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월/기획1] 노동강도 강화, 그 삶과 죽음 사이의 줄타기

일터기사

[기획1]

노동강도 강화, 그 삶과 죽음 사이의 줄타기
– 현대자동차 생산공장 사례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민투위 김봉길

작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누구든지 돈보다는 건강이라고 한다. 그만큼 건강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떡하든 지켜지고 가꾸어져야 하는 필수성을 지닌다. 그러나 현장에서 생산에 매달려야 하는 우리가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길이 ꡐ얼마나 가능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ꡐ가능’이라는 대답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그것은 일상을 직장이라는 것에 매달려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간을 쪼개어 건강을 관리토록 한다는 설정은 아예 ꡐ하지마라’는 것으로 비쳐진다. 시간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시간을 돈으로 치부하는 콘베어시스템에서는 그야말로 신선놀음을 보는 듯 허황되기까지 하다.

과로사를 생산해내는 죽음의 공장 – 현대자동차

언제나 콘베어에 매달려 살아가는 자동차 생산공장 노동자의 상황은 어떠한가. 어차피 콘베어시스템이라는 것이 시간을 얼마나 때우느냐에 생산량이 달려있는 상황에서는 내 건강을 위하여 다르게 시간을 쪼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더군다나 열악한 임금의 현실에서는 회사가 던지는 노동시간 연장이라는 고깃덩이는 거의 목숨까지도 바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간의 연장이 노동강도와 맞물리면 거의 죽음을 향한 줄타기에 다름 아닌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이러한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에 의해 해마다 엄청난 숫자의 과로사를 생산해 내는 죽음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지난 98년 고용안정투쟁을 겪으면서 이제 우리들 투쟁의 핵심을 단순히 임금인상이나 고용안정에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자각하였다. 이에 현대자동차 현장의 노동강도 강화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이로 인한 과로사 규모를 살펴보며, 현장의 노동강도강화 저지투쟁이 우리에게 얼마나 절실한지를 돌아보고자 한다.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강화의 역사

현대자동차는 이번 2003년 임단협을 통해 9월1일부터 주40시간을 실시한다. 주40시간 노동은 인간적인 노동을 위해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주40시간 노동은 현대자동차처럼 콘베어시스템의 노동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진작에 실시되어야했을 중요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주40시간을 인정하면서 생산량 확보를 위해 특근 및 철야에 대해 노조의 협조를 강압하고 있다. 우리들의 주40시간 요구가 가지는 ꡐ죽어 가는 몸을 회복시키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휴식시간을 확보한다ꡑ는 취지는 사측의 특근철야 요구에 의해 완전히 묵살되는 것이다. 오히려 사측에서는 휴일의 확대가 아니라 특근철야의 확대로 인한 임금인상의 효과를 운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표1>에 나타난 것과 같이 현대자동차 실 노동시간을 살펴보면 주40시간에 가려진 노동강도 강화의 실체를 알 수 있다. 특히 특근철야는 야간조가 담당하게 되면서 그 노동강도는 상상을 불허한다. 결국 주간조일 때는 주50시간 근무, 야간조일 때는 주64시간 근무가 평상시의 현대자동차 근무형태인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 지난 1998년 정리해고 저지투쟁을 겪으면서 고용불안을 이유로 직영이 떠난 자리에 하청을 대거 받아들인다. 이름하여 ꡐ직영 고용의 완충지대ꡑ. 당시 노동조합은 사측의 이러한 비인간적인 정책을 ꡐ완전고용보장합의서ꡑ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그러잖아도 98년 대투쟁을 겪으면서 실업의 공포에 몸을 떨던 조합원에게 하청은 같이 숨쉬고 살아가는 동료가 아니라 나의 고용을 위한 방패막이이자 난해하고 힘든 작업을 해결해 주는 기계로써 인식하게끔 만들어 간 것이다. 그나마 하청의 증가는 직영의 고용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불황기에 접어들면 직영노동자의 임금에서 1/2 수준에 머물던 하청노동자(2차나 3차 밴드로 갈수록 격차는 벌어져 심하면 1/3 수준에 이르는 상황도 있음)를 자르면서 불황을 탈피하려는 시도는 없을 거라는 일반적인 현상을 지적하면서 오히려 하청이 직영의 고용을 압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장에서의 하청의 증가는 직영노동자의 노동강도 강화를 급속히 불러왔다. 일단 사측에서는 그동안의 생산방식을 탈피하고 유연생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기아?현대의 플렛폼통합을 추진하면서 확실한 구조조정을 시도하였다. 이미 현대자동차의 EF소나타, 싼타페와 기아자동차의 옵티마, 쏘렌토의 플랫폼통합이 이루어졌으며, 신차종 개발시 플랫폼통합은 점점 더 확대하여 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복합생산방식은 사측의 생산전략의 핵을 이루면서, 현장의 노동강도 강화를 보다 확실히 하였다. 예를 들어 테라칸을 생산하던 사람이 차종이 다르고 조립사양이 다른 차종을 생산하면서 오게되는 작업의 이질감이라든지 ꡐ이것 하나 때문에 사람을 더 붙이는 것은 아니다.ꡑ라는 생각으로 무심히 닥치는 노동강도 강화는 이미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반화되었던 것이다.
또한 플렛폼통합에 의한 부품 공유화에 의해 모듈화의 심화를 가져오게 되면서 현장의 노동강도는 거의 살인적이 되었다. 모듈화는 사측의 구조조정에 추진날개를 달아주는 꼴이었다. 여러개의 부품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 납품하면서 실제 노동집약산업의 하나이던 자동차 조립부분 산업이 포스트화 하면서 여러 개로 분리되는 엄청난 구조조정을 동반하게 되었다. 이것은 다시 덩치가 커진 부품이 중량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자동화를 가져오게 되고 이것도 어려운 상태에서는 작업이 난해한 공정과 더불어 직영노동자들의 요구라는 명목으로 외주화, 하청화 시켜갔던 것이다.
이러한 노동강도는 다시 부품의 단순화에 힘입어 더욱 빨라진 콘베어 속도를 가져오게 되었다. 실제 2000년 이전의 콘베어 속도는 빨라야 50UPH를 넘지 않았었다. 물론 판매부진의 원인도 있었겠지만 당시 열악했던 공장의 시설에 견주어서 지금의 조건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아산의 경우 이미 UPH가 60을 넘어섰고, 전체적으로 상향일로를 걸으면서 극심한 노동강도 강화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전에 주40시간을 합의해주면서 생산량이 5% 다운되는 것을 빌미로 콘베어 속도를 5% 상향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측에서는 주5일을 합의해 주면서 전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엄청난 노동강도에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여기에 죽어 가는 노동자들

