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터, 이렇게 바꿨다]
금속노조 대한이연지회 양선배 노동안전부장
대한이연의 근골격계 투쟁은 매년 있는 임금투쟁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현장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시작되었다. 대한이연지회는 노동법개정투쟁을 거치면서 97년에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 변경을 한, 민주노조로서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현장투쟁과 임단투로 지역에서도 인정하는 조직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현장 활동가들이 줄고 간부나 대의원을 맡으려 하지 않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 말만하면 다 이루어지는 자판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근골격계투쟁은 강화된 현장에 노동강도를 낮추면서 조합원들에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함과 동시에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근골격계투쟁은 2001년 9월에 시작되었다. 근골격계 직업병 설문조사를 통해 그 심각성이 나타나게 됐고, 지회는 같은 해 11월 달에 ‘조합원건강권쟁취를 위한 족구대회’를 진행하고, 본격적인 근골격계 투쟁에 돌입했다.
시작과 동시에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실무위원회 구성을 사측에 요구하여 사측 이사가 참석하는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노사실무위원회를 노사 각 2인씩 구성하게 되었다. 노사실무위에서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를 자문기관으로 선정하여 근골격계 예방사업을 시작하였고 노사는 전문기관인 연구소에서 사업진행을 해 줄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임금투쟁기간이 겹치며 사업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2002년 7월 임금이 마무리 되는 시기까지 근골격계 예방사업으로 제대로 진행된 부분은 없었고, 환자에 대한 산재처리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2002년 8월 새로운 집행부가 선출되면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사업을 다시 시작하여 환자 파악에 나섰다. 조합원 중 47명이 사업장 내에서 1차 검진을 받고, 이 중 37명이 원진녹색병원에서 2차 검진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휴업 치료 6명, 근무 중 치료 18명, MRI촬영 후 판정 10명의 환자가 파악되었고, 12월 말부터 2003년 1월 초까지 2차 검진 시 증상이 심각한 작업자 10명에 대한 MRI촬영을 실시했다.
1차 집단요양신청은 1월 13일 2명의 산재 유보자를 제외한 4명이 진행하였고, 근무 중 치료자는 신탄진 소재 2개의 병원에 나눠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단은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산재요양 신청 판정을 유보했다. 지회는 공단 앞 1인 시위, 근로복지공단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본부장면담을 실시하여 1월 29일 자문의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최종결정을 내겠다는 입장을 받아냈다. 그리고 1월 29일 집단요양신청자 4명과 개별로 접수한 2명을 포함하여 총 6명에 대한 전원 산재요양 승인을 쟁취했다.
1차 집단요양을 유보한 작업자 1명을 포함하여 총 6명은 2002년 3월 6일에 2차로 집단요양을 신청하여, 약 2주 후 전원 승인을 받아냈다. MRI촬영자 10명 중 5명은 산재신청을 유보하거나 증상이 개선되어 요양신청을 하지 않았다.
근골격계 투쟁 후 회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회 요구의 많은 부분을 수용하였다. 우선 산보위와 별도기구인 근골격계 노사대책위원회와 산하 기구로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책위원의 활동시간을 주 4시간 유급으로 인정했다. 한 편, 요양자에 대해서는 운동치료비를 지급하기로 하였고, 요양 후 복귀자에 대해 2주간 평균임금을 지급하는 적응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근골격계 직업병이 많이 발생했던 ‘라이너가공’의 경우 여유인력으로 2명을 충원하였고 처음 임시직으로 들어왔던 2명은 6월 1일부로 정규직이 되었다.
개별적 작업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가 발생한 공정에 대해 환자 복귀 전 개선을 실시하기로 하였고, 인간공학적 작업환경개선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개선해 나가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집단적 작업환경에 대해서는 휴게시간에 통증이 발생할 시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고, 적정 노동강도 유지와 적정 인원 유지를 위해서 노동강도를 평가한 후 근골격계 노사대책위에서 노동강도와 인원에 대해 협의하기로 하였다.
또한 신기술도입, 작업공간개조, 기기교체, 생산량 변화 등 작업방식이나 작업환경이 변화할 때 직․간접관련자와 충분히 협의하고, 시행 전 지회에 통보하고, 지회 개선안에 협의하여 반영하는 것으로 했다. 필요할 때는 전문기관에 대해 노사가 협의하여 자문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합의된 내용에 대해서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회사 안전보건관리규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하였다.
서술했듯,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많은 내용을 회사로부터 따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핵심적으로 작업량 축소나 휴식시간 연장 등 노동강도를 낮추는 것에는 미흡한 점도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역의 사업장들이 같이 근골격계투쟁을 진행하지 않았더라면 쟁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대한이연지회에서 중점적으로 할 일은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에 대한 산재신청과 함께, 실제 현장의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투쟁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 내 사업장들과 끊임없이 연계하여 연대의 힘으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대책을 사용자들에게 요구하고 투쟁하여 쟁취해 나가는 것이다.
근골격계 직업병은 대한이연에만 있는 직업병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가 원인인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에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역․전국적 연대 투쟁만이 근골격계직업병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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