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월] 근골격계 직업병,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노동자계급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일터기사

[현장통신]

근골격계 직업병,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노동자계급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베스콘지회장 박종필

글을 쓰기에 앞서 무척 망설였다. 근골격계 투쟁을 모범적으로 전개하였거나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지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동지들에게 무슨 교훈을 줄 수 있을지 머뭇거려졌고 혹시 이런 글을 일고 실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근골격계 투쟁이 아직 진행 중이고 사측에서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므로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이렇다 할 성과가 전혀 없다.
그러나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근골격계 투쟁이 일회적이고 당장의 성과를 위한 이벤트적인 투쟁이 아니라고 판단하기에, 부족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써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고민되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동지들의 조언과 도움을 청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이처럼 우리는 무지했다

우리는 2002년 9월까지 사실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지회에 산업안전부장도 선임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산재사고가 거의 발생되지 않았기에 직업병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우리는 무지했다. 그러다 2002년 10월경, 조합원 중 한 명이 손목과 어깨가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개인적으로 파스를 붙이고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 때부터 우리는 통증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에 대한 부분적인 구두조사를 시작했다. 놀랍게도 조합원들 대다수가 파스를 붙이고 일을 하거나 많은 조합원들이 개인적으로 물리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설문조사만으로 절반 이상의 유소견자 발견

지회에서는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근골격계가 심각하다는 점을 직감적으로 느꼈고 소책자 배포․조합원교육․간부교육 등을 하면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또한 먼저 근골격계 투쟁을 전개했던 많은 사업장의 투쟁사례로부터 훌륭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금속연맹 주관으로 실시하는 근골격계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60명의 조합원 중 32명의 유소견자가 발견되었고, 그 중 12명의 조합원이 요양대상자로 나왔다. 12명의 동지들 전부 요양신청을 하였고 전원 산재승인을 쟁취하였다.

노동자들의 심정은 어떤가

“회사 생산을 고려하지 않는 집단이기주의다” “ 정상적인 생산을 망치려 하는 범법행위다” “생산도 하면서 요구해라” “집단휴직계는 인정할 수 없고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 “우리 회사처럼 근무조건이 좋은 회사가 어디 있냐. 여름에 시원하지, 겨울에 따뜻하지…” “근골격계 아닌 사람이 어디 있냐. 일하고 나이 먹으면 다 아픈 것 아니냐” “회사에서도 근골격계에 대해 대책을 세우려 하고 있지만 지회에서 쟁의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산보위에 참여할 수 없다” 회사는 12명의 집단요양에 대해 이와 같이 말한다. 또한 교묘하게 악선전을 하며 조합원들을 분열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산보위조차도 거부하는 등 철저히 근골격계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심정은 어떤가? 정말 참담하고 절실하다. 집단요양 전에 먼저 요양을 시작한 어느 조합원은 지금 요양 3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전혀 나아지고 있지 않다. 그 조합원은 울먹이면서 전화를 했다. “저는 지금 집에서 집안일도 하지 못해요.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도 낫질 않고 숟가락 하나 잡으려고 해도 아파서 힘들어요. 너무 속상하고 억울해요. 열심히 죽어라 일한 죄밖에 없는데… 남편에게 미안하고 아이들에게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해 속상하고…” 그 조합원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고 말았다.

이제 근골격계 직업병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베스콘지회 근골격계 요양자들은 7월 9일 집단 요양승인을 받고 전원 매일같이 정상적으로 출근한다. 현장에 남아 있는 조합원들과 함께 출근투쟁을 하고 이후 현장순회를 하며 조합원들과 같이 호흡한다. 현장순회가 끝나면 요양자회의를 하고 치료를 받는다. 매일같이 진행되는 일이라 힘들고 지치지만 요양자들은 이제 근골격계 직업병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굳건히 믿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무감때문이 아니라, 현장의 작업환경이 바뀌지 않고 노동강도가 완화되지 않는 한 또 다른 근골격계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6월부터 약 한 달간의 조합원 분임토의와 교육을 통해 7월 16일 라인별 1명씩 7명의 현장실천단을 구성하였다. 아직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실천단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현장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서이다.

오직 노동자의 자발적이며 집단적인 투쟁으로!

사업주들은 보다 많은 이윤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동자들이 아파 쓰러지든 병들든 관심이 없다. 아프거나 병들어 쓰러지면 나이나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치부하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노동자들이 아파 치료를 받고자 하면 회사는 온갖 악선전을 퍼부으며 치료를 막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생산을 망치려 한다고 비난한다. 이런 자들에게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을 맡길 수 있겠는가. 오직 우리 노동자들이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투쟁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근골격계 투쟁을 하면서 사업주들이 심어놓은 분열과 이기심을 뛰어넘고 극복하는 데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투쟁의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 옆 동료가 아프다고 하면 함께 고통을 나누고 집단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노동자들이 함께 경험하고 느끼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다.
베스콘지회의 근골격계 투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본가들의 비열한 악선전과 탄압을 뚫고 끈질긴 현장투쟁과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을 통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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