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월/직종별 건강장해] 주물편

일터기사

[직종별 건강장해]

직종별 건강장해 – 주물편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연구기획실 김정연

주물공장 근로자 직업성 진폐 의심자 13.8%
노동부, 4월중 합동점검과 함께 임시건강진단 실시명령

노동부는 인천지역 30인 이상 주물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 전체 13.8%가 직업성 진폐 의심자로 나타남에 따라 4월중 한국산업안전공단과 합동으로 6개소에 대한 특별지도, 점검을 실시하고 16개소에 대해서는 역학조사 추가 요청, 34개소에 대해서는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키로 했다.
최근 인천 산업사회보건연구회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주물산업 종사 노동자 직업성 진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대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연구원이 30인 이상 주물공장 근로자 950명중 427명에 대한 가슴사진을 찍어본 결과 진폐증 유소견자로 분류되는 진폐 1형인 근로자가 35명, 진폐 의심자가 24명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진폐증이 생기고 합병증으로 올 수 있는 8가지 폐질환의 종류로 구분되는 폐결핵, 기관지염, 기관지 확장증, 흉막삼출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근로자를 포함하면 96명으로 전체 검사자의 22.5%에 달했다.
노동부도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인천북부사무소에 특별점검, 추가 역학조사, 임시건강진단 등을 조취를 취하는 한편, 역학조사 결과 필요할 경우 전국 주물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별도의 건강보호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진폐증? 그거 탄광에서나 걸리는 거 아냐?

2002년 인천 서구의 주물공단에서 집단적인 진폐증 발병이 확인되었다. 진폐증(塵肺症)이란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원도 탄광촌의 광부를 연상시킬 것이다. 광산이 폐광이 되어 카지노가 생겼듯이 이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과거의 질병으로 생각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진폐증은 반드시 탄광에서만 생기는 질병이 아니다. 자기가 ‘비교적 심한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고 있다면, 그 먼지에 모래나 돌가루, 용접먼지, 석면 등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한 번쯤 나도 진폐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걸 의심해 보아야 한다.

20년 이상 근무한 주물 작업 노동자의 80%에게서 진폐증

주물 작업이란 제품의 형상과 같은 틀을 만들고 그 틀 속에 녹은 쇳물을 부어서 식혀서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양이 있는 쇠(기차바퀴, 역기, 밸브, 망치, 스패너 등등)는 모두 주물 작업을 통하여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수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비교적 위해 작업이기 때문에 영세한 하청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물 작업은 우선 나무로 제품의 모양과 같은 목형을 만든 다음, 그 목형을 이용해 모래로 틀을 만들고, 쇠를 녹여서 틀에 붓고 굳힌 다음 틀을 제거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주물에 사용되는 모래(주물사)에는 진폐증의 일종인 규폐증을 일으키는 유리규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주물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진폐증에 걸릴 수 있게 된다. 특히 형 해체 작업과 모래처리 작업에서 가장 많은 먼지에 노출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 그러나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서는 하나의 건물 내에서 모든 공정들이 이루어지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까지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 의하면, 20년 이상 근무한 주물 작업 노동자의 80%에게서 진폐증이 발생한다고 한다. 주물 작업자의 5명중 4명이 진폐증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진폐증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이 5년, 10년 근무하는 사이에 서서히 발병하며, 주기적인 건강검진에서 진단되는 것이 보통이다. 흉부X선 검사에 병변이 보이고 폐기능 검사상 이상소견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병은 상당기간 진행된 것으로 이 때 치료를 시작해도 늦은 경우가 많다. 이병에 대해서는 아직 특효약이 없어 일단 생긴 진폐증을 없애주는 방법은 없으며, 예방이 최선의 치료 일 뿐이다. 흔히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서 삼겹살을 먹으면 된다는 속설을 믿는데 이는 그야말로 자기 위안일 뿐, 먼지가 들어가는 길과 삼겹살이 들어가는 길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

주물 작업자, 또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이외에도 주물 작업자에서 생길 수 건강장해는 금속 흄에 기인하는 중금속중독, 그라인더 작업등의 소음에 기인하는 직업성난청, 열 환경에서의 열중증 등이 있다.

중금속 중독은 쇳물을 녹이는 작업을 하는 용광로 작업자와 틀에 붓는 주입 작업자에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높은 온도에서 일하기 때문에 고열로 인한 열중증의 위험에도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 영세 사업장의 경우 부분 냉각기와 같은 냉각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지 못하고 국소환기 장치도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고열의 쇳연기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곳이 많다. 고열에 노출되는 작업자들은 물과 소금과 같은 전해질을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고체로 된 소금덩어리를 집어먹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이는 오히려 위장관계에 자극만을 더하고 과다한 식염 섭취로 만성병을 유발할 수 있다. 올바른 방법은 물에 소금을 0.9% 정도로 타서 마시는 방법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이온 음료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중금속 중독은 진폐증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발견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중금속은 신장과 신경계통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성격의 변화, 팔과 다리의 힘 빠짐, 단백뇨 등의 증상이 있으면 중금속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소음으로 인한 직업성 난청은 가장 흔한 직업병 중 하나이다. 특히 형 해체 작업과 마무리 작업에서는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음이 심하다. 대부분의 직업병이 그러하듯 소음성 난청 또한 진행이 서서히 되기 때문에 노동자 본인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처음에 느끼는 증상은 여자 목소리를 잘 못 알아듣는다던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주위 사람보다 볼륨을 크게 하는 증상이다. 자신에게 이러한 증상이 있는 노동자는 일상적인 대화에 큰 불편이 없더라도 난청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또한 주물 작업은 그 자체로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 주물제조 작업의 노동자에서 폐암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입, 냉각하는 공정에서 PAH(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라는 발암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국제암 연구기구에서는 주물작업을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직업성 노출로 정의하고 있다. 담배가 가지고 있는 폐암의 위험성을 주물 작업이 같이 상승시켜주기 때문에 주물 작업을 하는 노동자라면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 폐암은 일단 발병하면 예후가 매우 좋지 않으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노동자가 폐암이 걸리는 경우 직업병으로 잘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는 노동자라 할지라도 주물 작업이 암의 발생을 동시에 증가시키기 때문에 보상의 여지는 있다.

골병드는 일터의 개선, 노동자의 현장통제권 쟁취로!

지금까지 주물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건강장해를 살펴보았다. 대부분이 예방은 할 수 있으나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들임을 알 수 있다. 자신에게 혹시 위와 같은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직업병 발견은 그와 유사한 증상을 가진 다른 동료들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개개인은 늘 자신의 질병을 의심하고 문제제기하며 그러한 질병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합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을 교육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일상적인 작업환경의 감시 개선 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4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