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리포트]
-현대삼호중공업 노동자의 근골격계 직업병 조사결과를 중심으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김하길
현장통제 방식의 변화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가 결성되면서 조선업종 자본측은 위로부터의 권위주의적인 관리방식이 그 실효를 상실하자 현장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관리방식을 시도해왔는데, ‘밑으로부터의 관리’라는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이 과정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반 생산회의와 직/반장의 권한강화였다.
그러나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 현장에서 연차에 따라 승진되던 직/반장에게 통제와 관리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성과에 따라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팀장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자본가와 노동자의 직접 대면을 피하고 노동자 내부에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현장에 대한 통제를 회복할 수 있었다.
팀 생산체계를 통한 현장통제 기제
그렇다면 자본에 의한 현장통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는가? 현대삼호중공업 노동자들을 각 부서별로 인터뷰하여 얻은 결과를 토대로, 회사가 팀장을 관리하는 단계와 팀장이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자.
● 회사가 팀장을 관리하는 방식(현장통제 1단계)
– 연봉서열과 상관없이 능력에 따른 팀장 임명하여 경쟁유도
– 팀장의 권한과 권위를 보장하고 옹호
– 리더십교육을 통해 사측의 이데올로기와 사명감과 책임감 유도
– 생산량향상과 현장통제에 무능한 팀장의 교체
– 조직화비, 팀장수당 등 금전적 이득
① 팀장의 권한과 권위를 보장하고 옹호
팀장의 권위와 권한은 회사로부터 보장받는다. 기존의 조장-반장-직장체계가 있음에도 사실상 현장을 관리하는 사람은 팀장이고 회사는 이를 철저히 보장해 준다.
“지금은 직장이 되도 직책.. 팀장이라고 있어요.. 직장은 반장이면서 팀장인 사람에게 오더를 받을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 팀장의 권위라는 부분들은 팀장하고 팀원들하고 다툼이 있었을 때. 회사… 이사나 이런 사람들은 팀장을 옹호하면서 팀장에게 대들었다.. 요런 걸로 징계를 상당히 많이 하고 이랬어요.. 전반적인 분위기는 활동가 이외에는 팀장들하고 웬만해서는 마찰을 갖지 않을려고 하죠.” (건조부 노동자)
② 능력에 따른 팀장 임명, 생산량 향상과 현장통제에 무능한 팀장의 교체
연차에 따라 승진되는 직/반장과는 달리 팀장은 능력과 성과에 따라 임명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경쟁을 유도하고 노동자들 스스로 노동강도를 강화하게 한다.
“이 팀장이라는 제도가 또 뭐가 있냐면은, 만약에 100이라는 맨아워를 가지고 이 사람이 물량을 쳐냈단 말입니다. 하다가 쳐지니까 이 사람 안 되겠어요. 그래서 짤라냈어요. 그러면 그 다음 팀장은 어떻게 해요? 90%의 맨아워만 갖고도 그 물량을 쳐내야한다는 소리에요. 그러다 보니까 작업자는 더 죽어나는 거죠.” (대조립부 노동자)
③ 조직화비, 팀장수당등 금전적 이득
“팀장들이 예전에는 팀장수당만 신설된게 아니고 회사에서는 조직하느라고 팀장한테 조직화비를 줬어요..팀장을 맞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돈은 아닌데 월 3만 5천원으로 알고 있는데.. 3만 5천원에 대해서 조직하도록 팀장 임의대로 쓰고. 별도로 회사에서…” (건조부 노동자)
● 팀장이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방식(현장통제 2단계)
– 팀생산회의
– 잔업과 특근을 선별적으로 부여
– 직반장 승진을 선별적으로 부여
– 평가를 통한 성과급제, 포상제도의 활용
– 경쟁의 유도, 생산목표량을 끊임없이 독려
– 기초질서지키기 등 감시
– 인맥을 활용한 통제
① 팀 생산회의
팀 생산회의는 관리통제를 공식화하고 집약하는 제도로 기능한다. 현장 감독자들은 팀 생산회의를 매개로 회사의 노무관리제도 최 일선에 위치하여 작업장에서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관찰하고 관리하고 그 결과를 고과에 일차적으로 반영시킨다. 팀 생산회의를 활성화시키고 노동강도 강화로 연결되는 하나의 제도가 ‘제안제도’이다. 제안제도는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반 생산회의를 정당화시킴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생산과정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만약 채택되면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들이 만들어낸 방안에 의하여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게 된다. 이른바 ‘자율’을 가장한 강제이다.(조선산업에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확대;이은숙 2002)
