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월/그것이알고싶다]노동과 간 이야기

일터기사

[그것이알고싶다]

노동과 간 이야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편집위원 송홍석

발전소에서 조탄원으로 근무하는 어느 한 노동자가 만성 활동성 간염으로 의사로부터 안정가료 및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다. 병가를 내게 되면 다른 동료들이 대신하여 무리하게 근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으므로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못하고 근무를 계속하였다. 그의 유족들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많았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보아 산재보험을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기존 질병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것일 뿐 업무상의 질병으로 볼 수 없다’하여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과로로 악화된 간경화나 간암은 산재보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가?

노동과 간의 결합을 원치 않는 노동부

위의 실제 사례에서 보듯, 업무상 과로로 인해 악화된 간질환을 산재보험 담당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에서 법원은 망인의 간경화, 간암이 업무상 과로로 인해 악화되었다고 판결하였다.

지난 3월 노동부에서는 몇 가지 간질환에 대해 직업병(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의학적으로는 간에 유해하다고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된 유해물질에 의한 독성간염의 경우와, 의료종사자가 B형이나 C형간염 환자에게 바늘로 찔려 감염된 경우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개정안의 내용을 언뜻 보면 직업병의 범위를 확대하여 노동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의학적으로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되어 논란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것들이 이제서야 법으로 명시되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의학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법원에서도 이미 판례로써 인정한 ‘업무상 과로로 악화된 간질환’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언급도 없다. 육체적․정신적 과로로 인해 기존 간질환이 악화된 많은 노동자에게 이 법은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도록 되어있는 것이다.(현재의 산재보험법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몸 팔아 일하는 노동자가 뼈 빠지게 일하다가 건강을 잃어버렸을 때, 그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간이 무엇이길래…?

일반적으로 간이 하는 일은 우리 몸의 영양소를 만들어내거나 저장하여 에너지원으로써의 역할을 하며, 외부로부터의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작용을 하며,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를 가지고 외부로부터의 세균 침입시 우리 몸의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많은 일들을 하기 때문에 조물주는 간을 아주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악당처럼 손상당했을 때 자신을 복구하는 능력이다.(간은 80%를 손상을 받아도 자기 스스로 복구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갑작스런 간질환 악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만성B형간염의 경과는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서서히, 그리고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콜성 간질환의 경우는 경과가 B형간염에 의한 것보다 더 양호하여 술만 끊는다면 거의 100% 회복이 되고, 알콜성 간경화라 할지라도 간경화 초기에 술만 끊는다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간암의 진행속도는 대개 평균 3, 4개월에 그 크기가 2배로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간질환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간경화가 되고 또 그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된다면 여기에는 필시 기존 간질환을 악화시킬만한 다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대표적 원인들로는 알콜, 다른 바이러스 간염이 중복될 경우, 인진쑥, 돌미나리, 녹즙과 같은 민간요법, 성분 미상의 약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들이 아니라면 육체적, 정신적 과로가 기존 간질환 악화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자신의 노동조건 및 작업환경을 되살펴봐야 하겠다.

간은 지나친 노동을 싫어한다.

일반적으로 만성B형간염 환자를 비롯한 간염환자는 무조건 편히 쉬기보다는 적당한 노동이 바람직하며, 따라서 직장생활을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아침에 피로감을 느낄 정도의 심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나 과로는 피해야한다. 간염으로 쉬고 싶은 간에게 지나친 노동은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간경화 환자에게 중량물 작업을 비롯한 과로한 육체적 정신적 노동은 식도출혈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노동부는 업무상 과로로 인해 악화된 간질환을 산재보험 대상에 포함시켜야!

앞서 언급했지만, 과로가 기존의 간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명백한 사실이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그 동안의 관행이 그랬던 것처럼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서도 ‘간질환 악화의 원인으로서 과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간질환을 악화시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업무상 질병에 해당시킨 바 있고, 과로에 대해서도 해당 노동자의 건강상태와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과중한 지를 미루어 판단하고 있다.(1991년 대법원 판결 참조)

산재보험법은 원래 ‘뼈 빠지게 일하는 노동과정 속에, 망가진 노동자의 건강을 제대로 보상받기 위한 것’이 그 취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노동자에게 산재보험법의 벽은 너무나도 높다. 대표적인 것으로, 업무상 재해 및 질병인정 기준이 매우 제한적이고 엄격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야 산재로 인정해주는 엄격한 원인주의보다는, 직업병이라는 결과 속에서 원인을 찾아나가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산안법은 그러한 명백한 원인에 대해 사고하는 것조차도 배제하고 있다. 노동부는 업무상 과로로 인해 악화될 수 있는 간질환에 대해 즉각 산재보험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엄격한 원인주의에 기초한 협소한 인정기준에서 탈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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