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0월/우리일터, 이렇게 바꿨다]근골격계직업병 인정투쟁에서 노동강도강화저지 투쟁으로!

일터기사

[우리일터, 이렇게 바꿨다]

근골격계직업병 인정투쟁에서 노동강도강화저지 투쟁으로!
한라공조노동조합 황운하

(intro)
7월 22일 이른 새벽 11명의 산재요양 신청서를 손에 들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향하는 동안 마음속에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이 머리를 맴돌았고, 내내 집단요양 투쟁에 함께한 조합원들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서를 제출하는 순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 같은 기분이었고, 무언지 모르게 마음속 한구석이 탁 막히는 듯 했다. 하지만 마창지역 동지들과 11명의 집단요양 동참조합원들이 있었기에 혼자만의 투쟁이 아니라는 든든함으로 뿌듯해졌다.

00~01년 산재신청자중 3명중 1명이 산재불승인

산재요양신청에 대하여 처음 조합원에게 물었을 때 조합원들은 ‘아파 죽을 정도나 되야 받을 수 있고 그나마도 회사가 인정하지 않으면 산재승인을 받을 수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산재요양신청은 노동자에게 넘지 못할 높은 산이었다. 00~01년 사이 총 15명이 산재신청자중 5명의 불승인자가 발생하였고 불승인자 전원이 요추부 염좌나 디스크환자들이었다. 이 의미는 현장작업장안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요추질환에 대해서조차 산재요양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회사측과 근로복지공단의 이러한 처사는 현장의 조합원들이 아파도 아프다는 말조차 못하게 만들었으며, 조합원들은 공상처리라도 받기 위해서 회사측이 의도하는 바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현장조사부터 회사측의 탄압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02년 5월 노동조합의 주도로 현장 근골격계직업병 조사가 실시되었다. 조사사업이 실시되자, 회사측은 관리자들을 동원하여 조사사업을 방해하기 시작하였다. 회사측의 탄압은 조사사업이 막바지에 들었을 때 더욱 심해졌고, 관리감독자와의 몸싸움과 언쟁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회사측의 탄압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현장조사사업에 동참하는 조합원이 줄어들었고, 노동조합은 이를 돌파하기위해 조합원 전체 교육을 주1회 이상 실시하며 조합원들의 의식 강화로 맞섰다. 그래서인지 02년 임금협상이 끝난 직후 실시한 근골격계직업병 인정투쟁 집단요양신청에 11명의 조합원들이 함께하였고, 이들 조합원들은 각자 ‘노동조합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결의서를 직접 작성하며, 연일 계속되는 근로복지공단 및 노동청 집회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였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들을 되찾기 위한 투쟁은 8월 16일 근로복지공단 점거농성으로까지 이어졌다. 근로복지공단이 약속한 산재승인 결정이 늦어지자 집단요양자 전원은 환자복을 입은 채 근로복지공단 바닥에 드러누우며 점거농성을 시작하였다. 점거농성이 시작되자 근로복지공단은 최단시간 안에 산재승인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약속을 하였고, 우습게도 약속이 있은지 단 1시간 만에 전원 산재요양승인이라는 발표를 하였다. 너무도 힘들고 어려울 것만 같았던 산재요양신청승인이 단결된 힘과 투쟁으로 시작한지 22일 만에 전원 산재승인을 쟁취한 것이다.

산재승인 그것도 중요하지만…

1차 집단요양투쟁과 2차 집단요양투쟁 이후 산재불승인은 완전히 사라져, 처음의 목표였던 산재승인 완전쟁취에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근골격계 직업병 발생원인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였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산재환자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니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지 산재요양승인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노동강도 강화 저지투쟁을 준비하게 되었고 우선 상대적으로 수월한 개별적 작업환경개선부터 돌입하여, 총 51개 작업장의 문제를 3개월여만에 거의 해결하였다. 그러나 개별적 작업환경 개선만으로는 산재환자가 줄어들지 않았다. 근본적인 원인인 생산량 저하와 적정 휴게시간 보장이 선행되어야만 직업병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집단적 작업환경개선안 40여개 요구를 만들어 회사측에 산보위 개최를 요구하고 노동청을 압박하였다. 하지만 자본은 자신들의 이윤확보를 위해 이를 거부하였으며, 노동청 역시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안전실태점검을 하는 식이었다. 산재환자들은 계속해서 발생하였고, 근본적인 원인 파악을 위해 노동조합은 노동강도 평가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 평가를 위한 조사는 2003년 6월 초에 이르러서야 실시하게 되었다. 9월경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는 노동강도 평가 분석결과는 한라공조 현장의 노동강도를 알아볼 수 있어 앞으로의 현장투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

집단요양투쟁이후 노동조합은 사업장 안팎의 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여가며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을 쟁취하였다. 우선 노동청이 실시한 2번의 인간공학 평가와 작업장 안전실태점검, 그리고 일정하게 노동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노동강도평가를 쟁취하였다. 그리고 회사측과의 협상을 통해서 산재환자 불이익처우금지, 산재환자 재활치료시간 확보, 산재요양자 비급여부분 지원확대, 산재은폐방지 및 노동조합의 산업안전보건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작업환경개선위원회 활동 보장 등을 쟁취하였다. 2003년 단체협약에서는 질병으로 사직한 경우 가족 채용을 보장하는 조항, 사내도급업체에 대한 산업재해예방과 안전보건교육 및 안전사고발생시 원인분석과 재발 방지 등을 골자로 하는 조항들을 쟁취하였다.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휴게시간 확보와 적정 노동강도와 인원확보, 작업중지권 등의 핵심과제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쟁점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성과와 변화는 회사측이나 노동청, 근로복지공단과 부딪히며 얻어낸 협상의 결과물들이 아닌 조합원들의 노동안전보건 사업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지지, 그리고 조합원들 스스로 현장개선투쟁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들이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한라공조 노동조합도 지속적인 투쟁으로 많은 경험과 성과를 얻었다고는 하나, 내부평가에서 생산량저하, 적정인원 및 휴게시간 확보와 같은 실질적인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이 전개되지 못하였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03년 하반기와 04년 투쟁을 위해 지속적인 내부평가와 강고하고 흔들림 없는 현장투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투쟁은 진행형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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