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월/그것이알고싶다]근골격계 질환 직업병 인정기준에 대하여

일터기사

[그것이 알고싶다]

근골격계 질환 직업병 인정기준에 대하여
– 근골격계 인정기준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입장 비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현장연구원 현지동

지난 7월 18일 대한산업의학회에서 노동부의 연구의뢰를 받아 진행 중인 ꡐ근골격계 질환의 작업관련성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대한산업의학회의 입장을 정리하면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1) 가급적 근거에 따른 인정기준을 제정한다. 예를 들어 기존에 경견완 증후군은 근무경력이 6개월 정도 되어야 하는 것으로 되었으나, 기간이 근거가 부족하여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 2) 업무관련성 판단에 있어 업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3) 퇴행성 질환을 무조건 제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러한 기조 하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상지와 하지, 요부 질환으로 나누고 각각에서 위험작업에 대해 규정하였다.

산업의학회 개정안의 한계

산업의학회의 개정안은 몇 가지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산재보상보험법의 근골격계 질환 규정보다 진보적인 듯 하다. 그러나 이 ‘개정안ꡑ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스스로 언급했던 ‘근거에 기반한다ꡑ는 원칙조차 견지하지 못하는 점들이 많다. 특히 허리의 직업성 요통이 ‘상당히 장시간 종사한 근로자ꡑ에게 생기는 것으로 정의하고 상당히 장기간은 약 10년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못 박고 있다. 그러나 이 10년이란 기간은 그렇게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 규정은 1960년대의 독일에서의 연구에 기반한 것이지만 그 이후로 이보다 짧은 기간에도 허리의 문제가 발생함을 보인 많은 연구들이 있다. 둘째로 불충분한 위험인자이다.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인자로는 인간공학적 위험인자 뿐 아니라 노동강도, 불충분한 휴식, 직무스트레스 등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위험인자들은 개인적 노동환경 뿐 아니라 집단적 노동환경이 중요함을 뜻한다. 그러나 산업의학회의ꡐ개정안ꡑ에는 ‘작업과 휴식 비율, 직무긴장ꡑ을 언급함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의미에 접근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인자로, 현장의 통제와 노동자의 현장통제력, 재량권, 충분한 휴식 등이 보다 명확한 규정으로 표시하고 노동자들에게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 노동자들도 이 산업의학회의 ‘개정안’이 불완전하지만 진보적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서술되어 있는 작업과 휴식비율을 현장에서 요구하고 확보하기 위한 투쟁과, 직무긴장에 대해서 직무스트레스의 문제와 현장통제권의 문제로까지 확대하여 투쟁할 필요가 있고,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과 관련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문제보다 중요한 원칙적인 문제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기술적인(!) 문제들보다 더 중요한 원칙적인 문제들이 있다. 먼저 연구가 철저하게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연구를 의뢰한 노동부나 연구를 진행한 산업의학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앞에서 열거한 기술적인 문제들은 노동자를 배제하고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생기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제대로 된 연구라면 처음부터 연구진에 노동자들을 참가시키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묻고, 현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여야만 한다. 두 번째로 연구에서 보이는 약간의 진보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업관련성이 증명되어야만 직업병으로 인정받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무리하지 않게 곱게 모셔줄 자본가가 존재할 것인가? 익히 알듯이 작업장에서 고분고분하게 실제 노동자들이 그러한 작업을 했음을 인정하는 관리자가 얼마나 있으며, 또한 자신의 작업장에서 직무스트레스와 노동강도에 문제가 있음을 감추지 않는 관리자가 얼마나 있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직업관련성을 입증하는 것은 직업병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건강 – 노동자 힘과 논리로!

그러나 이렇듯 불완정한 ꡐ개정안’조차 자본과 정권의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경총은 공청회에서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판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 2차 또는 3차 의료기관에서 판정을 할 것, 인정은 의사 3인 이상이 상병명이 동일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였다. 또한 개정안ꡑ이 통과될 것을 대비하여 요양관리기간을 제한하여 질환별로 치료기간을 정할 것과, 일본에서 과중한 작업을 규정한 것을 도입할 것, 정당한 사유없이 전원, 치료 회피할 때는 제재조치를 취할 것 등을 주장한 바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불충분하기 그지없는 ‘개정안ꡑ이 자본과 정부의 입장에서는 과격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노동자 건강을 바라보는 입장이 그만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ꡐ개정안ꡑ의 기술적인 문제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원칙(!)이다. 이제 우리 노동자들은, 직업병으로 확인된 이후에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현재 산재인정 기준 원칙에 대해, 현재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몸뚱이는 망가질 수밖에 없음을 힘과 논리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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