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월] 삼호중공업, 근골격계 직업병이 사라질 때까지

일터기사

[현장통신]

삼호중공업, 근골격계 직업병이 사라질 때까지
금속노조 삼호중공업지회 산업안전차장 오천수

“부도 전에는 조합원 수가 3천이 넘었고 건조부만 해도 5백 명이 넘었어요. 550명 정도 됐었는데 저희가 290대까지 떨어졌다 훈련생 충원되면서 이제 350정도가 됐는데 업체 인원들이 불은 부분도 있기 하지만. 과거에 쳤던 물량보다 인원은 줄었지만 물량은 더 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550명이 했던 일을 350명이 하면서 물량을 더 치고 있는 거예요. 그런 거 보면은 노동강도면으로 놓고 볼 때는 한 200명 정도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더 친다는 것은 강도가 어마어마하게 세졌다는 거죠.” – 삼호중공업 건조부 노동자

노동재해 은폐하는 회사에 ‘근골격계 질환 예방 최우수사업장’ 표창까지

97년 말 부도난 한라중공업이 현대자본으로 넘어가면서 1만여 명이 넘던 노동자들이 약 6천명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2인1조 작업이 1인 작업으로 변경되면서부터 작업여건이 심각하게 악화되었고, 노동강도가 강화된 대표적 사업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의 삼호중공업은 그런 식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살벌한 현장통제를 하며 2001년 흑자를 기록했다.

삼호중공업지회는 근골격계 직업병검진을 2001년 7월부터 실시했으나 이후 사업이 표류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검진에서 드러난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들이 회사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내 물리치료를 받으며 대규모 노동재해는 은폐되었다. 그리고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공단은 2002년 말 ‘근골격계 질환 예방 최우수사업장’이라는 표창을 삼호중공업에게 주었다.

2003년 1월 7일 현 집행부는 33명에 대한 산재요양신청서를 접수하고 곧바로 집행간부 텐트 철야농성에 돌입, 근로복지공단의 횡포에 대한 항의투쟁을 진행했다. 회사는 ‘7일 이상 무단결근이면 사규에 의한 해고조치를 한다’는 내용증명을 환자들에게 보내는가하면 환자들이 입원한 병원에 압력을 넣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심지어 회사측 사람이 병원 주치의에게 ‘외출, 외박에 대한 통제’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고, 근로복지공단에 ‘환자관리가 엉성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그러나 당연한 결과로 1월 16일 31명에 대한 산재요양승인이 떨어졌다.

연달아 터진 작업 중 사망사고

지회가 이후에도 임시건강진단, 근골격계 대책위를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던 와중에도 작업 중 고소차 사고가 3건이나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뇌사상태에 빠졌다. 3월 26일 고소차 바스켓 압착사고로 하청노동자 김OO씨가 사망하고, 4월 12일에는 하청노동자 문OO씨가 고소차를 타고 도장작업을 하던 중 5.8m높이에서 거꾸로 추락해 뇌사상태가 된 것이다. 4월 9일에도 역시 고소차 바스켓이 파단되어 추락하는 아슬아슬한 사고가 일어났으나 다행히 다친 사람이 없었고, 회사가 이를 긴급히 숨기려 애쓰다 지회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다. 지회는 이에 전면적인 고소차 작업중지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족장을 설치한 후 작업했는데, 요즘은 고소차라는 무등록 불법장비를 이용하여 능률/생산성만을 위한 작업을 하는 것이 사망, 추락사고의 원인임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높이 2미터 이상 작업 시 사업주가 조치해야 할 안전조치 중 어느 것 하나 삼호중공업에 지켜진 것이 없었다.

그리고 하청노동자 김씨가 뇌사상태에 빠진지 10여 일만인 4월 22일에 하청노동자 이OO씨가 328kg짜리 벨마스터에 가슴을 압착당해 사망했다. 1인 작업을 했기에, 벨마스터의 고리가 엉성하게 결속되어 있다는 것만 파악했을 뿐, 이씨의 사망시각조차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너희가 산재은폐면, 노동자는 집단요양이다

지회는 우리 노동자의 생과 사를 책임지지 않는 사업주, 사장에게 안전한 사업장 조성과 대책 마련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이야기해야 할 그 자리에서 ‘노조의 방해 등으로 작업시작 전 안전보건활동이 거의 안 되고 있고 질서가 문란해져 주변 작업환경이 산만해 사고위험이 높음, 작업장 위계질서 확립에 노조의 협조, 본관 옆 텐트철수 협조’ 등의 안건을 내놓았다. 결국 ‘중대재해는 모두 노동조합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분노한 삼호중공업지회는 4월 23일 밤 10시경 연이은 중대재해의 책임을 묻고, 근골격계 특별단체교섭 성사를 요구하며 본관 7층 사장실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회사는 나흘만인 27일 일요일 새벽 야심한 틈을 타 관리자 3백여 명을 동원해 확대간부들을 제압하고 7층에서 1층까지 질질 끌어냈다.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 많은 확대간부들이 부상을 입었고, 수석부지회장은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회사는 농성장에서 끌어내는데 그치지 않고 간부들을 차량으로 납치, 감금해 목포, 영암, 해남 등 외진 곳에 떨어뜨려 농성대오를 분열시키려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회는 그런 회사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바로 다음날 농성장 강제해산, 폭력행사에 항의하며 4시간 부분파업을 전개했다. 그때까지 한쪽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노동부는 삼호중공업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설문을 실시해 4개 부서의 153명이 근골격계 질환 유소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노조는 여러 중대재해와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로 광주노동청 앞 노숙투쟁 등을 진행하여 특별 안전보건 감독과, 안전보건 개선명령을 쟁취해냈다. 하지만 사측은 아직까지도 노동조합을 배제하는 등 법을 어기며 시간 끌기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 삼호중공업 조선소는 노동자 잡는 도살장으로 변했다. 생산제일주의에 빠진 경영진은 근골격계 대책위의 사안을 특별단체교섭에서 논의하자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전면 무시하고 수용하지 않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호중공업지회는 지금까지 1,2차에 걸쳐 근골격계 조사사업을 진행하였다. 향후에도3,4차를 지속적으로 계획하여 근골격계질환이 사라질 때까지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을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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