현장의 노동강도가 엄청나게 강화되면서 당장 현장에서는 과로사라는 죽음의 행렬을 맞게 되었다. 자료에 의하면 1998년에서 2002년 사이에 59명의 과로사가 있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고 쉬쉬하며 덮어가던 사망자를 합치면 가히 그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구조조정이 급속도로 진행하던 2000년을 기점으로 보면 1998년이나 1999년에는 각각 8명과 5명으로 나타났으나 2000년과 2001년, 2002년에는 15명, 14명, 17명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그림1>참조)

또한 공작사업부와 같은 경우는 사업부별로 집계를 낼 경우 가장 많은 인원수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것은 의장부 조립라인에 엔진을 공급하는 작업은 선행조립을 해야하는 특수성과 기아와의 플렛폼통합에 의해 엔진이 공유되어 기아에까지 엔진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노동시간을 감수하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그림2>참조)

일례로 엔진공장의 한 노동자는 1년 365중 4일만 쉬고 나머지 361일을 회사에 매어 살면서 결국 사랑하는 가족들을 멀리하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기도 했으며 의장부의 한 노동자 또한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주위 동료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다가 야간근무를 마치는 시점에서 사망하는 사태를 맞기도 하였다. 또한 일요일 아침8시에 출근하여 연속근무로써 다음날(월요일) 아침8시에 퇴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여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찾는 길, 노동강도강화 저지투쟁으로부터

민투위는 단순히 산재승인을 더 받고자 근골격계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상시적인 노동을 하면서 얼마나 인간적인 노동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에서, 현장의 노동강도강화를 얼마나 저지시킬 것이냐에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투쟁은 이미 우리들의 피부 속에 깊이 박힌 사측의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박살내고, 전체 조합원이 어떻게 떨쳐 일어설 것인가에 그 승패가 달려있다. 또한 생산 이데올로기에 젖어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죽음의 현장을 박살내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느껴지는 야간노동 철폐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지난 98년에는 민투위의 이러한 주장이 실현성 없는 헛소리 취급받았지만, 지금은 전체 조합원은 물론이거니와 전체 맞교대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투쟁의 과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장에서의 살아 숨쉬는 노동을 실현시킬 수 있는 노동강도 저하투쟁과 노동자의 생명을 급속히 갉아먹는 야간노동 철폐를 위한 주간연속2교대제를 위한 투쟁의 서막을 지금부터 열어가야 한다. 전체 노동자들의 강력한 요구를 담아,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찾는 길, 그 길의 선봉에 전체 노동자가 함께 할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16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