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현장]
– 중앙고속 투쟁의 현장
전국버스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김준태 정책국장
시민의 발을 모는, 족쇄 찬 버스노동자
어떤 시내버스 노동자든 한 탕(노선을 한 바퀴 도는 것) 돌고 나면 커피나 담배는 고사하고 화장실도 못 간 채 다음 탕수를 뛰러 나가야 한다. 차고지 안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이 한 대도 없거나 1-2대만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화장실이라도 갔다 오려 치면 나이도 새파랗게 어린 배차주임들이 욕지거리를 해대기 때문이다. 탕수를 채우러 나가면 그걸로 마음이 편한건가? 80년대에 만들어진 한 노선당 준수시간이 지금도 족쇄를 채우고 있다. 나쁜 도로사정에 신호와 규정속도를 지키려면 3시간도 넘는 한 바퀴가 여전히 2시간20분-30분으로 되어 있다. 그 시간 넘어서 차고지에 들어가면 욕먹고 심지어는 시말서도 써야 한다. 일단 무조건 배차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신호 어기고 차선 변경 밥 먹듯이 해야 그나마 그럭저럭 맞춰서 현장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잘한 사고는 물론, 큰 사고들도 나기 마련이다. 이럴 땐 단체협약, 노동법에 ‘구상권 제한, 자부담 금지’로 나와 있어도 결국 자부담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사측의 서슬이 무서워서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억울하다고 노동조합에 가서 하소연한다?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어용노조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조합원들이 경험적으로 더 잘 안다. 오죽하면 노동조합은 회사의 노무2중대, 회사의 시다바리라는 얘기들이 나돌겠는가?
상은 못 줄 망정 조합원 제명
5월28일. 중앙고속노조 대의원대회는 노조 역사상 최초로 ꡐ임태환 대의원 징계에 관한 건ꡑ이라는 단일 안건으로 열렸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30여 분만에 찬성24, 반대3, 기권1로 임태환 대의원을 제명시켰다. 그리고 회사는 유니언 샾이기 때문에 제명된 임태환 조합원을 마음대로 해고시킬 수 있게 되었다.
오랜 기간동안 임태환 조합원은 거의 홀로 싸워왔다. 그 기간동안 함께 할 조합원들을 결속하려는 시도도 무수히 했다. 그러나 번번히 깨졌다. 그래도 조합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찾아온다. 어차피 노조에 가봐야 도움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부당해고를 당한 강재근 조합원이 물어물어 임태환 조합원을 찾았고, 그 때부터 함께 부당해고에 관한 선전작업을 진행했다. 오랜 기간 선전작업을 하면서 결국 4월 1일 60여명의 참가자들과 집회를 열었고, 노조와 관리사무실 항의방문을 했다. 어용 노조에서는 노조에 외부단위가 들어온 것으로 제3자 개입이라며 해고시키려 애썼고, 결국 임태환 조합원은 노조에서 제명되었다.
강재근 조합원은 ꡒ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처음 입사할 때 기존에 알던 어용 브로커에게 웃돈 주고, 들어오는 질퍽한 관계에 엮여 있어 같이 싸우는 데 동참하기 힘들다ꡓ며 고속 사업장에서 조직하기 힘든 이유를 얘기한다. 여기에 항상 임태환 조합원이 즐겨 쓰는 얘기를 한다. ꡒ희망은 버리지 말자구.ꡓ 지금도 임태환, 강재근 조합원은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고속 뿐만 아니라 고속 10개 회사의 민주노조를 보면서 말이다.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