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월] <옥탑방 고양이> 한 여성노동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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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고양이> 한 여성노동자의 꿈
노동자의힘 정책선전국장 황정일

90년 대 초반에 나온 한 노동소설을 기억한다.
소위 노동자출신 여성과 학생출신 남성이 이혼한다는 얘기였다. 이는 소련 사회 붕괴를 은유하면서 과학적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의 결합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의 한 표현이었다.
전혀 깨지지 않을 것 같이 여겨졌던 철옹성은 무너졌지만 대신에 투기를 목적으로 수많은 연립주택들이 세워지고 그 맨 꼭대기에 옥탑방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2003년 여름 화제의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는 한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남정은은 한 제과회사의 임시직으로 근무하는데 인사권에 영향을 미치는 재벌3세인 실장의 호의를 뿌리치기 힘들다. 우연찮은 하루 밤 사건 이후 동거하게 된 꽃미남 남자친구는 말썽장이지만 부자 할아버지를 두고 있고 고시생이라는 대접을 받고 산다. 여기서 매력남으로 묘사되는 삼각관계의 두 남성주인공과 투쟁하는 노동자의 얼굴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는 듯 하다.
98년 울산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 때 총각 무술경험자 출신들인 사수대 동지들과 술을 한잔 한 적이 있다. 그들의 말은 울산 여성들은 자기들 같은 공돌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대도시의 사무직 남성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남정은은 내가 보기에 주체적으로 인생을 풀어나가는 드라마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가 품고 있는 신데렐라적 꿈도 현실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자본의 이데올로기이다. 여기에 맞서는 노동자의 얼굴이 있어야 한다. 그 얼굴은 옥탑방 속에 있다.

이회창은 대통령 후보시절의 한 인터뷰에서 애써 ‘옥탑방은 없다’며 구설수에 올랐지만 그의 무지와는 달리 여기저기 수많은 옥탑방이 있다. 그 옥탑방 속에서 노동자들은 그저 상품으로서의 노동력만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숨쉬고 생활하고 관계 맺고 있다. 아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매력적인 주인공 남정은이 자본의 모든 부분과 투쟁하는 남성 주인공에게 빠져드는 그래서 비현실적인 인물들을 차버리고 새로운 노동자의 사랑을 엮어나가는 그런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드라마를 어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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