계관련 집단산재신청'을 받아들였다 한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작금의 반노동자적인 태도를 버리고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현장인원 증원과 노동시간 단축, 현장작업환경개선, 그리고 산재승인을 받은 노동자들의 요양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은 인간적인 상식마저 도외시한 채 인간의 기본권마저 제약하며, 자본의 이윤창출에만 매달리는 서울지하철공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내는 투쟁에 적극 연대해 나갈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산재승인 정당하다!  서울지하철공사는 각성하라!!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현장인력 충원하라!!
                  노동시간 단축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궤도 노동자 연대 투쟁!  노동 건강권 쟁취하자!!



                                                2004. 2. 28


                          민주노총/공공연맹/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도철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