“팀생산회의 같은 경우는 그전에는 이제 할당가 있을 거 아닙니까, 조별로. 몇 피스 몇 피스 할당가 있는데 그런데 지금은 그 할당가를 넘게 100%이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비교를 해서 막 이렇게 경쟁을 시키는 부분들. 지금 아무튼 잠깐씩 쉬는 부분들도 엄청 눈치 보는 상황이요. 그것이 이제 그 전보다 노동강도가 엄청 세어졌구요.” (의장생산부 노동자)
② 인맥을 활용한 통제
“우리같은 경우도 친족은 아닌데, 학벌, 학력, 고향, 그런 거 갖고 니는 왼팔, 니는 오른팔… 우리가 쉽게 말하면 오른팔, 왼팔을 만들어 놨는데.. 그런 부분 때문에.. 못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는 거죠… 고향, 친척, 친구…”(가공부 노동자)
③ 평가를 통한 성과급제, 포상제도의 활용
1990년대 신경영전략에서 조선산업 대기업의 경영자들이 추진했던 핵심적 전략의 하나는 임금제도 및 승진제도의 재편을 통한 작업장내 경쟁의 조직화였다.(조선산업의 작업장 노사관계;강석재)
“그 전에보다 믹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전에보다 팀별 반별 어떤 경쟁심, 비교를 많이 하다 보니까 그게 지금 그 전에보다 훨씬 강해져갔고 되게 힘들어요. 지금은 완전히 그거 또 뭐야 우수팀? 우수팀에 그거 해가지고 중국 보내주고 하는 게 있거든요. 모든 걸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점수제로 다 들어간다고요.” (의장생산부 노동자)
④ 직/반장 승진을 선별적으로 부여
사실상 조반장체계는 의미가 없어졌다. 그러나 회사는 불필요해진 과거의 체계 또한 이데올로기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여기에 포섭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팀별생산체계와의 제대로 된 싸움을 벌여보기도 전에 조반장체계라는 과거의 유물에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⑤ 조직개편을 통한 노동자유대형성의 사전차단
조직개편이 악용되는 사례는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하나는 친노조 성향의 팀을 분할시킴으로써 노동자의 단결력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들의 유대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회사의 제어와 통제에 원활하게 종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동료애가 쌓일만하고 진짜 그럴 시점이 되면 꼭 조직개편을 했어요. 그러나보니까 노조파업… 2반 전체가 파업에 나갔다. 흐트러놓는 거예요. 흐트러놔야지. 서로 그 속에서 누구 안나가고 지들은 각계격파를 해야 하는데… 뭉쳐서 다 나가버리니까. 그 팀은 그대로 존재하게 놔둘 수 없다… 계속 조직개편을 행하는 거죠.” (건조부 노동자)
팀 생산체계와 노동강도 강화
99년 한라중공업 부도 이후 현대자본이 위탁경영을 맡게 되었고, 현대 인수 이후 직․반체제에서 팀제로 변경되면서 팀 단위 생산체계와 통제는 날이 갈수록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2001년도부터 시행되고 있는 팀별 평가 및 보상제는 작업량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점수화하여 인증제(현황판에 스티커 붙이기)라는 형태로 공표하고 체크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상호 경쟁과 분열을 부추기는 기제로 이용되고 있다. 그로부터 오는 노동자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매 주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팀 생산회의 역시 작업량에 대한 팀장의 일방적인 지시와 강요, 팀 평가에 대한 압력과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의 시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인사고과 및 승진, 잔업 특근 등에 대한 선별 통제권을 팀장으로 하여금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노동자들을 회유하고 협박하는 기제로 조, 반장이라는 자리를 악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자본의 의도와 행태는 노동자간 상호 경쟁,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노동강도의 강화를 은폐한 채 노동자 스스로 거기에 익숙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여 진다.
팀 생산체계란 결국 ‘자발적인 경쟁에 의한 자율을 가장한 통제’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통제하는 기전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든 경쟁을 거부하는 투쟁을 주도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직/반장 승급제도’, ‘인사고과제도’, ‘잔업특근을 이용한 통제 및 경쟁유도’, ‘팀 생산회의에서 실적을 통한 경쟁유도’를 거부하기 위한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팀장의 경우 실적에 따라 사측이 임명하는 것을 노동자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순환제’로 대체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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