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월/기획2] 근골격계 직업병의 현황과 실태

일터기사

[기획2]

근골격계 직업병의 현황과 실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연구기획실 고상백

근골격계 직업병, 어디까지 왔는가

지난 2002년 초 비 내리는 새벽 거제 옥포 매립지에 허리, 어깨, 팔, 다리가 아파 버스에 오르던 노동자들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판명난 노동자 중 회사의 압력과 회유 속에서도 30% 정도인 76명의 노동자가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집단 산재요양에 들어갔고, 전원 산재 인정을 받았다. 사측에서는 노동자들이 심하지 않은 증상을 침소봉대한다고 하며, 일을 하기 싫으니까 노동조합의 힘을 빌어 산재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돌았다. 예전에 유기용제에 의한 직업병이나 망간중독증처럼 한 번 스쳐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2002년 7월에는 한라공조 11명, 카스코 등 32명, 11월에는 대우상용차 27명이 집단 산재 요양에 들어갔다. 올 해에도 어김없이 삼호중공업 33명, 두원정공 21명, 대한이연 10명의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 요양 투쟁을 시작으로, 풀무원, 도시철도, 철도,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초월하여 여러 지역의 사업장에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집단 산재요양 및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강화된 노동강도로 신음하는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근골격계 직업병이 최근에 급증하는 것일까? 유행병처럼 번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꾀병으로 아니면 엄살로 갑자기 늘어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미국의 경우 ‘OSHA 200Logs’에 의해 집계된 직업병 통계를 보면 1981년도에 근골격계 직업병 발생건수가 23,000건이었던 것이 15년 후인 1995년도에는 약 13.4배 증가한 308,200건으로 전체 직업병 건수에서 62.3%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히 증가하여 산업보건의 주요 문제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었다. 1995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1999년 현재까지 계속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전체 직업병 문제에서 60%를 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스웨덴 역시 전체 직업병에서 66.7%(1996년), 영국의 경우 35.5%(1996-7년)가 근골격계 직업병이었다. 그러나 노동환경이 더 열악한 우리나라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표 1). 이는 우리 노동자가 엄살이 아니라 그동안 아픈 것을 아프다고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제야 그 실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공식적인 통계를 통해 보면 IMF 이후 1998년 123명(9.5%)이었던 것이 점차 증가하여 2000년 1,009명(25%)을 넘었고, 2001년에는 1,598명(28.9%)으로 증가하였다. 고용불안에 눈치 보며 쌓이는 스트레스와 신자유주의 정책 이후 구조조정과 늘어나는 생산량, 빨라지는 생산속도를 견디어야 했던 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어디 수치상으로 드러난 사람들뿐이겠는가! 수많은 예비 산재, 직업병 노동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강화된 노동강도 속에 신음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대한산업의학회에서 100명이 넘는 전문가에 의뢰한 근골격계 직업병 유병율 예측에서 생산직 30.3%, 사무직 17.5%가 발생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노동자 1,584,682명에 적용할 때에 당장 요양이 필요한 노동자는 133,113명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현재 요양 받는 노동자의 약 100배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그 동안 우리 연구소의 조사사업을 통해서 살펴보면, 조선업종의 경우 대다수의 노동자가 근골격계 증상(쑤심, 저림, 아픔, 감각저하 등)이 있고,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기준(기준1)으로 약 90%의 유소견율을 보이고 있었으며 치료가 필요한 경우(기준2)도 37-51%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30%정도에 이르고 있었고, 도시철도의 경우도 21.1%의 노동자에게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식품 제조업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다수의 노동자에게 치료가 필요하였다.(표 2)

침묵할 것인가, 아픈 것을 아프다고 말할 것인가

이와 같이 근골격계 직업병은 치료가 필요한 노동자가 20-50%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노동자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병이고,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직업병을 외면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겪는 근골격계 질환은 개인적인 요인보다 여러 가지 작업관련성 위험요소가 작용하여 생기는 직업병임을 확인하였으며, 작업강도, 인간공학적 위험요인, 노동강도, 직무스트레스가 관여함을 알았다. 그리고 근골격계 직업병의 해결은 쉽게 얻어지는 것도 저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근골격계 조사 사업을 전개하면서 대부분의 사업장이 부딪히는 쟁점은 요양 승인 여부, 노동부의 특별 안전 진단 및 예방 점검 요구, 요양에 들어간 노동자의 탄압 및 차별, 비정규직의 대체, 노동강도 강화저지의 문제가 당면한 문제임을 인식하였다. 이제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의 건강권을 찾는 당당한 주체로 나서야 한다. 아픈 것을 참고, 현실에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근골격계 직업병의 가장 심각한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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