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 대전 승마육운 택시노동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편집위원 박혜림
짙게 어둠이 내려 모두들 잠이 든 밤 2시 30분. 대전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박철주씨와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아무런 밑천도 없으니까 이제 몸으로… 육체적으로 때울 수 있는 거 생각하다가, 운전면허증이 있으니까 택시 하는 게 제일 밑천 안 들고 무난하겠다 했는데 이게 밑천이 안 드는 게 아니라 몸을 계속 깎아 먹는 거예요.” IMF이후 자금난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택시운전을 하게 되었다는 그는 무척이나 피곤한 안색이었다. “아프면 겨우 한다는 것이 싸우나 가서 더운물 차건물 해서 붓기를 빼는 정도. 그니까 쉽게 말하면 근육통인데, 제가 생각할 때는 만성질환, 골병으로 남는 거 같아요. 나만 그런가 했는데 지금 1년 안된 기사들이 그런 호소를 해요. 무릎도 아프고 시큰거리고 발목도 시큰거리고 어깨도 결리고, 허리! 허리가 아픈데 양옆에 엉치뼈라고 해야되나. 운전하는 사람들을 보통 보면, 췌장쪽으로 다 아프더라고. 외과적으로 근육통, 요통 그런 걸로 시작해서 쌓이고 쌓여서 속병까지… 어휴.”이제는 피로가 쌓이고 쌓여 더 이상 피곤을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그는, 주간 업무 때는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야간 업무 때에는 오후 4시부터 새벽 4시까지 꼬박 12시간을 거의 부동자세로 운전을 한다. 5일 일을 하고 하루 쉰다지만 매주 맞교대가 이루어져 발 뻗고 편안히 쉬지도 못하는 게 현재 택시 기사들의 일상이다.
“우리는 동전 줏으러 다닌다고 하거든요. 왜냐면 손님들하고 100원, 200원 가지고 옥신각신하니까… 스스로 좀 비굴하다, 초라하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텅 빈 거리를 아무 말 없이 활주하다 무덤덤하게 말을 꺼낸다. 그는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손님도 줄고, 간혹 요금을 내지 못하는 손님이 있어 곤란한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1,2백 원에 옥신각신 하게 되는 상황이, IMF때보다 요즘 경기가 더 안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한다. 어느 순간 되돌아보면 그런 상황에 열을 올렸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게다가 회사에 줄 돈이 입금되었다고 찍히기 전까지는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거든요. 그걸 못 채우면 기본급에서 까고 나오니까… 사실 이 택시 운전을 하루 12시간 하면 안돼요. 8시간하고 쉬어야 하는데 그게 제도적으로 받침이 안 되니까. 2시간 운행하고 좀 쉬라 그러는데 그렇게 하면 거진 2-3시간을 쉬어야 하거든요. 12시간에서 3시간 빼고 9시간… 1시간에 만원씩 번다 해도 회사에 7만원 주고 밥 사먹고 그러면 뭐가 있어요. 그러니까 대충… 용변도 대강하고 밥 먹을 시간도 아껴야 되는 거죠.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 한다 그렇게 보면 딱 맞아요. 쉽게 말하면 혹사당하는 거죠. 누구를 위해서? 사장 배를 불리기 위해서. 왜냐면 우리가 벌든 못 벌든 사장은 받을 거는 다 받으니까. 그러니까 월급제가 되던지 공공부문제도를 보완해서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만들던지 해야 돼요.” 육체적인 피곤함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힘들다며, 그 핵심으로 사납금 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매일 일정 금액을 정해 놓고 회사에 납부하는 것이 사납금인데, 요즘 같이 불경기에 사납금을 채우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의 말이다. 40여만원이 채 안 되는 기본급으로는 기초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힘들지만 사납금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에는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넣어야 하기 때문에 사납금에 대한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어는 못 잡고 피래미. 짠챙이 잡는 데에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온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앉아 식사하는 게 작은 바람이고, 택시를 그만 두면 포장마차를 하고 싶다던 박철주씨는 “하루라도 빨리 그만둬야지 골병만 남겠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주간 업무가 시작되는 다음 사람을 위해 세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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