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글] 기억 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님 추모 1주기에 부쳐

공지사항

기억 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님 추모 1주기에 부쳐

삼성전자 천안공장 설비엔지니어
고 김주현님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자랑스러운 삼성의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던
그가 주검이 되어 돌아온 지
1년이 되었습니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고된 교대근무
방진복과 화학물질로 짓무른 팔다리
상사로부터의 인간적 모멸감
몸과 마음이 시들어가던 주현씨가
결국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 무기력, 불안 증상을 보이다가
끝내 기숙사 13층에 몸을 던진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아들과 동생을 떠난 보낸 가족에게
주현씨의 죽음을
안타깝게 바라보아야만 했던
많은 이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 아물지 않은 상처를
되새기게 하는
1년이 되었습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 앞에
“삼성은 사과하라”고
목 놓아 외쳤던 가족들의 절규가
1년이 되었습니다.

삼성의 책임자에게
사과 한 마디를 듣겠노라고
장장 97일을 장례도 치루지 못하고 싸워야 했던
아픈 기억이
1년이 되었습니다.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는 세월
1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고 김주현님을 떠나보내지 못한
가족들이 있습니다.

땅에 묻지 못한 주현씨의 유골 앞에
매일같이 새 밥을 지어 올리고
살아생전 좋아하던 과자를 챙기며
이부자리를 돌보는 어머니가 계십니다.

주현씨 또래의
건장한 청년을 지나칠 때면
다시 한 번 가슴이 메어오는
아버지가 계십니다.

먼저 동생을 보내야만 했던
아픔에 아직까지
밤마다 잠을 설치는
누이가 있습니다.

고 김주현님이 돌아가신지 1년이 되는
오는 1월 11일
우리는 마석 모란공원 고 김주현님의 가묘 앞에서
주현씨 아버님을 모시고, 함께 추모의 자리를 가지려 합니다.

죽은 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일은
산자로서의 예의이기도 하지만
다시는 우리 중 누구도 이러한 비극을 맞지 않겠다는
결의이고 각오입니다.

아직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일터에서 전해져오는
죽음의 소식으로 세상은 가득합니다.

지난 연말에는 인천공항철도 비정규직 노동자 5명이 떼죽음을 당했고,
세진중공업 4명의 하청노동자들이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12월 28일에는 수원 삼성전자 연구동을 짓던 삼성물산 건설노동자가 사망했고,
바로 며칠 전에는 삼성반도체에서
방사선 설비를 취급하며 일한 30대 여성노동자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삼성자본을 비롯해,
단 1%밖에 안 되는 자본가들의 탐욕을 위해 99%가 희생되는
이 무한경쟁의 이윤추구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비극의 굴레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 입니다.

단 한 명의 노동자의 죽음이라도
우리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모두 함께 바꾸려 할 때,
더 이상 억울하게 죽어가는 노동자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스물여섯 청춘
고 김주현님의 죽음을 기억하며
일터의 모든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노동할 권리를 되찾을 그날까지
반올림도 더욱 힘 모아 싸워 나가겠습니다.
고 김주현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2년 1월 9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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