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2월/노동자문화] 항상 어둠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터기사

[노동자 문화]

항상 어둠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 두원정공 율동패 <몸부림>

두원정공 노동조합 신정범

2002년 4월 30일. 노동조합은 상급단체변경을 위한 조합원 임시 총회를 개최하는 날이었다. 대의원으로, 현장모임의 일원으로 상급단체의 변경은 필수적인 요소지만, 과연 ‘현장 조합원은 현 집행부를 믿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시켜줄지 아니면 부결날 지 고민하면서 끊임없이 홍보와 선전활동을 지속적으로 했다.

그 과정 속에서 작은 실수를 범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가결의 분위기라 낙관했다. 임시총회가 진행되면서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조합원의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 하지만 몸짓선언 동지들의 율동을 보면서 나의 고민은 헛된 것이 되었다. 자는 사람, 이야기하는 사람 없이 그 동지들의 몸짓에 넘어나가 터지는 박수와 함성소리에, 그 당시의 분위기는 축제의 장소를 연상케 했다.

집회나 가면 보는 공연이 바로 조합원들 눈앞에서 이루어졌다. 3명의 동지(둘은 여성동지)의 환상적인 동작은 2시간이라는 총회를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 그 후 현장에서 몸짓패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어 조합간부를 중심으로 한 6명에 의해 몸짓패가 탄생되었고, 시기가 02년 임단협 투쟁시기였지만, 모든 부분에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강사(선언동지) 또한 우리들과 힘있게 결합을 해주었다. 하지만, 강습 과정에서 조금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표현과 동작에 있어서 어설프고 한 번 할 거 여러 번 반복하니…

우리들의 몸짓은 02년 투쟁의 씨앗이었고, 현장동지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난생 처음 500명 앞에서 공연을 하다보니 일부 패원이 실수를 하기도 했다. 조합간부라 하더라도 마이크 잡고 이야기해 본 적이 없는 현실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02년 임단협 시기에 단사 공연과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 후 일주일에 한 번 강습하고, 따로 우리들끼리 연습은 했지만 조금은 느슨해졌다.

몸짓패의 성격과 활동방향이 완전하게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선이효순이의 추모집회 공연은 패원들 내부에서 논란이 되었다. 개인적인 입장차이가 있어 공유가 강제적으로 진행되었고, 일부 패원이 탈퇴하는 상황이 되었다. 내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포옹과 관대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은 4명만이 정기적인 강습과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4명 또한 오래 지속하지 못할 거 같다. 금속사업장이다 보니 근골격계 환자가 아닌 동지가 하나도 없다. 무릎, 허리, 어깨 기타… 이것이 우리 율동패의 현실이고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이다. 새로운 패원의 확보가 절실한 과제이다.

96년 이후 현장에는 충원된 동지들은 하나도 없고, 98년 이후에 희망퇴직이라는 구조조정으로 동지들은 하나둘씩 퇴사하였다. 그들의 자리는 옆 동료들의 몫이 되어 노동의 강도는 점점 더 강화되었고, 그 누구 하나 사측과 싸움을 하지 않은 정말 죽음의 현장이었다. 사측은 계속적으로 현장을 유린하고 작업공간과 작업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며 조합원동지들의 몸은 점점 더 망가지고 이 당시 새내기조합원조차 조합일보다 잔업 특근에 더 치중하여 지금 30대 초반인 이들의 몸도 근골격계로 시름하였다. 몸짓패가 보는 우리들의 현장은 어둠과 같다. 20대의 조합원은 없고 대다수 조합원들의 나이는 마흔살. 조합간부 또한 30대 후반 40대 초반. 힘있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율동(몸짓)에는 체력적인 부분에서 30대 후반은 조금 힘든 점이 있다. 나 또한 몸짓으로 몸무게가 6Kg 빠졌고, 지금은 애들 엄마가 걱정하는 실정이다.

이번 11월 달은 노동조합 임원선거 기간이다. 자연스럽게 현장 조합원이 현장의 힘 선거본부에 결합하고, 평소에 순진하고 얌전했던 젊은 조합원이 선거 본부에서 중책을 맡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항상 어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단협 때만 율동하는 몸짓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장의 소임 형태로 계승 발전시키고 그 안에서 새로운 활동가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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