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1월] 술과 담배, 그리고 저항

일터기사

[칼럼]

술과 담배, 그리고 저항
노동자의힘 정책선전실장 유영주

술을 무척 많이 마신다.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술집을 찾는다. 퇴근길 가볍게 맥주 한 잔 하자는 게 2차, 3차로 이어지기 일쑤다. 일어나면 담배부터 찾고 아침 해장술에 점심 반주도 빠뜨리지 않는다. 가까이 지내는 활동가들도, 현장 조합원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다르지 않다. 어떨 때는 밤에 술을 마시기 위해 낮 시간을 보낸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동네가, 서울이, 전국이 다 그런 것 같다.

최근 불황이 더하면서 급증하던 양주 소비량이 처음으로 줄어들고 소주 소비량이 늘어났다고 한다. 또, 지난 달 담배인삼공사는 담배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주일 금연 열풍 때 반짝 줄었다가 가파르게 늘었다. 과도한 음주·흡연이 건강에, 목숨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술 담배 앞에 항우 장사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술과 담배가 근골격계 직업병처럼 눈치 챌 수 없는 속도로 서서히 침투하는 ‘독성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우리는, 서울은, 전국은 술과 담배의 공격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 얼마나 타격받았는지, 복구는 가능한지, 저항력은 어느 정도인지 심각하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지난 3월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했다. 임시방편으로나마 세계적인 불황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초국적 자본의 공격이었다. 자본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인 파괴적이고 반인륜적인 미 제국주의의 침략 전쟁이었다. 이윽고 미 제국주의는 총구를 북으로 돌렸고 한반도 전쟁 위기는 지금도 잠복되어 있다. 그러나 전쟁조차 자본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부시행정부는 정치적 곤경에 빠져 헤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파병 압력을 가하고 있으나, 동맹국들조차 고개를 내젖는다. 세계 노동자 민중은 반전, 반제국주의, 반세계화 운동을 벌이고 있고, 이라크 노동자 민중의 저항도 커지고 있다. 그 엄청난 덩치가,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던 부시정권이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3, 4월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대통령과 지배계급은 동북아경제 중심이라는 거짓 선전과 함께 파병이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지기라도 하듯이, 한-미간 정치적 군사적 동맹도 맹위를 떨쳤다. 노무현정권의 파병 결정으로 이윽고 ‘참여와 개혁정부’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교조 교사들의 NEIS 반대, 철도노동자의 민영화 반대, 농민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반대, 영화인들의 한미투자협정 반대, 화물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 보안법 철폐, 새만금 개발 반대, 핵 폐기장 시설 반대 등등 노동자 민중은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노무현정권은 노동자 민중의 요구에 어떠한 답도 내놓지 못했다.

미국의 정치적 위기가 곧 동맹국의 정치적 위기를 부른 것일까? 미국은 한국에 이라크 추가 파병을 요구했고, 한국의 지배계급은 추가 파병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땅의 지배계급은 미국의 손을 들어주는 것 외에 추가 파병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했다. 노동자 민중의 저항에 부딪혀 옴짝달싹 하기 어렵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코멘트는 결코 우연히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바로 독성 바이러스다. 이로 인해 미국은, 영국은, 노무현정권은 매우 심각한 정치적 곤경에 빠졌다. 흥청망청 마셔대고 줄기차게 피워대다 치유 불가의 진단서를 받아든 것이다. 제가 뿌린 씨앗을 제가 거둬들이는 꼴이다. 문제 해결의 통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의 저항밖에 없다. 지금은 ‘전쟁반대·파병저지’에 집중해야 한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반제반전 투쟁을 벌여야 한다. 노동자 민중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전쟁반대·파병저지 전국대행진’에 나서야 한다. 이는 현장을 지키는 일이다. 곧 생존권과 노동권과 생활권을 쟁취하는 일이다.

어떤가. 오늘 하루만큼은 술과 담배 대신 녹차와 다과 자리를 마련해 봄직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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