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1월]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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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편집실 허 경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영화를 팔려는 사람들, 영화를 사려는 사람들… 영화를 통해 만나고 얘기하려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의 해운대로 모였다. 여름 휴가철이 지났지만 그만큼 사람들로 북적대던 해운대에서 가난하지만 멋진 사람들을 만났다. 높이 솟은 고급 호텔이나 화려한 모텔에 묵으며 안락하게 영화를 볼 수 없어도, 게임방이나 찜질방에서 자더라도, 2500원짜리 국밥으로 며칠째 끼니를 때우더라도 하루 종일 영화만 보는 것이 너무 즐거운 사람들, 가난하지만 열정을 가진 그들은 멋져 보였다. 또, 이미 이윤확보를 위해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되어버린 영화라는 매체를, 애초에 상업적인 의도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도구로 선택한 ‘독립영화’인들이 그러했다.

물론 ‘독립영화’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논쟁은 차치하고 내 이목을 끈 몇 독립영화는 그것들이 가지는 몇 가지 공통점 때문이기도 했다.
‘노동자다 아니다’, ‘나도 노동자이고 싶다’, ‘소금 – 철도 여성노동자 이야기’
제목에 모두 ‘노동자’가 들어가는 것도 그렇지만 이 작품들은 모두 다큐멘터리이다.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한 레미콘 운수노동자들의 투쟁,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 철도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각각 기록한 이 작품들은 상업적이지 않다는 것도 같다. 이윤의 창출만이 지상과제인 세상에서 고통 받고 투쟁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다른 세상을 고민하게 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작품들을 만든 독립영화인들은 이 작품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난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유롭다. 감독으로서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고, 다른 세상을 꿈꾸는 그들은 지금의 세상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래서 멋져 보였다.

영화제 기간동안 매일 밤 해운대 백사장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고, 바다에 떠있는 오징어배의 불빛도 꺼지지 않았다. 오징어배의 불빛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두워도 거기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멋진 이들이 어두운 세상에 직접 띄운 영화의 불빛을 꺼뜨리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곳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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